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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거칠어지는 대통령의 입

등록 :2015-11-11 10:57수정 :2015-11-11 16:13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46] 왕후의 입 걸인의 말
어린이·학생 등 모든 국민이 그의 말을 듣고 따라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섬세하고 자상한 면모 지니고 말도 부드럽게 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하고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의 언행은 모두 다 분석과 비판의 대상입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국민들은 샅샅이 알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말과 행동으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점점 더 거칠어지는 것 같습니다. 11월10일 국무회의 발언이 그렇습니다.

 

“이것은 국민들의 삶과 대한민국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입니다.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서 통탄스럽습니다. 모든 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회에서 모든 법안을 정체 상태로 두는 것은 그동안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은 것이고 국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들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가 이것을 방치해서 자동 폐기된다면 국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민생을 외치고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치적 쟁점과 유불리에 따라 모든 민생 법안들이 묶여있는 것은 국민과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이 될 것입니다.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주시고,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역사교과서는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나라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잘못되고 균형 잃은 역사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나라로 인식하게 되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생각하면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측은 다양성을 얘기하지만 현재 7종 교과서에 가장 문제가 있는 근현대사 분야 집필진 대부분이 전교조를 비롯해서 특정이념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가 담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린 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량있는 집필진 구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들이 집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사정’, ‘통탄’, ‘국민이 보이지 않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진실한 사람들’, ‘선택’, ‘혼이 없는 인간’, ‘혼이 비정상’, ‘전교조’, ‘특정이념’ 등 자극적이고 증오와 저주에 찬 어휘가 가득합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본래 좀 사나운 사람일까요, 아니면 요즘 뭔가 화가 나서 말이 거칠게 나오는 것일까요.

 

첫째, 본래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린 시절 전투 이야기가 나오는 역사소설을 좋아했습니다. 알렉산드르 뒤마의 ‘삼총사’를 여러번 읽었습니다. 총사대의 ‘끈끈한 의리’, ‘정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기’를 좋아했습니다. 삼국지에도 푹 빠졌습니다. 삼국지 등장인물들 중에서는 조자룡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삼국지를 읽던 시절에는 동네에서 친구들과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놀았다고 합니다. 어린 소녀가 전투와 전쟁 소설을 좋아했다는 것은 무척 특이한 일입니다.

 

둘째, 화가 난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경제를 살리고 싶은데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서 답답할 것입니다. 국정 교과서로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도록 하고 싶은데 반대 여론이 더 높으니 열이 오를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화가 나면 말없이 눈꼬리가 올라가고 눈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더 화가 나면 거친 말이 쏟아져 나오면서 폭발한다고 합니다. 바로 지금이 그 단계일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셋째, 선거용일 수 있습니다. 내년 4·13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첨예한 대치 전선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실이라면 야당에 대한 역심판론과 고정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말이 험악해지는 이유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고, 둘일 수도 있고, 어쩌면 셋 다일 수도 있습니다. 다 좋습니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찬찬히 뜯어보면 자기 확신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만 옳고 야당이나 반대자들의 생각은 잘못됐다고 확실히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이런 사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위임받은 권한을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봉사자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5년 동안 국정을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말은 품위가 있어야 합니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011년에 ‘스테이트 크래프트’라는 책을 쓴 일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도식적인 ‘역사의 흐름’과 같은 추상적·일반론적 진리를 독점한 채 이를 사회에 강요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특히 인간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타인과 사회에 대한 겸손한 자세가 요청되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충고를 한 것 같지 않습니까?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처럼 헌법의 수호자요 국가의 행위자인 대통령이 반대자들을 원색적인 언어로 비난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국가의 최고제도인 헌법에 대해서까지 비속어를 사용하고 또한 국가운명을 ‘내기걸기’식 언어로 표현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김소운이 쓴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가난한 부부 이야기 세 편을 소개한 글입니다. 첫번째 글에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밥과 반찬이 너무 차이가 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가끔 이런 표현이 떠오릅니다. ‘왕후의 입, 걸인의 말’, 또는, ‘왕후의 기품, 걸인의 언어’라는 표현 말입니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는 말을 좀 부드럽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어린이나 학생들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그의 말을 듣고 보고 따라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그를 선택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따뜻한 여성 리더십을 기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강인하면서도 한편으론 섬세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들에게 그랬고, 당직자들에게 그랬고, 기자들에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에게 섬세하고 자상한 면모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야당 때문인가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의원 때문인가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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