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1 02:56

이제 결정적 순간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으니 정신 차리기도 힘든 일정을 보내시리라 생각됩니다.
형도 잘 아시겠지만 제가 워낙 시건방진 작자라 평생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단 둘 밖에 없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형이시고요. 사실 처음 형이 현실 정치에 곁을 주는 것도 쉬 이해가 안됐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 광주 시장에 출마한다는 보도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뭐 하러 그 진흙탕 속에 뛰어드는지 또는 뛰어들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으니까요. 한 달 보름 전, 광주에서 만난 지인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한편으론 유명 의사 생활을 하며 모은 재산도 그동안 시민운동을 한다고 남은 게 거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역시 윤장현답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광주 사람은 아니지만 광주는 늘 저에게 특별한 의미였습니다. 낡은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 장면에 동참하지 못했음은 부채였지만 그 비극이 새로운 현대사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희망의 촛불이 광주의 내부 문제라는 바람에 흔들린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더욱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습니다. 아마 그래서 형이 정치라는 아수라장에 뛰어들 결심을 한 게 아닐까라고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형이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가 어떤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관심도 없습니다. 아니 안철수 개인에겐 기대도 관심도 없다는 게 솔직한 얘기가 되겠네요. 제 관심은 오로지 형이 기득권의 틀에 갇힌 것처럼 보이는 "광주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과연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것뿐. 물론 타지 사람이니 정확한 속사정은 모를 수 있고 또 형은 정치적 이력도 없으니 쉬 판단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만.
그래도 이 얘기는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윤장현은 광주의 박원순이 아니다라고 했다는데... 사람들이 지금이야 박 시장을 보고 '역시'라고 믿음을 표시하지만 시장되기 전에는 '혹시'라는 의구심도 많이 가졌다. 뭘 비교를 하려면 같은 상황을 놓고 해야지."라고요. 그리고 믿습니다. 이번 결과에 따라 형이 옷을 갈아입을지는 몰라도 "서 계신 자리는 그대로일 것이다."라고요.
전혀 도움이 못 되는 주제에 혹시 이런 편지로 형에게 부담을 줄까 처음엔 좀 주저했지만 "광주 정신은 광주 시민 나아가 온 국민의 것"인데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이 마치 전매특허 낸 것 같이 떠드는 소리가 계속 들려 안타까운 마음에 그냥 몇 자 갈겼습니다.
하여튼 건강하게 결승점까지 달리시고 이 부담스런 판이 끝나면 허리띠 풀고 술 한 잔 나눌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