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전개된 사태가 없었다면 문재인 대표는 아마도 다음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명숙 전 대표가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야당대표들이 이런 식으로 처신하면서 비례대표의 취지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물론 진보정치학자들이 비례대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는 간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또 직능을 대표하고 전문성을 살리는... 이런 취지는 좋다는 걸 국민들도 다 안다. 다만 본래의 취지와 정치꾼들의 도구가 된 현실이 따로 놀고 있으니 고개를 저으며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 등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려면 아직 멀고 먼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정당과 정당 정치에 대한 신뢰가 없는데 그게 되겠는가? 똑같은 도둑놈이라면 차라리 내 손으로 뽑는 게 덜 손해보는 느낌이지.
차치하고...
문재인 대표에게 여기저기서 자기랑 붙어보자고 초청장이 난무하는 데, 얼마나 중심이 없어 보였으면 이리 되었겠는가? 제1야당의 대표로서 먼저 자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가장 황당한 건 조국 교수의 강남 출마 권유. 도대체 그 선거의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 문재인이 강남 지역구 의원이 되어 강남주민의 기득권 지키미 역할을 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대한민국 제일 빤질이 강남 주민들을 바보로 아는 걸까?
노무현이 끈질기게 부산에서 출마한 것은 '영남에서 콩이면 호남에서도 콩'이라는 자기 철학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문재인이 만일 강남에 출마한다면 무엇을 얻기 위함인가? 무조건 장렬히 전사하는 자포의 미학? 알 수가 없다.
지금의 문재인의 모습은 '권력을 위해서랴면 아무렴 어떠랴'의 바람 앞의 갈대 행보다. 옳건 그르건 박근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확실한 이유를 제시했고 실천하는 중이다. 문재인은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건지 국민을 명확히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출마 지역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 출마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왜 거기서 출마하는지 확실한 자기 철학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문재인이 뼈를 묻을 곳은 부산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아 부산에 출마한다 해도, 왜 자신이 부산에 출마해야 했는지 잘 모를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