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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강권(强勸)이 없어야 하는데

  다산의 글에 기인전(奇人傳)이자 방외인열전(方外人列傳)에 해당되는 한편이 있습니다. 바로 「장천용전(張天慵傳)」이라는 글입니다. 뛰어난 예술적 기능을 지닌 사람이었으나 이름대로 본디 게으른 사람인데다 신분적으로 하층민에 속하여 크게 현달하지 못한 장천용이라는 사람의 불우한 일생을 애석하게 여겨서 지었던 글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글에는 인간의 자율의지와 자율성이 예술 창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다산의 뜻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어느 달 밝고 시원한 밤에 정자에 앉아있노라니 통소 소리라도 듣고 싶은 생각이 나서 그런 뜻을 전했더니, 누가 말하기를, ‘이 고을에 장생(張生)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피리도 불고 거문고도 잘 뜯습니다. 다만 그 사람은 관청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지만, 누구를 시켜 그를 데리고 오게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내가 ‘시키지 마라. 그런 사람이라면 고집이 있는 것이다. 붙잡아서 오게 할 수 있다 해도 또 어떻게 붙들어서 피리를 불도록 하겠느냐. 네가 그에게 가서 나의 뜻을 잘 전하고 응해주지 않더라도 강제로 오게 하지는 마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다산이 곡산도호부사로 근무하던 때의 이야기였습니다. 사또의 분부라면 장생이야 얼마든지 대령할 수 있었지만, 다산은 억압이나 강권으로 예술인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뜻을 밝혔던 것입니다.

  물론 장생이 관아로 들어와 다산 앞에 앉았습니다. 그는 무턱대고 술을 가져오라고 요구하여 원 없이 마시고는 실컷 곯아떨어져 잠만 자고 말더니, 마침내 깨어나 통소보다는 오히려 그림이 장기라면서 수묵화를 그렸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예능인이나 학자의 자율성과 자율의지를 최대한 보장해줄 때에만 훌륭한 예술작품이나 학문적 업적이 나올 수 있다는 다산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음을 거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다산은 『대학공의(大學公議)』라는 경전연구서에서도 ‘재지어지선(在止於支善)’이라는 경문(經文)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지극한 선에 이르러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함’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면서, ‘지극한 선’에 이르는 것도 자신의 수양과 인격도야를 통해서 가능하게 해야지, 억압이나 강권을 통해 사람마다 ‘지극한 선’에 이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 갈고 닦아서 도달하게 해야지 요·순(堯舜) 같은 임금들도 백성들이 지선(至善)에 이르도록 강권하지는 않았다(只是自修 堯舜不強勸民使至於至善也:『대학공의』)”라는 대목이 그런 내용입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창조’라는 말은 수없이 강조되면서도, 모든 일들이 자율적이거니 창조적인 능력을 키워주기보다는 억압과 강권으로 처리하는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예술작품의 공연에 ‘사전검열’이라는 신문기사가 나오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 등도 자율의지나 자율적인 창조행위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200년 전의 다산이 그래서 그리울 뿐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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