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은퇴 후’가 고통인 사람들
ㆍ“일 있는 사람이 최고로 부럽지 뭐…”
베이비붐 세대인 현재창씨(58)는 노후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에겐 오지 않은 미래보다 ‘지금’이 문제다. 현씨는 울산 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열심히 일하면 벌이도 나쁘지 않았다. 정년이 정해진 정규직과 달리 사내하청은 일하는 데 무리가 없으면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정규직들도 퇴직 후에 사내하청업체에 재취업해 일하는 경우가종종 있다. 현씨에겐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 살 늦둥이 딸이 있다. 정년까지 부지런히 벌어도 딸의 대학교육육까지 책임지기 빠듯하다.
■“미래가 아니라 지금이 문제”
지난 4월 어느 주말 퇴근시간 즈음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회사가 폐업했으니 장비를 반납하라는 문자였다. 직원 100여명의 두 달치 임금도, 퇴직금도 사장이 들고 사라졌다. 조선업계 경기불황에 따른 원청의 비용 삭감으로 하청업체에서 줄지어 일어나는 일명 ‘먹튀 폐업’이었다. 그렇게 현씨는 직장을 잃었다. 이후 반년 가까이 그의 수입은 ‘0’원이다.
“우리는 하청업체의 배가 아닌 현대의 배를 만들었다”면서 원청에 가서 따졌지만, 비용을 지급했으니 원청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답만 돌아왔다. 처음엔 직원 대다수가 밀린 임금이라도 내놓으라고 싸웠지만,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현씨를 포함해 3명만 남았다. 퇴직금과 근속까지 포기하고 다른 하청업체에 취업한 동료 20명은 옮긴 업체에서도 ‘먹튀 폐업’을 당해 또다시 일자리를 잃었다고 현씨는 전했다.
어린 딸 때문에 전일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아내는 종종 식당일을 해 생활비를 번다. 지금은 평생을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 한 채를 담보로 대출받아 생활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출금도 갚지 못해 그의 전 재산인 집까지 잃을까 매일매일 두렵다. “정규직이면 모를까 우리 같은 하청은 매번 고용 불안에 시달리니 노후 대비 자체를 할 수 없어요. 노후 대비는커녕 당장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데….”
■“은퇴 후에도 은퇴 못한다”
젊어서나 늙어서나 ‘일’이 문제다. 58세에 직장을 잃은 현씨는 오히려 오래 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52.6세였다. 평균 기대수명 81.9세보다 30년 가까이 앞선 시기다. 정년까지 일한 비율은 7.6%로,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은퇴자에겐 약 30년간의 공백기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녀의 취업과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노후 대비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중견기업 임원을 지내고 56세에 은퇴한 자영업자 이모씨(60)는 “요즘은 퇴직 시기가 빨라 대부분 자녀 등록금을 대거나 결혼자금을 준비하다 보면 남는 게 없다”면서 “60도 안 돼서 놀 수는 없으니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은 자영업을 하고 그게 안되면 택시 운전이나 경비 등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 시기는 빠르지만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실질적인 은퇴 연령은 점차 늦춰지는 추세다. 한국 남성의 실질 은퇴 연령은 평균 71.1세(2007~201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여성의 경우도 69.8세로 역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일하는 노인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고령자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1.3%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60~64세 인구의 고용률은 58.3%로 20대 고용률(57.4%)을 이미 추월한 상태다. 문제는 50대 초반에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구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시간제 등 ‘불안정 일자리’라는 점이다.
■일해도 빈곤한 ‘실버 워킹푸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한 골목. 작업복 조끼를 입은 채 리어카에 잔뜩 짐을 싣고 가던 70대 김모씨가 슈퍼마켓 앞 평상에서 걸음을 멈췄다. 가을 햇볕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그의 앞으로, 체크무늬 자켓에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인사를 하며 지나쳤다. “멋쟁이 지나가네.” 중절모의 신사가 답했다.
“일 있는 사람이 최고로 부럽지 뭐!”
김씨의 ‘일’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기초연금 수급자격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하루 3~4시간, 월 34시간 정도 일해 한 달에 20만원을 받는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최대 9개월. 수당 20만원은 2004년 이후 11년째 제자리다.
정부는 2013년 7월 ‘노인 일자리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2017년까지 활동수당을 30만~4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물론 내년 예산안에도 노인 일자리 수당은 20만원으로 묶여 있다. 이런 소일거리라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차상위계층인 변모씨(67·여)는 최근 논란이 된 노인 연령 70세 상한 논의가 가장 큰 공포다. 변씨 역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일을 통해 받는 수당 20만원과 기초연금 20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이 돈으로 방세 20만원과 약값 10만원을 지출하면, 남은 1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틈 나는 대로 폐지를 주워 팔아 보태도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면 이런 복지혜택을 받는 나이 역시 만 70세 이후로 미뤄진다. 이렇게 되면 당장 변씨의 한 달 수입은 40만원에서 ‘0원’으로 바뀌게 된다. 변씨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면 연금도 수당도 받지 못해 당장 단칸방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다. OECD 평균(12.6%)의 4배 수준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래서 노인들은 더 일을 원한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의 79.1%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한다고 답했다. ‘용돈 마련’을 위해 일한다는 노인은 8.6%뿐이었다.
ㆍ“일 있는 사람이 최고로 부럽지 뭐…”
베이비붐 세대인 현재창씨(58)는 노후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에겐 오지 않은 미래보다 ‘지금’이 문제다. 현씨는 울산 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열심히 일하면 벌이도 나쁘지 않았다. 정년이 정해진 정규직과 달리 사내하청은 일하는 데 무리가 없으면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정규직들도 퇴직 후에 사내하청업체에 재취업해 일하는 경우가종종 있다. 현씨에겐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 살 늦둥이 딸이 있다. 정년까지 부지런히 벌어도 딸의 대학교육육까지 책임지기 빠듯하다.

■“미래가 아니라 지금이 문제”
지난 4월 어느 주말 퇴근시간 즈음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회사가 폐업했으니 장비를 반납하라는 문자였다. 직원 100여명의 두 달치 임금도, 퇴직금도 사장이 들고 사라졌다. 조선업계 경기불황에 따른 원청의 비용 삭감으로 하청업체에서 줄지어 일어나는 일명 ‘먹튀 폐업’이었다. 그렇게 현씨는 직장을 잃었다. 이후 반년 가까이 그의 수입은 ‘0’원이다.
“우리는 하청업체의 배가 아닌 현대의 배를 만들었다”면서 원청에 가서 따졌지만, 비용을 지급했으니 원청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답만 돌아왔다. 처음엔 직원 대다수가 밀린 임금이라도 내놓으라고 싸웠지만,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현씨를 포함해 3명만 남았다. 퇴직금과 근속까지 포기하고 다른 하청업체에 취업한 동료 20명은 옮긴 업체에서도 ‘먹튀 폐업’을 당해 또다시 일자리를 잃었다고 현씨는 전했다.
어린 딸 때문에 전일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아내는 종종 식당일을 해 생활비를 번다. 지금은 평생을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 한 채를 담보로 대출받아 생활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출금도 갚지 못해 그의 전 재산인 집까지 잃을까 매일매일 두렵다. “정규직이면 모를까 우리 같은 하청은 매번 고용 불안에 시달리니 노후 대비 자체를 할 수 없어요. 노후 대비는커녕 당장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데….”
■“은퇴 후에도 은퇴 못한다”
젊어서나 늙어서나 ‘일’이 문제다. 58세에 직장을 잃은 현씨는 오히려 오래 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52.6세였다. 평균 기대수명 81.9세보다 30년 가까이 앞선 시기다. 정년까지 일한 비율은 7.6%로,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은퇴자에겐 약 30년간의 공백기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녀의 취업과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노후 대비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중견기업 임원을 지내고 56세에 은퇴한 자영업자 이모씨(60)는 “요즘은 퇴직 시기가 빨라 대부분 자녀 등록금을 대거나 결혼자금을 준비하다 보면 남는 게 없다”면서 “60도 안 돼서 놀 수는 없으니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은 자영업을 하고 그게 안되면 택시 운전이나 경비 등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 시기는 빠르지만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실질적인 은퇴 연령은 점차 늦춰지는 추세다. 한국 남성의 실질 은퇴 연령은 평균 71.1세(2007~201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여성의 경우도 69.8세로 역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일하는 노인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고령자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1.3%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60~64세 인구의 고용률은 58.3%로 20대 고용률(57.4%)을 이미 추월한 상태다. 문제는 50대 초반에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구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시간제 등 ‘불안정 일자리’라는 점이다.
■일해도 빈곤한 ‘실버 워킹푸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한 골목. 작업복 조끼를 입은 채 리어카에 잔뜩 짐을 싣고 가던 70대 김모씨가 슈퍼마켓 앞 평상에서 걸음을 멈췄다. 가을 햇볕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그의 앞으로, 체크무늬 자켓에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인사를 하며 지나쳤다. “멋쟁이 지나가네.” 중절모의 신사가 답했다.
“일 있는 사람이 최고로 부럽지 뭐!”
김씨의 ‘일’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기초연금 수급자격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하루 3~4시간, 월 34시간 정도 일해 한 달에 20만원을 받는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최대 9개월. 수당 20만원은 2004년 이후 11년째 제자리다.
정부는 2013년 7월 ‘노인 일자리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2017년까지 활동수당을 30만~4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물론 내년 예산안에도 노인 일자리 수당은 20만원으로 묶여 있다. 이런 소일거리라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차상위계층인 변모씨(67·여)는 최근 논란이 된 노인 연령 70세 상한 논의가 가장 큰 공포다. 변씨 역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일을 통해 받는 수당 20만원과 기초연금 20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이 돈으로 방세 20만원과 약값 10만원을 지출하면, 남은 1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틈 나는 대로 폐지를 주워 팔아 보태도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면 이런 복지혜택을 받는 나이 역시 만 70세 이후로 미뤄진다. 이렇게 되면 당장 변씨의 한 달 수입은 40만원에서 ‘0원’으로 바뀌게 된다. 변씨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면 연금도 수당도 받지 못해 당장 단칸방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다. OECD 평균(12.6%)의 4배 수준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래서 노인들은 더 일을 원한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의 79.1%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한다고 답했다. ‘용돈 마련’을 위해 일한다는 노인은 8.6%뿐이었다.
대다수 노인에게 일자리는 곧 ‘생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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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도시노령자가 일하고자 할 경우, 농번기에 농촌에서 단기체류하면서 일할수 있도록 지자체간 배려해 주는 시스템(침식제공 등 - 농가빈방이나 마을회관 등에서 무상 잠자리 제공하거나, 읍내 찜질방 입실 비용 지자체에서 지원 등)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