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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1년전 시골중학교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어린시절 여름풍경



선풍기도 구경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조금 외떨어진 우리집은 전기가 없었기 때문에 선풍기는 물론
부채도 흔하지 않았다.

숨막히는 더위를 잊는 방법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냇가에서 목욕을 하거나 계곡을 찾기도 하였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바쁜 농삿일로 그 마저도 어려웠고 집이나
냇가에서 또는 공동우물가에서 웃통을 벗고 등목을하고,
주로 밤에 냇가에서 목욕을 하곤 하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은 냇가에서 목욕을 할 때면 나는 망을 보곤
하였는데 “아버지 사람와요. ”하면 아버지는 후닥닥 반바지를
입으시고는 헛기침을 하셨다.

여자들의 경우에도 주로 밤에 목욕을 하였으나, 한 낮의 불볕 더위를
참지 못할 땐 부엌문을 잠그고 작은 목간통에서 혼자 씻곤 하였다.

또한, 하늘이 내내 맑다가고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와서 이따금
소나기라도 세차게 후두두 내리면 무더위가 가라앉아 한 풀 꺾이곤 하였다.
이를 ‘여우비’또는 ‘호랑이 장가갈 때 내리는비’라고 하였는데
이 비가 내린 후에는 틀림없이 무지개가 떠서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였고 자연이 빚은 예술품의 감상에 푹 빠져 있노라면 더위 따윈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어쩌다 아이스케이크(아이스케키)장수가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뒤를 따라 다니는 것만으로도 좋아했다.
몇 원 하는 얼음과자 하나를 사먹지 못하였고, 간혹 사 먹는 아이들이
부러워도 안 그런척 묵묵히 참아내곤 하였다.

대신, 그 시절은 우물이 없는 집이 많아 공동 우물가에서 물을 양동이에
담아서 물지게로 길어 날라다 쓰곤 하였는데, 갓 길어온 물에 감미료를
넣은 시원한 물 한 그릇은 지금의 팥빙수와 견줄 수 있었다.

그 시절 얼음 구경은 잔치하는 날에나 하였던 것 같다.

간혹,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집 근처나 길 가 같은 데에 있는
큰 정자나무 그늘에서 삼베 옷에 부채질하며 담소도 나누고 담뱃대에
풍년초를 피우며 장기를 두시면서 더위를 잊곤 하셨다.

서두에서, 잠깐 언급한 아이들의 계곡에서의 피서방법은
어린 나이였음에도 깊이 각인되어 있는데,

시냇가를 따라 올라가면 계곡이 나오고, 비가 온 후의 시냇가와 계곡은
아이들의 피서지였다.
계곡 위의 낭떠러지에서 곧장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야 말로 묵은 더위를
한꺼번에 씻어 내렸으니까.
그렇게 계곡에서 폭포수를 맞으며 물장난도 치고 깊은 곳에서는 헤엄도
치면서 미역을 감을 수 있었고, 헤엄에 자신 있는 친구들은 무대를 옮기어
방죽같은 곳으로 가서 수영을 즐기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4~5학년 쯤이었을까?
그 때도 아이들과 물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누나하고 이웃집누나가 와서
같이 미역을 감았다. 누나들이 등도 밀어주곤 했는데, 솔직히 나는
그 때 이웃집누나를 몰래 훔쳐보고는 처음으로 이상야릇함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그 때 그 누나가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은...

운동화보다 고무신이 많았던 그 시절에는 냇가에서 고무신을 멀리던져 띄우고,
떠내려오는 고무신을 잡고, 하는 놀이를 하다가 결국은 미끄러져 고무신을
놓쳐 잃어버리기 일쑤였고,

물고기잡이는 아이들이 물가에서 하는 놀이 중 가장 인기있는 놀이였다.
집 안의 각종 그물과 망이 될 만한 것은 다 동원되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뽐내며 열심히 사냥을 하였다. 붕어, 송사리, 가재 등등...
물고기를 많이 잡는 날은 고무신 한 짝을 잃어버린 것이 만회가 되어
부모님의 꾸지람이 덜 하기도 하였다.

가끔씩은, 저녁에 식구끼리 오손도손 모여 우물물이나 냇가에 채워뒀던
참외 수박 토마토 등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기도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특별했던 날이 ‘복날’ 이었던 것 같다.



또한,
시골의 여름밤은
모기와의 전쟁도 볼 거리였다.
산 밑에 자리한 우리집은 대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와 풀 숲에서 밀려드는
모기를 감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기약을 먼저 방마다 내뿜은 채로 두었다가 모기가 죽으면
모기장(방장)을 치고서야 문을 열었다.
나일론 모기장이었기에 호롱불도 맘대로 켤 수 없었고,
혹이라도 켜고 자는 날에는 모기장이 타서 오그라 들었고,
작은 불이 난 적도 있었다.

또 밖에는 모깃불을 두어군데 피워야 했고,
이도, 갑자기 부는 바람에 모깃불씨가 초가집에 옮겨 붙지 않도록
적잖은 신경을 써야만 했다.

이러한 생활은 중학교 때까지 별다르지 않게 이어졌는데 중1 때 한 번은
호롱불마저 켤 수 없어 시험공부도 못하고 발을 동동거린 적도 있었다.

저녁밥은 멍석을 깔고 마당에서 먹었는데 햇감자와 고구마줄기, 풋고추 등으로
만든 찌개며 된장국, 김치 등의 음식은 흉내낼 수 없는 추억 속의 맛이 되었다.

식사 후에는 모깃불에 구운 햇감자와 옥수수가 일품이었고 할머니 무릎 위에
누워 별을 보며 별똥별을 세거나, 달걀귀신 총각귀신 공동묘지 등등의
옛날 이야기를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기도 하였다.

이 시절, 수박이며 참외서리 또한 빼 놓을 수 없는데,
나는 담력이 약하고 형들과 같이 했기에 주로 주범을 돕는 종범이었다.

한 번은 이웃동네까지 가서 참외서리를 하다가 들켰는데,
망을 보던 나와 동생은 달아나고 이웃집 형만 남아서 혼쭐이났다.
공범을 대라는 원두막 주인의 다그침에도 동생들은 보호해 주는 정이 있었고,
주인 역시 훔친물건을 회수하고 훈계에 그치고 마는 것이
일종의 풍습에 가까웠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하여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크게 증가하여 

지구의 온난화로 지구온도가 상승하여
이 때문에 옛날보다 지금이 더 덥다고 한다.


그러나
에어컨이 필수품이 되고 선풍기는 옛날의 부채 만도 못하게 취급 받는 요즈음과
선풍기는 물론 부채도 흔하지 않던 그 시절을 단순히 비교할 수 있을까?

첨단 냉장고에, 팥빙수를 비롯한 각종 빙과며 음료수 등이 지천인 디지털시대와
여름의 얼음은 잔칫날에나 구경할 수 있었고 몇 원이 없어 아이스케이크장수를
보고도 묵묵히 참아야 했던 그 시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3~40년 전의‘배고픔으로 인한 겸손함과 인내심’을 과소평가 하는 것은 아닌지...
‘자만함과 참을성이 없어진 이 시대인들’의 자기 합리와는 아닌지...

아! 지금 은 거의 다 사라진 어릴 적 풍경이지만,
내 가슴속에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새롭게 피어 오르곤 한다.

 

 

 

들풀






 

 

  • ?
    다산제자 2014.07.10 02:51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이나 밀짚으로 엮은 자리에 누워서 농촌의 밤하늘의 은하수랑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기도 했지요~. 들풀님은 수필집 내심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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