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 재표결에 불참했다.
그러자 새정련도 거기 대응해 61개 민생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사실 그 법안들의 면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새정련이 특별히 문제를 제기한 바 없고, 본래 통과에 협조하기로 했었다니 일단 민생법안이라고 인정하도록 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민생법안 표결에는 참여하자고 설득한 모양이나, 문재인은 늘 하던 대로 분위기에 편승해 강경 거부파에 붙었다.
애초에 박근혜가 국회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상식 밖의 도발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국민이 국회라는 집단을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리스크만 감수한다면 이런 국회쯤이야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역대 최악의 야당리더가 매번 도와주고 있으니 말이다.
우선 새정련은 새누리의 이번 법안 통과를 '날치기'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가령 민주주의와 국민의 민생을 위협하는 악법을, 다수의 힘을 이용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들끼리 통과시켰다면 날치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은 내용적으로는 새정련도 통과에 협조하려 했던 법안이고, 형식적으로는 새누리가 문을 걸어 잠근 것이 아니라 새정련이 참여를 안 한 것이다.
물론 국회법 재표결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와 새누리의 행태는 의회민주주의의 파괴라고 할 만한 어이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항하는 것과 법안통과는 다른 문제다. 새정련은 문제를 분리해 접근해야 했다.
먼저 민생법안은 여타 다른 문제와 관계없이 통과시켜야 한다. 대통령과 싸운다는 명분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해서야 되겠는가? 국민들이 국회를 싫어하는 제일 큰 이유가 말로만 국민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끼리의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어떻든 새누리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새정련은 헛짓만 했다.
그러면 박근혜와 새누리의 의회정치 파괴를 그냥 두고 볼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투쟁하려면 매일 하는 것처럼 똥폼만 잡지 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 기득권을 다 버린다는 자세로 말이다. 예를 들어 의회민주주의의 사망을 선고하려면 전원 의원직 사퇴서를 정의화에게 제출하든지. 그렇게 해도 국민들이 믿어줄까 말깐데, 통과시키지 않아도 국회의원들에게는 아무 손해 나지 않고 국민들만 피해를 입는 법안을 볼모로 잡고 폼만 잡아?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당 소속 의원들이 격앙됐더라도 설득해 일단 법안통과에 참여하도록 독려한 후, 국민의 마음에 닿는 치밀한 전략을 세운 후 물러서지 말고 투쟁해야 하는 것이다.
유승민만도 못한 존재감이라니... 문재인으로는 정권교체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