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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없어진 ‘가부장’… 돈만 주는 아버지서 놀아주는 아빠로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ㆍ맞벌이 증가로 육아 참여 불가피, 여성들 요구도 커져
ㆍ외환위기 이후 일에 치우치기보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에 가치 두는 경향 늘어

자녀 돌봄에 대한 아빠들의 의식 변화는 가족형태나 노동시장 등 사회구조적 변화와 함께 가부장적 아버지상에 대한 반성 등이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명원초등학교 아버지회 회장 장준영씨(44·건축업)는 신혼초부터 맞벌이였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아내는 해외 바이어를 상대하다보니 시차 관계로 일이 늦게 끝나는 날이 잦았다. 딸 소영(12)이 태어나자 주로 먼저 퇴근하는 장씨가 이웃에 맡겨놓은 딸을 찾아와 돌봤다. 일이 늦게 끝나거나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러다 아들 윤영(8)이 태어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남매를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하는 수없이 딸은 광주의 부모님에게, 아들은 충남 공주 처형에게 맡겼다. 평일엔 근무하고 주말이면 한 주는 광주, 한 주는 공주로 아이들을 보러 내려가는 일상이 반복됐다. 쉬지 못하는 부부나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들이나 못할 짓이었다. 보다 못한 시골의 부모님이 소영이 다섯살 되던 해 서울로 이사해 아이들을 돌보시기로 결정하면서 그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이웃에서 사는 부모님은 매일 아침 아들 집으로 출근해 손주들을 챙긴다.

■ 여성들 “일 같이하는 만큼 육아도 공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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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엔 육아갈등도 컸어요. 아내는 자기도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만큼 육아를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죠. 맞는 말이니 반박할 수도 없잖아요.” 아버지회 가입도 아내가 권유했다. 그는 “등 떠밀려 시작했지만 하다보니 보람이 크다”며 “아이들의 학교생활이나 학교 측의 교육관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무엇보다 아빠노릇을 한다는 데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아이를 돌봐줄 어른이 많았던 대가족 시절과 달리 아빠도 육아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여성의 요구도 커졌다”고 말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0년대 페미니즘과 양성평등이 부각되면서 돈벌이는 남편 몫, 양육은 아내 몫이라는 틀이 깨졌고,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하면서 부모의 관심이 자녀에게 쏠리는 것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외환위기 이후 “회사형 인간으론 못산다”

1998년 외환위기와 뒤이은 대규모 구조조정,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본격 시행된 주5일 근무제도 영향을 끼쳤다.

이는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이 한국 대기업 남성 직장인 12명을 심층 면담해 2010년 한국가족자원경영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도 잘 나타난다. 논문에 등장하는 직장인들은 “외환위기와 주5일제가 그동안 발전시켜온 물량적 성장주의와 직장몰입 문화를 벗어나 개인적 생활시간이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게 된 주요한 계기”라고 답변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평일은 물론이고 토요일까지도 야근이 잦았고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부하직원도 덩달아 퇴근하지 못하는 등 직장에서의 집단적인 생활시간이 개인시간을 압도했다고 증언했다. 당연히 집에선 잠만 자고 나오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자녀와 함께할 시간도 없었다. 일명 ‘회사인간’으로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대규모 구조조정, 그리고 주5일제 확산은 인생의 다른 면을 보게 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늘어난 개인시간을 통해 여가를 즐길 줄 알게 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는 욕구도 커진 것이다. 면담자 중 1971~1981년에 태어난 9명은 하나같이 “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그것은 일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라며 가족과 시간을 가지려고 애쓴다고 답변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환위기와 노동시장 붕괴는 열심히 일하면 사회적 출세가 보장될 것으로 믿어온 남성들에게 깊은 좌절과 회의를 안겨주고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일에 치우치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가족의 행복에 주안점을 두는 경향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명퇴니, 조퇴니 하며 직장에서 밀려난 수많은 아버지들이 가정에서도 소외되는 현실을 똑똑히 목격했다. 외환위기 시절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고개 숙인 아버지를 다룬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가 밀리언셀러로 각광받은 것도 이런 사회현상과 무관치 않다. 가족을 먹여살리느라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을 했지만 평소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맺지 못한 수많은 아버지들은 돌아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취재하면서 만난 30·40대 중에는 겉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과거 아버지 세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이들이 많았다.

김정현씨(39·방송사 직원)는 자타가 인정하는 ‘딸바보’다. 회사에서 일할 때를 제외하면 그의 일과는 온통 딸 윤희(8)를 중심으로 짜여진다. 평일에도 퇴근하면 같이 만화를 보거나 인형으로 역할놀이를 하는 등 윤희가 원하는 놀이를 하고 주말엔 여행을 통해 역사, 지리, 인문 지식을 습득케 한다. 그는 “윤희에게 재미있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휴일도 없이 일하셨고 자식들에겐 엄격해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앞에선 늘 긴장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누나는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해요. 아버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 추억이 없어서일 거예요. 저는 자식에게 자상하고 많이 놀아주는 아빠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김혜준 아버지다움연구소 소장은 “1960~1970년대만 해도 유교적 문화가 남아 있어 집안에서 아버지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절대적 권위를 부여받았지만 지금은 아빠들이 개별적으로 가정에서 아빠로서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또 “요즘 아빠들은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선 가족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가족과의 관계가 행복의 제 1요소

육아에서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한 반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박성민씨(39·회사원)는 “외아들 호준(6)에게 인생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아들의 경우엔 아빠의 역할이 중요해요. 아내는 조금만 위험해 보여도 아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지만 저는 제가 어릴 적 어땠는지 기억하니까 웬만하면 다 해보라고 해요. 또 칼싸움, 전쟁놀이와 같이 엄마가 해줄 수 없는 다소 거친 놀이를 함께하면서 모험심도 키워주고 친밀감도 쌓고 있죠. 아무래도 엄마한테만 맡겨놓으면 아이가 남자다움을 잃을 수도 있잖아요. 아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남자로 살려고요(웃음).”

요즘 MBC TV 다큐 예능 <아빠! 어디가?>가 인기다. 연예인과 축구선수로 구성된 5명의 아빠들이 아내 없이 자식들과 1박2일 동안 낯선 시골 마을에 묵으며 부자 또는 부녀가 마음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친구 같은 살가운 아빠가 되고자 하는 요즘 아빠들의 세태를 반영한 이 프로그램 역시 TV 시청자인 일반 아빠들의 육아 동참을 더 가속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래저래 무뚝뚝하고 무심한 아빠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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