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 노원 출마선언문(전문)
제가 여러번 약속드렸던 것 같습니다. 상계동을 떠나지 않겠다고.
‘부산으로 가라, 서울 어디 다른 지역으로 가라’..
여러가지 얘기들이 있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 남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유는 너무 간단합니다.
상계동은 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따뜻하게 품어주신 정치의 고향이고 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용기를 주시는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신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결심을 맨 먼저 여기에서, 상계동 발달 장애인들이 직접 일하시는 따뜻한 카페에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출마선언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 상계동 주민들께 보내드리고 싶었던 감사편지입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말씀하십니다.
“요즘 안철수 얼굴이 예전 같지 않아.” “이제 정치인 같애” “갑자기 늙은 것 같애.”
걱정해 주십니다. 해맑게 웃던 예전 모습을 다시 보고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아, 솔직히 정치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좋을 때는 물론이고 어려울 때에도 말 걸어주시는 상계동 주민들이 계셔서 잘 견디고 있습니다.
평소 도통 말이 없는 아내가 말합니다. “괜찮다”고요
사람들 손가락질을 받아도,
호사가들의 안주거리가 되어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어도,
여의도의 아웃사이더가 되고, ‘정치9단’, 소위 정치 9단의 비웃음거리가 돼도.
아내는 말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그 마음만 변하지 않았다면 “괜찮다”고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정치권의 낡은 관행, 관성 앞에서 지난 3년 반은 짧았고 저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기대와 희망을 아직 현실로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약속드립니다.
지금까지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상계동 주민 여러분께 보답하기 위해서
더 힘차게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약속 드립니다.
정치 배우라고 하신 건 아니잖습니까? 정치 바꾸라고 하셨잖습니까.
제가 상계동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꿈꾸는 상계동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 허황되게 거창한 것 아닙니다.
작은 변화로부터 우리 삶을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낫게,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드는 겁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저는 진짜 변화를 만드는 정치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꿈꾸는 정치는 내 아이들이 미래를 맘껏 그릴 수 있는 정치입니다.
제가 꿈꾸는 정치는 아이들의 꿈 꿀 권리가 온전하게 보장되는 정치입니다.
제가 꿈꾸는 나라는 내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정치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거기 나왔던 쌍문동 골목 그 아이들처럼 ‘아랫집, 윗집’ 구분 없이 함께 웃고 울고, 함께 꿈꾸고 함께 이뤘던… 사실은 얼마 전 ‘우리 과거’를 지금 내 아이가 다시 경험하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상계동 아이들이 그렇게 되게 만들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 격차 해소는 제가 정치를 하면서 가장 이루고 싶은 일 중 하나입니다.
너무나 많이 가져가는 소수, 그리고 빈손만 남은 대다수가 불안하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소득 뿐이겠습니까. 격차가 커지면서 이웃끼리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남녀격차, 세대격차, 지역격차도 여전히 심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해법은 ‘정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치를 통해서 이 격차를 줄이고 따뜻한 골목, 따뜻한 도시, 따뜻한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부모의 지갑 크기가 내 아이의 희망 크기와 비례해서는 안 됩니다.
아파트 평수가 내 아이의 꿈의 크기를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기회의 출발선은 같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회가 사라지면 꿈도 미래도 사라집니다.
출산, 보육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누구나 교육받을 기회는 그 어떤 환경에서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치가, 국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희망하는 일이 또 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일자리를, 또 아버지가 딸의 일자리를 서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희망합니다.
인간에 대한 존엄과 예의가 금수저, 흙수저 ‘수저 색깔’에 따라서 정해지지 않는 사회를 희망합니다.
내 딸과 아들이 강추위 속에서 소녀상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미래를 희망합니다.
이곳 상계동에서 태어난 내 아이와 저 멀리 평양 시내 어디에선가 태어난 아이가 서로 저주와 총부리가 아닌 책과 축구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미래를 희망합니다.
변화는 가능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변화를 원하면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의 꿈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희망과 꿈. 바로 정치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치는 상상하고 꿈꾸는 일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일입니다.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이) 목사는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오랜 세월을 지나서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킹 목사는 또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날지 못한다면 뛰십시오. 뛰지 못하면 걸으십시오. 걷지 못하면 기어가십시오.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 역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기할 일이었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늘보다 조금은 나아질 내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오늘, 상계동 주민들게 드리는 편지, 출마 선언이라는 형식으로 드리는 편지는 작은 실천선언이기도 합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두렵습니다.
낡은 것으로 새로운 무엇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작은 변화부터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비전을 만드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노원구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곳 상계동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우공이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산도 바다도 옮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공이산의 믿음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겠습니다.
그 길에 한 번 더 동행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안철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