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정말 뇌물수수를 했는지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법정의 판단을 꼭 믿지는 않지만 다만 그렇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정치적으로는 유죄이다.
문제는 골프다.
밝혀졌듯
천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선물로 받고
고가의 숙소를 상당 기간 무료로 사용한 것은
법적 책임을 떠나 이미 정치적으로 유죄인 것이다.
그린피도 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이해찬도 그렇고 도대체 왜 골프를?
민주화운동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제일 유감으로 느낀 게 골프였다.
"이렇게 재밌는 걸 여태 몰랐다니" 하는 태도로 골프에 탐닉하는 건
정경 유력자들과 필드에서 교분을 쌓으며 대중과 멀어지는 건
마치 얼떨결에 돈벼락을 맞은 졸부가 가족을 멀리하며 룸살롱에 드나드는 것 같다.
과거 중정이나 안기부가 이해찬을 고문하는 대신 골프를 가르쳤다면 대한민국 정치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
참여정부 요인들은 어느 순간 국민에 대한 눈맞춤을 잃어버리고
권력을 거저 주운 산적 집단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차라리 박근혜는 이런 데서는 태도가 명확하다.
공무원들에게 골프를 치지 말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일하려면 골프 칠 시간이 있겠어요?"라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태도를 견지한다.
그녀가 권력을 거저 주운 게 아니다.
그녀는 정치인들 끼리끼리의 나눠먹기를 거부하는
여야 통틀어 군계일학의 대중정치인이다.
포스코를 치는 와중에
한명숙을 친 것은
나눠먹기의 달인 이명박을 치는 연장선상이다.
권력이 주는 안일한 달콤함에 빠졌던 참여정부가
이명박과 묵시적으로 맺었던 결탁의 덫에 걸려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듯
이명박을 때리는 박근혜에게 다시 보너스로 두드려맞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