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제 글에 대한 댓글들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안철수 의원님께 헌신을 요구했던 만큼 지지자 여러분께 안 좋은 반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단순히 일부 지지자들의 열정과 믿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입니다. 또한 총선까지 7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심마저 돌아서고 있으니 반전의 기회를 찾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제3당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안철수의 정치 생명 역시 위태롭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재영입 취소 논란, 한상진 국부 발언, 이희호 여사 녹취록 파문, 당내 갈등 심화, 교섭단체 구성 난항, 문재인 사퇴, 국민의당 지지율 급락 같은 심각한 악재들 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저 역시 이제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건 안철수를 응원하기 때문이고, 제가 생각하는 한 가지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저 자기 논리와 다르다고 비판 아닌 비난만 하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제 글의 요지는 안철수 차기 대선 불출마, 부산 출마 두 가지였습니다. 대선이라는 단기 목표를 잠시 손에서 놓고, 안철수 정치라는 장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총선에서 제3당이 실패한다면 안철수의 차기 대권 가능성도 낮아지고, 그나마 총선에서 재선한 호남 의원들은 신당 실패 책임을 두고 안철수계와 갈등하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려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어려워진 총선과 대선이라면 차라히 대선이라는 단기 목표를 잠시 접어두고, 장기 목표를 위해 총선에 자기 자신을 걸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손학규에게 자신의 대권 불출마 선언을 조건으로 하여 함께 하여야 할 것입니다. 손학규는 대권을 위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과거가 있고, 민주당 내에서 본인 입지와 70세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안철수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흥미로운 흥정 조건이 될 것입니다. 정계 은퇴를 핑계로 강진에 숨은 손학규가 기다리는 것은 총선 패배 후 야권의 지도자로서 대선 후보로서 문재인, 안철수 대신 본인이 정계 복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손학규를 만약 양당 구도 타파, 낡은 정치 청산, 정권 교체라는 명분으로 강진에서 여의도 대권 후보로 불러낸다면 제3당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는 부산에 출마하여 제3당이 호남 수도권 야권 분열이 아닌 중도 보수로의 외연 확장이라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안철수는 야권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야권 주도권을 잡으려고만 하였고, 이제 여의치 않자 여야 격전지역인 수도권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악수를 두고 있습니다. 새정치의 이미지마저 퇴색된 섣부른 호남 신당 흡수 통합, 교섭단체를 위한 탈당 구걸, 김종인 비난, 제3당의 필요성만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이를 어떻게 보시고 있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이미 많은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선거 운동을 시작한 상황에서, 총선이 불과 70여 일 남은 상황에서, 창당도 하지 못하고 선거 컨트롤 타워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가게 인테리어 이야기나 하고 계실 생각이신지요.
안철수는 반드시 부산에 출마하여 상황을 반전시켜야만 합니다. 다시 바람이 불어주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안철수 본인이 바람을 일으켜 신당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본인의 정치 내공과 세력부터 단단히 다져야 대권도 가질 수 있고 정치도 바꿀 수 있습니다. 대선 불출마 선언, 손학규 신당 합류, 안철수 부산 출마 선언이라는 승부수를 던진다면 부산에서 바람도 시작될 것입니다. 당권을 쥐고 부산 바람을 일으켜 호남에서 탈당파 의원들을 대신하여 안철수의 뉴DJ들을 당선시키고, 수도권과 부산 일부에서 안철수계가 선전한다면 차기 대선은 놓아두더라도 본인의 정치 입지는 오히려 확고해지는 것입니다.
교섭단체 구성에 매달리셔도 거물급 정치인 영입에 매달리셔도 안 됩니다. 탈당을 구걸하면서까지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총선을 위한 바람을 일으킬 수 없으며, 거물급 정치인을 영입하려 해도 충분한 명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일일 뿐입니다.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 거물급 정치인을 영입하는 것 모두 총선에서 제3당이 성공하고 난 뒤에 이루면 될 일입니다. 지금처럼 악재들이 거듭된 상황에서 교섭단체와 거물 영입에 매달리는 것은 아무 소용 없습니다.
당장 눈 앞의 대선이 전부가 아닙니다. 대권을 잡더라도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양당 구도를 제대로 타파하지 못하면 식물 국회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개헌하여 최소 중임하지 못한다면 5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나라 정치를 바꾸기에 한없이 모자랍니다. 여당에서 반기문을 내세우더라도 2012년 안철수처럼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정치인 안철수가 되어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인 안철수로서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가는, 바꾸어나가는 위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디 응원합니다.
깜짝 반전 쇼는 없더라도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정책들을 하나하나씩 내면서 점차 안정화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