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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눈’이 보는 세상에도 희망을
유 지 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지난 일요일, 나는 지하철을 타고 극장에 갔다. 오는 길에 재래시장 길목에서 따뜻한 장터국수를 사 먹었다. 국숫집에서만 현금을 냈고, 나머지는 다 신용카드로 지불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시티즌포, Citizenfour〉(2014)를 보자 영 기분이 꺼림칙하다. 내 행적과 취향 모두 정보화되어 ‘빅브라더’에게 전송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암호를 통해 에드워드 스노든과 접선에 성공한 로라 포이트라스와 〈가디언〉 기자 글렌 그린월드가 8일간 홍콩 호텔에서 비밀리에 찍은 〈시티즌포〉는 정보감시망의 활약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스릴러 장르영화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이 기록물은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상을 수상하며 한국에도 최근 개봉했다. 극장은 한산했지만, 정보감시 세상의 민낯을 보며 한숨 쉬는 소리도 새어 나온다.

스노든 다큐 〈시티즌포〉, 정보감시 세상의 민낯을

  2013년부터 뉴스를 통해 소개된 이 특급 정보는 올리버 스톤 연출의 〈스노든, Snowden〉으로 2016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NSA와 CIA에서 IT 전문가로 일했던 스노든은 감시 프로그램, 즉 인터넷 통신망, 페이스북, 구글 이메일 등을 통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 사람들을 감시한다는 초특급 정보를 털어놓는다. 그가 기밀을 하나씩 털어놓으면, 마주 앉은 그린월드가 기사를 쓴다. 그 기사는 뉴스를 타고,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스노든을 잡으려는 미국 정부에 대항해 그를 도우려는 힘도 있다. 러시아 공항에서 40여 일간 숨어지내던 그는 결국 러시아로 망명하게 된다.

  “스노든이 공개한 내용은 우리의 프라이버시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노든은 물론, 다른 내부 고발자의 용기에 감사하며,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는 그린월드를 비롯한 많은 언론인과 이 상을 나누고자 한다.”는 포이트라스의 수상 소감은 ‘천 개의 눈’이 보는 세상에서도 살 길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작품의 존재는 눈치 보는 언론 위에 또 다른 미디어의 존재, 즉 막강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독립 다큐멘터리의 힘과 기능을 전해준다. 세계영화제를 휩쓸며 극장에 개봉되는 놀라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들은 기자나 탐사보도 출신인 경우가 많다.

  그러고 보니 유사한 영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1998)는 평범한 남자 트루먼을 지켜보는 24시간 리얼리티쇼에 관한 영화이다. 첫눈에 반한 메릴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던 트루먼은 모든 것이 통제된 세트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익사한 줄 알았던 아버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통제 밖의 계기가 일깨워준 셈이다. 그는 통제된 일상을 벗어나려고 배를 타고 도망가지만 하늘도 바다도 다 세트인 벽이다. 창조주 같은 피디의 협박에 저항해서 세트 세상을 박차고 나가는 트루먼을 보며 탄생부터 그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환호를 보낸다.

정보 권력에 대항해, 시민의 자유를 위한 노력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2002)는 2054년 워싱턴을 무대로 펼쳐진다. 벌어질 상황을 예측해 범죄자를 미리 처단하는 첨단시스템으로 사회 안전을 우선시하는 미래 세상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시민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통제의 정당화라는 한계가 밝혀진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스릴러 영화 장르는 네트워크 권력을 드라마의 쟁점과 스펙터클로 다루고 있다. 첩보원 제이슨 본이 국가 권력에 봉사하다가 버려진 후, 도피하며 저항하는 ‘본 시리즈’는 지구촌 어디나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CCTV 스펙터클 액션을 보여준다. 한국의 범죄 스릴러 〈감시자들〉(2013)도 정보 감시와 통제의 힘에 방점을 찍는다.

  안전을 위해 곳곳에 위치한 CCTV들, 많은 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은 늘 무언가 전송한다. 판옵티콘을 빌어 푸코가 경고한 규율사회는 정보화 흐름을 타고 통제사회로 진전되었다. 정보의 제국 속에서도 양심과 용기를 갖춘 탈주는 연대의 희망을 보여준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여 목숨을 건 단식을 감행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받아보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도 정보사회의 또 다른 힘이기 때문이다.

  영웅 또는 배신자로 불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과거 나는 정부를 위해 일했지만, 이젠 대중을 위해 일한다. 나는 그저 목소리를 내는 한 시민일 뿐“이란 스노든의 답도 여기에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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