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 간단히 써보려 합니다.
그래도 길어질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니, 짧고 경쾌한 글을 기대하는 분은 그냥 넘기시면 되겠습니다.
사회구성체론에 입각한다면..
대한민국은 조선봉건제 말기, 일본에 주권을 빼앗기는 치욕으로 20세기를 맞았습니다. 서구역사를 보면 봉건제 절대왕정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자발적인 시민혁명을 겪은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과정을 생략당한 채 일제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동서냉전의 접점에서의 강제적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까지 순탄치 못한, 격동의 역사를 지내왔습니다.
서구의 시민혁명은 정치형태를 바꾼 것 뿐만 아니고, '시민'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 천부적 인권과 사람들의 의식도 평등과 연대를 지향하는 것이 상식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우리말에 아직도 존대말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장점도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아직도 '봉건제'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함에 따른 '의식구조의 잔재'로 볼 수 있습니다.
나이나 '기수'에 따라 절대적인 서열이 매겨지고 그에 따라 존대와 하대를 당연시 한다는 것은, 손자가 자기 할아버지를 'you'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은 서구와 우리나라의 다른 점입니다.
저의 가설 - 우리나라는 재벌봉건제 국가이다.
직접적 시민혁명의 기회를 상실한 대한민국은 그래도 '압축성장'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듯, 강력한 산업화와 '87년 민주화체제'를 통해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서 급속히 선진국을 따라잡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누구는 박정희씨의 영도력에 산업화 성공의 방점을 두지만, 개방후 중국의 급성장에서 보여지듯, 근면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했던, 양질의 노동력을 가진 농촌인구가 산업화 수요로 도시로 대거 흡수되면서, 우리 부모님 세대, 혹은 형님, 누님의 고군분투로 우리의 경제발전은 가능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길게 보면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재벌의 뿌리는, 결정적으로 일제가 물러간 후 소위 적산분배를 통해, 혹은 정주영씨 케이스처럼 자수성가형으로 한국전쟁과 70년대 베트남전쟁, 중동건설 등을 통해 정권과의 유착을 근간으로 급성장합니다. 최소한 노태우 정권 시기까지는 재벌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고 그 생사여탈의 권한이 정권에 있었지만,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시점 이후부터는 추세적으로 재벌은 정치권력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급기야, 정권을 잡고 있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고백할 지경에 이르른 것이지요..
무소불위의 대한민국 재벌
공정거래위원회라는 곳은 국가가 경제주체들간의 불공정거래나 불법적 관행을 제어하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정위는 그 기능을 상실한 상황입니다.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공정위에 신고/접수한 중소기업은 거꾸로 망해가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몇 년 전에 현대자동차는 현재 축구협회장을 하는, 정몽구씨의 아들이 그룹의 실세로 자리잡아가면서 'NEW THINKING, NEW POSSIBILITY'라는 광고문구를 통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조직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고등학생을 산업훈련생이라는 명목으로 채용해서 과로사로 사망케 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대여섯살 어린이들을 공장에 밀어넣고 십수시간을 노동착취했다는 전설의 영국 초기자본주의도 아니고, 선진국 문턱에 있다고 자청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 그것도 가장 큰 제조업체에서 자행된 노동착취 과로사는 도저히 '새롭게 생각할 수도, 가능해서도 안되는' 폭거입니다.
이미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장악, 푼돈 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계열사를 빙자해서 일감을 재벌 자녀나 관계자에게 몰아주는 등,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스스로가 내수시장을 피폐화시켜서 자신들의 목줄이 죄어 오는 것도 모르고 눈앞의 이익과 성과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재 재벌의 모습은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갈 길을 잃었던 민주개혁세력과, 현재의 문재인그룹
지금은 정의당에 가있는 천호선씨가, 과거에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 말할 때, 자신들은 최선을 다했다..도대체 뭐가 문제였냐고, 마치 억울하다는 투로 항변하는 내용의 기사가 생각납니다. 우리 역사의 아이러니는 소위 민주개혁세력이 정권을 잡았던 시기가, 경제 외형지표가 아니고 서민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불행한 일이 많이 벌어진 시기입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장은 곧 질좋은 일자리를 의미했습니다만, 97년 외환위기 이후 밀어닥친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우리의 고용구조를 압살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조조정 때문에 실직한 가장이 등산객을 위장하여 산을 다니게 되고, 이후의 과정은 우리 모두가 너무도 생생하게 겪어 냈습니다.
일자리를 얻는 것이 힘드니까 결혼을 기피하게 되고, 결혼을 한다 한들 육아비용이 무서우니까 한 자녀만 낳게 되고, 생활고에 찌들린 힘없는 백성들은 가거대교에서,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심지어는 요즘 유행하는 자살사이트를 통해서, 자살이라는 최악의 방식으로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외쳤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것으로 기대했던 당시 집권 측의 386과 민주개혁세력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했던 것인가요?
박근혜 당선의 일등공신은 문재인이었다.
노무현대통령의 서거는 자신의 삶의 회한을 정리하고, 마지막 당신의 몸을 바친 대한민국의 정치발전과 미래희망을 위한 극단적 선택이었고, 87년 민주화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져만 가던 투표율은 기록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정치무관심 대중을 각성시켰고, 누군가가 잘만 선도하면 현재의 집권세력을 압살시킬 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는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어코 안철수의 보따리를 빼았았던 문재인은 끝까지 안철수의 도움을 받으면서 역전의 순간까지 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집권후 친노 기득권 포기선언 안하고, 지역구 의원직 반납이라는 하등의 고민거리도 아닌, 코딱지만한 결단도 하지 못한 채, 국정원 여직원을 가둬놓고 벌였던 유치한 첩보전의 역풍으로, 기록적 투표율의 결과가 여당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미증유의 사태를 야기한 것입니다.
2002년대선 노무현 승리의 주요 동력이 당시 수도권 40대였는데, 딱 10년 후 수도권 50대는 거꾸로 문재인을 '심판'했습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공과를 따지지 않겠습니다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2007년 대선에서 '품질불량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은 참여정부하 민생의 팍팍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를 정치로 불러낸 당사자 문재인과 친노그룹
2012년 4월 총선은 야당의 깃발만 꼽으면 당선이 수월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명박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압도하는 가운데 '혁신과 통합'이라는 단체를 들고 현실정치에 진입한 문재인씨는 혁신도 통합도 하지 못한 채, 친노/486 패거리 공천으로 결국 총선을 망쳤고, 보다 못한 안철수는 급기야 정치참여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다 지나간 얘기지만, 결국은 친노세력과 문재인은 눈앞의 작은 이익을 꾀하느라고 제 1당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박근혜를 제압하고 자연스럽게 대권을 스스로의 힘으로(노통의 서거의 유산으로..) 집권할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찬 셈입니다.
결국, 안철수 정치참여는 아이러니하게도 친노패거리의 작품입니다.
안철수의 역할
얘기를 정리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은 '형식적'으로 민주주의 공화국이지만, 제 판단으로는 재벌봉건제국가입니다. 온전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닙니다. 재벌이 하면 되고, 탈세를 해도, 분식회계를 해도 휠체어만 타면 면죄부입니다. 법도 규제하지 못하고, 국가는 그들을 영원한 우상으로 대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흔한 표현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게 진리입니다.
어느 때는 이건희씨 딸들의 패션을 두고 각 언론사들이 침 튀기게 칭찬하기 바쁩니다. 한쪽에서는 숫한 백성들의 자살소식이 보도의 뒷전으로 사라지는 순간에도 봉건공주님들의 패션을 화제로 아첨이 하늘을 찌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벼랑끝에 몰려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바닥을 보이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재생산이 중단된 국가, 젊은이들이 땅만 쳐다보는 국가, 서로가 서로을 믿지 못하고, 남을 밟고, 타고 넘어야 겨우 입에 풀칠하는 아비규환 직전입니다.
새누리당은 말할 필요도 없고, 2등만 하면 본전이라는 기존 야당에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안철수가 재벌 해체를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모든 것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돌이키려는 노력은 치열하게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무소불위의 재벌봉건제를 해체할 길은, 그리고 좀 엉뚱한 얘기같지만, 친일파 청산의 문제도 결국은, 그 물적 토대를 와해시킴으로서만 가능합니다.
강제와 억압이 아니고, 상식과 진리, 도덕의 부활로 그들을 준엄히 꾸짖을 것을 기대합니다.
저는 이러한 기대를 가지고 안철수의원을 지지하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지난 1월13일 안변희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정치가가 초인도 아니고 모든 분야를 총 망라해서 다 알고 있겠습니까 중요한것은 어떤 자세라고도 보는데 어떤 좋은 방법론이나 인물이 등장하면 여야를 떠나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일을 하고 그래야 하는 것이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사람들만 정치하면 안철수님은 정치 안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뭘 몰라서 무능력 하다는게 아니라 어떤 기본적인 자세가 안되어 있어서 무능력 하다는 말이 나오는건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