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는 안철수 님이 양보함에 따라 결국 문재인을 찍었다. 하지만 마음은 잘 따라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재인이 단일화에 승복할 마음이 있었는지 인정이 되지 않았다. 안철수 님의 발언 시 열심히 코를 풀던 모습은 그렇다 치고, 한번 예를 들자.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안철수 님의 단일화 전제조건이었다. 문재인은 문구로 장난을 치는 변호사다운 치사한 방식으로 차후에 딴전을 피웠다.
합의문구에 국회의원 수를 조정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늘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단 말인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게 합당한지에 대한 정치학적 판단은 다른 문제이다. 합의한 사안에 대해 이후 문재인의 부인이 의미하는 것은 "승복할 마음이 없고 절대로 옳은 우리 편의 승리를 위해서는 이런 술수도 허용되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것은 노무현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것이다. 노무현은 자신이 졌을 경우에 절차적으로 거기에 승복해야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권력 획득 이후 급속히 정치화된 친노를 표방하는 집단은 자신만이 절대 옳다는 독선으로 아무 고민 없는 교만에 가득찬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은 것은 국민을 위해 자신을 양보하는 대국적 견지에서의 정치가 아니라, 줄반장이 되려는 이전투구에서의 작은 개싸움 정치밖에 없다.
수긍하기 어려울 문재인의 단식 한방으로 실세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박영선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박영선 역시 어쩌면 정치적 기반에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세가 이런 것밖에 없다면 역시 이민 타령이 현실 초월의 최선인 방법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