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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골 중학교 카페'에 꼭 '11년 전(2003년)'에 올렸던 글인데요. 옮겨왔습니다.


  

♣ 부제: 나는 보리밥이 지금도 싫다! 초등학교 3~4학년쯤으로 기억된다. 쌀이 모자라던 시절이었다. 넉넉지 못했던 우리집은 당연히 보리밥이었다. 입맛이 까다로웠던 나는 그 시절 어머니 속을 무척이나 태웠던 것 같다. 밥상에 앉은 나는 보리밥이 먹기 싫어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먹곤 하였다. 바로 할머니와 아버지께서 드시는 진짓상을 주시하면서... 할머니와 아버지께서 남기신 밥은 곧장 내 차지가 되었다. 그 밥은 보리밥이 아니고 보리가 가끔섞인 쌀밥이었다. 그 날도 할머니와 아버지께서 남기신 쌀밥을 먹으려고 그렇게 진도를 맞추고 있었다. 기억을 따라 더듬어보면 이러했다. 대식구이었던 우리집은 큰 가마솥에 보리와 쌀을 섞이지 않게 밥을했다. 어머니는, 제일 어른이신 할머니는 이도 부실하시고 소화도 안 되신다며 순쌀밥을 한그릇 푸시고, 아버지 역시 가장이어서 일을 많이 하신다고 쌀에 보리가 가끔섞인 쌀밥이었고 이제 막 젖을 떼고 밥을 먹기 시작한 동생도 순쌀밥, 조금 큰 동생은 쌀반 보리반, 형은 맏아들이라고 쌀반 보리반, 나머지는 모두 섞은밥 이었다. 그래 봐야 쌀을 구경하기 힘든 보리밥이었다. 어쨌든 어머니의 판결에 의한 쌀밥과 보리밥이 나누어지면 표정들은 제각각이었는데, 누나와 작은형은 불평을 하면서도 잘 먹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착한 여동생은 조용히 먹었던 것 같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그 어린시절에 불만이 많았고, 그 날도 밥을 천천히 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매일같이 남기시던 할머니께서 그 날은 밥을 다 드신것이었다. 아버지도 “어머니 식사 잘 하신다고...”하시면서 다 드셨다. 쌀밥을 남기시기 만을 기다리던 나는 그 날 따라 참지 못하고 수저를 밥상에 놓은 채 밖으로 나와 버렸다. 뒤에서 아버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쟤가... 밥을... 인사만하고...” 나는 나와서 물을 한 그릇 먹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식사 할 때였다. 어머니가 나를 부르시더니 “밑에는 쌀밥이니까 표 안나게 먹어라.”하셨다. 밥을 떠보니 정말 밑에는 쌀 밥이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모르게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식구들이 묵인 해 준 것이었으리라. 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조금씩 쌀을 빼서 나에겐 주고 어머니는 그나마 쌀이 가끔씩 보이던 보리밥도 아니고 완전한 꽁보리밥을 드셨던 것이었다. 어쨌든 그 날 이후 난 할머니,아버지의 진짓상을 보지 않고 밥을 먹게 되었다. 그 무렵 우리 옆집에는 1살 연하 2년후배 경호네가 살고 있었다. 논도 밭도 많고, 집도 크고 큰 텃밭이 여러개 있어서 먹거리가 많았던 경호네는 늘 부럽기만 했다. 매일 쌀밥에다 좋은 반찬에다... 이 때쯤이면 텃밭에는 참외며 수박, 토마토 포도 등등... 난 후배와 형제처럼,친구처럼 지내면서 쌀밥이며 보리개떡, 텃밭의 많은 과일들을 적잖이 얻어 먹었다. 경호 후배의 마음씨도 착했지만, 그의 어머니가 인품이 좋으셔서 모두 나눠 먹으라고 하셨던 따뜻한 이웃집 아주머니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가을 어느날 우리집이 시끌시끌 했다. 부엌에서 누나가 밥상을 들고 오는데 상을보니, 와! 전부 쌀밥이었다. 쪼르르 뒤따라가 밥을 먹었다. 그런데 조금 맛이 다른 쌀밥이었다. 어쨌든,그래도 쌀밥이 아닌가! 식구들 모두 좋아했다. 분명, 모두 순쌀밥이었다. 나는 후닥닥 해치우고 경호네로 달려가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경호야! 우리집도 전부 쌀밥 먹는다.” 경호누나가 하는 말이 “통일벼 쌀밥이지?” “몰라요, 어쨌든 쌀밥 이잖아요?”누나는 “그래 많이 먹었니?” “예. 밥만 먹어도 맛 있어요!”하고 대답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랬다. 정부의 장려책으로 다수확 통일벼 농사를 지어서 거두어 들인 것이었다.

 

또, 그즈음은 라면이 귀한 때였다. 한 번은 손님이 몇 분 오셨는데, 어머니께선 국수를 끓이셨다. 그리고, 라면을 두어봉지 따로 끓여서 국수 위에 얹으셨다. 마치 칼국수에 쑥갓 얹듯이... 그 조금을 먹는 데도 라면은 쫄깃쫄깃한 맛이 국수와 달랐다. 라면만 한 그릇 먹는게 소원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머니께서 내일이 네 생일이니 미역국을 끓여주신다고 하셨다. 나는 주저없이 “어머니? 제 생일이면 라면 한그릇 끓여 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미역국 싫어 하는데...” 어머니는 라면을 한그릇 가득 끓여주셨고 미역국도 끓여주셨다. 나는 난생처음 참으로 행복한 생일을 맛 보았다. 몇 해전 직장생활할 때 동료들과 별미보리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난 먹으면서 그 시절이 생각 나 추억을 떠올리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맛있고 요란스럽게 먹던 후배가 얼마 후 또 보리밥을 먹자고 했다.

김대리님, 보리밥 또 사주실 거죠?

나는 순간 “0 0 씨가 보리밥의 아픔을 알아? 나는 보리밥이 싫다고!...” 상사였던 나는 엉뚱하게 오버센스를했고 후배는 겸연쩍어했다. 며칠 후 나는 후배들을 데리고 항아리수제비를 먹었다. 칼국수도 수제비도 밀가루빵도 보리개떡도 고구마도 모두 좋은데 유난스레 보리밥만 싫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맛이 싫은게 아니고, 그 시절 내어머니 끼니 때마다 꽁보리밥을 드시던 모습이 가슴아파서이리라. 아니, 내어머니뿐만이 아니라 우리 어린시절 대개 어머니들의 모습이었으리라. 그래도... 어머니로부터 몰래 사랑을 받았던 그 어린시절, 친구와 보리개떡을 나누어먹으며 행복해 하였던 그 어린시절로 하루만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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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제자 2014.07.10 02:40
    5~60년대 우리 농촌의 자화상입니다. 저또한 도서지방이어서 천수답 논에서 조금 그것도 가물어 싸래기 정도 수확하면 춘궁기에는 쌀이 떨어져 해조류인 톳나물을 꽁보리밥에 많이 넣어 비벼먹으며 배를 채웠고, 초딩4년엔 강냉이 죽을 점심 급식으로 먹었고요~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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