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을 마치며…
7·30 재보선이 끝났다. 결과는 야당의 패배로 끝났고 당 대표는 물러났다.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는 모습은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세다. 그러나 당 대표의 사퇴와 별개로 지금의 난관을 해결해 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권한 대행을 맡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였지만, 그 외에 이렇다 할 복안은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거는 앞으로도 계속 있고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철저한 원인 분석은 필요한 일이다.
공천 파동이란 모호한 말로는 선거를 평가하기도 모호하고 원인을 분석하기도 불가능하다. 올바른 대책은 철저한 원인 분석에서부터 시작되니까 말이다.
선거를 뒤덮었던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
당내 주도권을 경쟁을 위한 지도부 흔들기는 동작을에서 시작되었다.
금태섭 대변인 전략공천설이 돌자 당내 주류세력이 반대성명까지 내며 지도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지도부는 마라톤 회의를 거쳤지만 아무 결정도 하지 못했다. 같은 상황은 광주에서도 벌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당내 의원들이 우세지역은 신인에게 기회를 주자는 원칙을 이유로 4선 의원인 천정배 전 장관의 무혈입성에 집단 반발을 한 것이다.
동작을과 마찬가지로 광산을에 대한 공천 작업도 중단되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때를 틈타 김한길 대표가 기동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동민이라는 주류세력에 속한 신인을 동작을 지역에 전략공천 하면서 같은 주류세력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동시에, 광산을 지역도 전략공천 지역으로 바꾸며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의 틈새를 파고들며 세를 늘리려 한 것이다.
기동민 후보 공천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며 묘안이 되는 듯했으나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주류세력은 기동민 후보의 전략공천 재고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반발하였고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은 당 대표실에서 농성을 이어 나갔다.
광산을에서는 천정배 전 장관이 광주에 올인 하겠다고 하고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보였고 같은 비주류 출신들이 이를 지원했다.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기동민 후보가 공천을 받아 들이면서 동작을 지역의 파동은 일단락되었다.
광주 광산을에서도 김한길 대표가 권은희 전략공천에 성공하자 이를 천정배 전 장관이 수용하면서 일련의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미 당내 세력 간 이익 다툼은 공천 파동이란 이름으로 언론을 뒤덮고 난 후였다.
허동준 전 지역
위원장을 내세운 주류세력의 노골적인 지도부 흔들기와 이를 무마하면서 세 확장을 시도 하려는 김한길 대표 그리고 천정배 전 장관을 내세운
비주류까지 합세한 내부 투쟁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을 뒤덮은 것은 당 지도부의 공약이나 정책이 아니었다. 당내 계파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성토뿐이었다.
당 지도부는 자신의 책임하에 전권을 휘두르면서 선거전략을 펼쳐나간 것이 아니라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에 바빴다.
합당 전부터 바지사장이란 오명을 듣던 김한길 대표와 합당을 통해 외부에서 영입 된 거나 마찬가지인 안철수 의원이 대표로 있는 지도부를 흔드는 일에 거칠것은 없었다.
지도부의 지도력?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한때 새누리당보다 10% 이상 높은 지지율을 얻을 때가 있었다. 지난 2012년 총선 전 상황이다.
MB의 실정과 나꼼수 같은 팟캐스트의 열풍으로 드높아진 정권 심판론에 인해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 높던 지지율이 무너진 건 한순간이었다.
당 지도부의 공천권 행사에 대한 반발이 ‘공천 파동’이란 이름으로 언론을 뒤덮으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것이다.
공천과정에 이해관계 적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그 내막은 관심 밖의 일이다. 내부 다툼이 언론에 비치면 피로함을 느끼고 투표 의욕만 떨어질 뿐이다. 고정 지지율로 자연스럽게 수렴될 수밖에 없다.
지지율 거품이 빠지고 나면 지도부에게 남은것은 남은 지지층을 이끌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릴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성과를 얻기 위해선 가능한 조직을 동원하고 당내 정치세력의 행동과 말을 제어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선거 결과를 책임질 주체는 바로 지도부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지도력은 특별히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정치인을 따르는 조직과 계파 그리고 그 영향력이 있을 뿐이다.
각 계파 간 이해가 첨예하게 공존하는 공천문제에 있어 주도권 다툼은 피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제어하고 끌고 갈 수 있는 지도부의 역량은 가지고 있는 힘에 기초한다.
각 계파의 입맛에 맞는 요구를 들어주는 담합을 하지 않는다면 지도부 흔들기를 제어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바로 지도력이다.
지난 2012년 총선과 7·30 재보선의 공통점은 지도부의 공천에 대한 비주류의 반발이 공천 파동이란 이름으로 도배가 되면서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반면에 차이점은 지난 총선에서 주류층과 비주류층으로 나뉘어 다투던 세력들이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는 함께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덕분에 결과도 다르게 나왔다. 과반에는 못 미쳤지만 127석이란 성적표를 받은 지난 총선에 비해 이번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눈앞의 이득 앞에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선거는 뒷전인 일이 예사인 당에서 허약한 지도부가 선거승리를 꿈꾸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내전 중에도 유지되는 반 안철수 동맹
주류세력과 비주류세력의 지도부 흔들기와 이를 틈탄 김한길 대표의 세 확장으로 정리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공천 파동’으로 뭉뚱그려졌다.
그러나 그 비난은 내부 투쟁의 당사자들이 아닌 안철수 대표를 향하고 있다.
대표라는 선거의 대표성을 지닌 자리에 있으니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으나 내전에 참전하지 않았을 뿐더러 원칙을 지키며 선거 승리에 올인한 점을 생각하면 정적 제거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지난 3월 합당이 되면서 안철수 대표를
바라보는 야당 내 정치세력의 시각은 정해져 있었다.
주류 세력에게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일 뿐이었고 비주류에도 당권을 잡기 위한 동화줄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마찬가지였다. 김한길 대표에겐 세확장을 위한 방패막이였다.
그러나 이번 공천과정을 겪으면서 특정 계파와 담합하려 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려는 안철수 대표의 모습은 기존 정치세력에는 불편한 모습이었다.
기동민 후보가 동작을에 공천되었을 때 금태섭 대변인이 ‘(동작을에)사무실을 얻을 때는 한 말씀도 없었다’고 한 푸념은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내 투쟁에만 몰두해 오던 내부 계파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것을 희석할 방법은 간단하다. 편을 갈라 싸우지 않는다면 그렇게 보이도록 하면 될 일 아닌가.
안철수 대표가 독자노선의 길을 걸을 때 작동했던 반 안철수 동맹은 여전히 유효하다.
선거는 끝났고 결국 안철수 대표는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만든 정치 주체세력들 중 선거 패배 원인에 자신을 포함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여전히 주류세력에서는 동작을에서의 농성을 합리화하기에 여념이 없고 비주류세력은 공천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당성을 강조하기 바쁘다.
이 두 가지 이해관계가 만나는 곳이 권은희 후보 공천이다. 권은희 공천의 문제점을 부각하면 당내 주류 비주류뿐 아니라 새누리당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선거 패배 원인을 권은희 공천에서 찾으려고 하는 이유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최소한의 규율도 승리를 위한 열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각 정치 세력들의 이익을 위한 무책임한 당내투쟁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런 구조가 계속된다면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든 또 어떤 외부인사를 영입하든 지도부 흔들기에 이은 공천 파동으로 선거 패배 공식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