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 벙커 40여년만에 최초 공개
50㎝ 두께 콘크리트가 감싼 180평 공간
1970년대 후반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진듯
내달 10일부터 선착순 예약제로 시민 공개
50㎝ 두께 콘크리트가 감싼 180평 공간
1970년대 후반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진듯
내달 10일부터 선착순 예약제로 시민 공개
1일 공개된 서울 여의도 지하벙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문을 닫아둔 지 어느새 10년. 서울시는 구조상 문제점을 해결하고 석면 등을 철거한 뒤인 1일 오전, 지하 벙커 문을 열고 기자들에게 내부 출입을 허용했다.
여의도버스환승센터 한쪽에 놓인 계단을 따라 5m 아래 지하로 내려가봤다. 10m 이상 너비에 길이가 50m에 이르는 595㎡(180평) 규모의 거대한 공간이 펼쳐지자 ‘우아’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거대한 홀 한쪽에는 66㎡(20평) 크기의 방이 연결돼 있었다. 호피무늬 소파가 놓여 있고 개인용 화장실과 샤워장도 따로 설치돼 있었다.
1일 공개된 서울 여의도 지하벙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곳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서울시가 항공사진을 분석해보니, 1976년 11월에는 공사 흔적이 없지만 1977년 11월 사진엔 벙커 출입구가 눈에 띈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1976년 말이나 1977년 초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6년 8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에 의해 숨져 전쟁 발발 직전까지 가는 등 당시 한반도엔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았다.
여의도 지하벙커 내부 구조. 여의도버스환승센터로 내려가면 160평에 달하는 거대한 홀과 함께 20평짜리 방을 볼 수 있다. 아이에프시(IFC)몰과 신한금융투자 건물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도 있지만, 지금은 폐쇄돼 있다.
여의도 지하벙커의 위치. 여의도버스환승센터로 내려가면 160평에 달하는 거대한 홀과 함께 20평짜리 방을 볼 수 있다. 아이에프시(IFC)몰과 신한금융투자 건물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도 있지만, 지금은 폐쇄돼 있다.
여의도 지하벙커 단면도. 지하 벙커는 2.2m의 흙더미 아래에 50㎝ 두께의 단단한 콘크리트가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콘크리트 단면을 잘라보니 작은 틈새(공극)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강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