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흔남은 좋은 흔적 남기기 운동의 약자다!
요즘들어 몸이 무겁고 찌뿌드드한 몸뚱이가 이상하더니,오늘 아침엔 조금 늦었다.
서둘러 현수막 등을 설치하고 있는데,단대병원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를 탄 초췌한 어머니가 아들의 손에 밀려 내 차 주변으로 온다.
주춤!하고 있는데,나를 지나쳐 내 차를 마주보고 있는 고급차로 가더니 차 문을 열고 뭔가를 꺼내서 다시 천호지 공원의 산책로로 간다.
오랫동안 내 차를 마주보며 장기주차돼 있어서 의아했는데,
사실 병원 무리들이 CCTV나 블랙박스로 나를 감시하느라 갖다 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많이 예민해진 것 같다.
기분이 좋아지면서 모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농담도 했다.
"차 잘 지켜줄테니,맛있는 거 사다 줘요~^*^"
그러면서 씨익 따스한 미소를 주고 받으며 첫 만남을 가졌는데...그러고보니 평소 자주 마주쳤던 사람들인 것도 같다.
워낙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무심한 탓에 의식하지 못했던 건데,그리 첫인사를 나누고보니 평소 자주 마주쳤던 사람들인 것 같은 것!
부지런히 청소를 하고 ,기구에 올라타 운동을 하고 있는데,그 청년이 휠체어를 저만치 세워두고 다가온다.
그들도 평소 나의 모습을 봐왔던 듯...
그러더니 불쑥 뭔가를 내민다.
농담이었는데...진짜 뭔가 맛난 걸 사왔다.에효~민망해라...
내가 뭐라도 사드리며 쾌차를 빌어드려야 하는데...
이온음료였다.
아니라고....극구 사양을 했지만 저만치의 휠체어에서 환하게 웃고 계시는 초췌한 어머니께서 받아두라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려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었다.
음료수는 마시지도 않는데...
냉장고에 넣어두고 냉장고를 열 때마다 그 분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따스한 마음을 기억하리라!
저만치의 어머니의 가슴에 콱 박히라고 "빨리 쾌차하셔요~"인사를 드리고 헤어졌고,
난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마침 도착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과 인사를 나눈 뒤 마무리 청소를 하며 차로 돌아와 물과 감자로 요기를 한다.
오늘은 비가 온다기에 종이로 된 피켓은 차 안에 설치하고,조금 젖어도 되는 것만 밖에 설치했는데,현수막과 피켓을 한 번 더 점검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룰루랄라~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하이킹을 하는데,아싸!
저만치 보이는 편의점 앞에 박스가 잔뜩 쌓여있다.
해체를 해서 차곡치곡 싣고 갑선(甲善)이란 이름을 가지신 ,정말 착하신 아저씨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그러는 나를 쳐다보는 신호대기 중인 차들의 운전자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뭐라고 생각할까?
'쯫쯔~젊은 사람이 저런 일이나 하면서 살다니...'하며 측은해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뭐~^*^
오늘 하루도 미개인이 지나간 곳에 좋은 흔적을 남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
~7월18일 저녁...
시위차량과 현수막 등을 철수하러 단국대 치대병원으로 가던 중 산책로에서 모자로 알던 다른 환자와 함께 산책하시는 두 분을 만났다.
기분이 좋아져서 장난치듯 휠체어 앞에 자전거를 바짝 들이대고 멈춰선 인사를 건네고...
활짝 웃으며 "어머니세요?"물었는데...아뿔싸!
부부시란다.몸 둘 바를 몰라하며 당황해선 몸을 조아리며 사과를 드리고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빨리 쾌차하시길 빌고 서둘러 떠나왔다.
참으로 잘 생긴 청년이다.더군다나 대학 새내기 정도로밖엔 안 보인다.
그런데 아내 분은 얼마나 힘들었으면...몸이 마르고 초췌해서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 것이다.
어쩌나?
내일은 꽃이라도 한다발 사서 갖고 있다가 불쑥 내밀며 위로를 해드려야겠다.
내 결혼 당시가 생각이 난다.
제아무리 눈치를 보고 알아서 기어대도 진심을 알아주지 않고 ,나의 사랑을 집착의 증거라고만 생각해대는 아내를 보곤,
연애할 당시부터 알고 있었던 반신불수의 장모님을 떠올리며 ,차라리 어머님처럼 아팠으면...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대소변도 다 받아내고,나 아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누워있으면,
내가 기쁜 마음으로 보살펴주고,챙겨주는 걸 진심으로 감사히 받아들이며 행복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인데...
장모님이 무뚝뚝하신 장인 어르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그저 감사하셨고,
어디 놀이공원이나 휴가를 갈 때도 모시고 가서 휠체어 등을 밀어 드리고 어눌한 당신의 말상대가 돼 드리면
그리도 고마워하시고 행복해 하시며 눈물을 짓기까지 하시는 걸 봤기에...
솔직히 장인 어르신이 부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오늘 그 두 분은 그 어떤 부부보다 아름다운 부부로 내 눈에 비쳐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산책로를 함께 거닐며 쉬지 않고 무슨 이야길 그렇게도 다정하게 도란도란 나누는 것인지 원~
하루빨리 쾌차하셔서 그 어떤 부부보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아주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
부디...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