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도 없이 크나큰 은혜를 받았다.
오전엔 한 고객님이 텃밭에서 정성스레 키우신 배추를 세 포기나 갖다 주셨다.
김장 배추와는 달리 날렵하고, 싱싱한 이파리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배추...
한 포기면 족하다 했건만 던져놓으시듯 세 포기나 주신다.이걸 다 어찌 먹을꼬?김치도 할 줄 모르는데...
그런데 조금 있으니 갑으로 착한 아저씨가 감자 두 개,오이 두 개,가지 잔챙이 네 개,그리고 장마에 삭아가는 쪽파 한 웅큼,
그리고 계란 열 개까지 들고 오셔선 당신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것도 있고 근처 교회에서 갖다준 것도 있노라며 펼쳐 보여주신다.
애호박도 하나!
에효~물론 나이 드셔서 혼자 사시며 그런 걸 갖다 주시는 은혜로운 분들의 정성이야 고맙지만 당신께서도 손수 무언가를 요리해 잡숫는다는 게 벅차기도 할 게다.
남자 독거 노인에겐 그런 면도 생각해 드려야 할 것 같단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외롭게 홀로 사시는 독거 노인을 도우려는 손길이 뻗친 것 같은데,그걸 얻어 먹어도 되는지 잠시 혼란했지만,
예전에 사양했다가 화를 내시게 만든 것이 생각나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긴...나도 파지를 갖다 드리는데ㅡ네 건 안 받겠다고 하신다면 얼마나 무안할까를 생각하면 이해도 간다.
더군다나 없는 걸 사다 주시는 것도 아니니 기쁘게,감사하게 받아서 몸보신이나 해야쥐~^*^
오랜만에 차를 갖고 오면서 그동안 차에 모아뒀던 파지를 아저씨의 작업장에 내려놓고,
며칠째 속을 썩이던 수리 하나를 마무리해서 갖다 드리며 오는 길에도 또...
밤 11시가 다 돼서 갖다 드리니 아주 고마워하신다.난 죄송하기만 한데...
기술은 부족하나 정성을 들여서 해드리고,내일 아침 출근을 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니 만족해하신다.
앞으로도 할 줄 모른다고 안 하지 말고 ,뭐든 정성을 들여서 최선을 다해 고객을 대해야겠다.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지만...
파도 넣고 배추도 넣고,호박도 넣어서 계란까지 풀어서 라면을 끓여 먹으니 참 맛있다.
오늘도 자정 가까운 시각에 저녁 식사를 라면으로 했고 하루 두 끼니는 챙겼는데,바로 잠을 자면 안 될 것 같으니 책 좀 보다가 자야지...
오늘 하루도 꽉꽉 채워서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