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이 없었다면 정청래에게 오늘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다.
탈당후 국민의당이 결성되어 위기에 몰린 문재인은 김종인을 불러들였고, 환골탈태하는 모양새라도 연출해야 하는 더민당에서 제물로 삼은 것이 정청래라고 본다.
지난 12월 안철수는 탈당하면서 '외부의 강한 충격'을 통해 야당을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후 여러가지 현상을 낳았지만 정청래 컷오프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안철수가 탈당하기 전, 당 혁신의 주요내용으로 거론한 것이 막말/갑질하는 정치인에 대한 경고였는데, 그 경고가 말로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어떤 의미로든, 지금 김종인이 정치권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결국 안철수로 인한 것이다. 만일 안철수가 탈당하지 않고 당내에 남아 있었더라면 문재인 대표체제가 유지되었을 것이고, 불과 총선을 한달여 남은 지금쯤 다들 빤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숙명처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며 김종인이 등장할 일도 없었다.
좀 웃기는 얘기지만, 오늘 김종필씨 출판기념회에서 김종인과 안철수가 나중에 한 번 만나자고 했다는데, 김종인은 안철수를 만나게 되면, 지금 같은 자리에서 난생 처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데 대한 안철수한테 감사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안철수와 김종인의 관계의 겉모습은 안철수가 맨날 당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안철수라는 1인이, 더민당을 흔들고, 김종인을 불러들이고, 김종인으로 하여금 정청래와 같은, 안철수가 정리되었으면 하는 정치인을 정리하도록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나는 안철수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양보이후 지금까지 '갑'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