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절벽 2016 | |
기사입력 2015.12.03 17:19:04 | 최종수정 2015.12.03 17:25:19 |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올해 주택 인허가가 빠르게 늘어 주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74만채에 이른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 건설이 진행됐던 1990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분양 물량도 51만가구에 달한다. 1~2년 뒤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서울 등 부동산 가격은 벌써부터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주택 수요 측면에선 이미 `인구절벽`에 부딪쳤다. 만 15~64세인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그만큼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대세는 막을 수 없다. 베스트셀러 `인구절벽`을 쓴 해리 덴트는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소비 성장을 이끌 다음 세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 거품이 곧 꺼질 것이고 일본의 모습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집값 하락은 무주택자에게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충격파는 상상 이상 일 수 있다. 막대한 분양에 따른 주택담보 집단대출은 올 하반기 급증했다. 정부가 뒤늦게 고삐를 조이려고 한다. 가계부채가 곧 직면할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즉 기준금리 제로시대의 종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3일 연설에서 12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준이 올 12월 0.25%포인트를, 내년 중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1.0%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점진적`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 게 다행이긴 하다.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3년3개월간 1.00%에서 무려 5.25%까지 인상한 바 있다. 관심사는 한국은행의 움직임. 한은은 미국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곧바로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암시해왔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심해지고 환율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지면 한은도 어쩔 수 없다. `슈퍼달러` 미국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 크게 늘어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내년에는 얼마나 진행될지 주목해야 한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의 충격은 곧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위기 극복의 선두에 섰던 기업들은 저성장 늪에 빠졌다. 조선 건설 해운 등 위기 업종은 물론이고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는 늘어나지만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수출은 매달 감소세다. 무역협회가 내놓은 내년 산업별 수출기상도는 `맑음` 업종이 하나도 없다. 주력 업종 대부분이 `흐림`이다. 중국 기업의 추격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더욱 공포스럽다.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재계에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 3~4년간 손을 대지 않으면서 폐해는 눈덩이처럼 쌓였다. 이를 한꺼번에 정리하려면 그만큼 고통과 갈등이 심할 것이다. 가장 두통거리는 정치판이다. 내년은 총선, 2017년은 대선의 해다. 국가적 이슈가 2년간 정치바람에 묻힌다. 총선 후보들과 대선주자들의 포퓰리즘성 공약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야당의 `무상시리즈`나 여당의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나라 살림에 부담을 주고 논란이 됐던 이슈들은 대부분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나왔다. 세종시를 오가느라 무기력해진 정부 관료들은 긴 동면에 들어가고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은 제자리걸음하기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각종 절벽에 부닥친 경제·정치 여건도 문제지만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희망이 없다고 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의욕을 잃어버린 청년들,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 중년들, 갈수록 가난해지는 노년들. 부자는 돈 굴릴 곳도 쓸 곳도 없고, 가난한 사람은 돈 벌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계층별·세대별로 미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점점 희망절벽에 다가서고 있다. [김정욱 지식부장] [ⓒ 매일경제 & |
희망절벽 2016
기사입력 2015.12.03 17:19:04 | 최종수정 2015.12.03 17: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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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6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인구절벽, 고용절벽, 부동산절벽 등 각종 절벽론이 난무한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올해 주택 인허가가 빠르게 늘어 주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74만채에 이른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 건설이 진행됐던 1990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분양 물량도 51만가구에 달한다. 1~2년 뒤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서울 등 부동산 가격은 벌써부터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주택 수요 측면에선 이미 `인구절벽`에 부딪쳤다. 만 15~64세인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그만큼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대세는 막을 수 없다.
베스트셀러 `인구절벽`을 쓴 해리 덴트는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소비 성장을 이끌 다음 세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 거품이 곧 꺼질 것이고 일본의 모습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집값 하락은 무주택자에게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충격파는 상상 이상 일 수 있다. 막대한 분양에 따른 주택담보 집단대출은 올 하반기 급증했다. 정부가 뒤늦게 고삐를 조이려고 한다.
가계부채가 곧 직면할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즉 기준금리 제로시대의 종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3일 연설에서 12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준이 올 12월 0.25%포인트를, 내년 중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1.0%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점진적`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 게 다행이긴 하다.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3년3개월간 1.00%에서 무려 5.25%까지 인상한 바 있다.
관심사는 한국은행의 움직임. 한은은 미국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곧바로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암시해왔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심해지고 환율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지면 한은도 어쩔 수 없다. `슈퍼달러` 미국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 크게 늘어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내년에는 얼마나 진행될지 주목해야 한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의 충격은 곧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위기 극복의 선두에 섰던 기업들은 저성장 늪에 빠졌다. 조선 건설 해운 등 위기 업종은 물론이고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는 늘어나지만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수출은 매달 감소세다. 무역협회가 내놓은 내년 산업별 수출기상도는 `맑음` 업종이 하나도 없다. 주력 업종 대부분이 `흐림`이다. 중국 기업의 추격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더욱 공포스럽다.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재계에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 3~4년간 손을 대지 않으면서 폐해는 눈덩이처럼 쌓였다. 이를 한꺼번에 정리하려면 그만큼 고통과 갈등이 심할 것이다.
가장 두통거리는 정치판이다. 내년은 총선, 2017년은 대선의 해다. 국가적 이슈가 2년간 정치바람에 묻힌다. 총선 후보들과 대선주자들의 포퓰리즘성 공약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야당의 `무상시리즈`나 여당의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나라 살림에 부담을 주고 논란이 됐던 이슈들은 대부분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나왔다. 세종시를 오가느라 무기력해진 정부 관료들은 긴 동면에 들어가고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은 제자리걸음하기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각종 절벽에 부닥친 경제·정치 여건도 문제지만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희망이 없다고 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의욕을 잃어버린 청년들,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 중년들, 갈수록 가난해지는 노년들. 부자는 돈 굴릴 곳도 쓸 곳도 없고, 가난한 사람은 돈 벌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계층별·세대별로 미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점점 희망절벽에 다가서고 있다.
[김정욱 지식부장]
[ⓒ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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