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흐름과는 반대 현상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안의원 탈당 직후가 가장 '호시절'이었다면, 지금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고, 메세지 통일부재, 지도부 이견과 갈등으로 추세적으로 어려움을 겼었던 반면, 더민당은 김종인 영입이후부터 공세적으로 국민의당을 압박한 결과의 최대치가 최근이지만, 결국은 새정연 당시 지지율로 회복된 것에 불과합니다.
국민의당은 초기의 기세를 타고 호남을 '빠르게' 장악후, 충청/수도권으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하지만 야권의 심장 호남을 확실히 장악한 것은 튼튼한 베이스캠프를 만듦과 동시에 더민당의 뿌리를 파냈다는 점에서 완승입니다. 현재 수도권이나, 특히 젊은 층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는 호남기반을 닦기 위해서 취해야 했던 포지션(지역할거 정당이라는 구태정치 딱지)에 따른 불가피한 손상인 측면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투표 전까지 젊은 층과 '호남과 독립된 부분'의 수도권 표심을 얼만큼 회복하느냐가 중요한 숙제입니다.
간단히 제 생각이 미치는 범위에서 각 당의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대전제 : 치솟을 투표율
이번 총선은 직전 총선의 투표율(54%)을 훨씬 뛰어넘어 70%이상을 기록할 공산이 커보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중 '투표 의향'항목을 보면 지역 불문하고 80%~85% 정도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통상 실제 투표율이 예상투표율보다 10%가량 빠진다고 가정할 때 예상할 수 있는 투표율입니다. 국민의당 창당은 이번 총선이 어떻게 귀결되던 국민적 관심 속에서 치루어질 것이 분명한 바, 이는 안의원과 국민의당이 대한민국 정치에 그 존재 자체로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2. 새누리당
사실 새누리당에 대해 관심을 둘 일이 없었는데, 단지 집권자에게 잘보이는 간신이냐, 국가로 봐서는 충신이냐에 따라 공천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지금 이 나라가 '수첩공주의 겨울공화국'인지,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비박/친박/진박에 따라 정치적 생사가 갈리고 있으며 유승민의원을 중심한 합리적 보수세력의 이후 선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국 집권자의 '오만'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표로 응징하느냐의 문제인데, 이런 측면에서 기존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국민의당이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 김영환 의원의 새누리 공천탈락의원 영입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그 결과를 기대해봅니다.
만일, 한 두명이라도 국민의당 합류로 현실화될 경우, 유권자들이, 특히 새누리지지층이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유승민계열의 몰락에 대한 동정과 집권자의 오만함에 염증을 느끼는 새누리지지층의 이탈과, 영남지역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호남기반 국민의당'에 대한 '지역적 선입견'을 일부 희석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3. 하향 반전한 더민당
김종인이 사용할 무기가 다 떨어졌습니다. 겉으로 보면 김종인의 필리버스터 셀프중단이후 국민의당에 대한 통합/단일화 압박으로 재미를 본 것 처럼 보이지만, (제 판단으로는) 호남에서의 완전한 패배에 대한 열패감 때문에 상대측이 받을 수도 없는, 감정적이고 무례한 압박을 행사했으며, 결국 그간 제1야당이 늘 사용했고, 마치 상식처럼 관철시켰던 강력한 수단을 김종인 스스로가 '저열한 정치공작'을 통해 말아 먹은 셈입니다.
만일, 매우 정중한 방법으로, 하지만 집요하게 단일화압박을 행사했더라면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궁지에 몰릴 수 있었지만, 고맙게도 더민당의 전가의 보도와 같은 카드를, 지푸라기도 베지 못할 종이칼로 만든 장본인이 결국 김종인입니다. 김종인의 세치 혀가 결국 더민당을 벤 것입니다.
단일화 압박이후 김종인의 국면전환 키워드는 박근혜 경제실정론입니다. 그런데 파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민주화를 입으로는 주장하지만, 김현종/주진형을 그럼 왜 들였느냐고 물을 경우 변명할 수 없습니다. 입으로는 민생을, 실제로는 재벌을 보듬는 행위는 '정신분열적 경제민주화'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비례대표 공천파문도 김종인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공정 담론'이 가짜임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흙수저, 금수저 백날 얘기해봐야 비례대표로 '불량 금수저'를 뽑아놓고, 말로만 하는 경제민주화와 민생, 차별철폐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임이 보도를 통해 유권자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기는 세상은 커녕, 자기들이 영입한 여성 디자이너를 씹다 버린 껌처럼 내치는 행위는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현역 컷오프야말로 더민당 하향반전의 백미입니다. 더민당의 팬덤 지지층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정청래 탈락은 더민당 온라인 지지층을 패닉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본인이 오늘 저녁 결과를 수용하고 더민당 지지를 호소했지만 쉽게 수습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치전면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지지를 받았던 문재인의 잠수는 더 이상 '침묵이 금'이 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지만, 그렇다고 어디 다닐만한 곳도 없습니다. 호남을 갈 수도, 지역구에 출마하기에도 자신 없는 사람이 대권후보지지율 1위라는 점은 역설적입니다.
더민당은 동력을 상실했고, 지금까지는 김종인의 입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 말때문에 화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북한붕궤론, 개성공단 철수 찬양, 햇볕정책 파기주장, 민노총 망언 등의 쏟아낸 말들은 전부 60년 전통야당, 한 때는 민주개혁의 선봉에 섰던 당의 정체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극우보수의 무책임한 노선이며, 결국 김종인의 말이 김종인을 겨눌 것입니다.
4. 야바귀꾼으로 전락한 정의당
김종인은 정의당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민의당을 간접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진보정당과의 연대는 불가하다는 '확고한'입장은 정의당을 참 정의롭지 못하도록 몰아가고 있습니다. 정의당과 더민당의 선거연대가 사실이 되었을 경우 국민의당은 또 한 번 압박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종인의 북한 붕궤론 등의 수구적 발언조차 눈 감고 선거연대만을 애타게 기다려왔던 정의당은 갈 길을 잃었습니다. 창원 성산 노회찬/경기 고양 심상정도 더민당 협조없이는 당선 불가능합니다. 급기야 정의당은 불타는 적개심을 가지고 수도권 박빙지역을 골라서 지역구 의원을 공천할 검토와 여론조사를 마쳤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야권단일화하지 않으면 더민당 당선을 막겠다는, 야권 연대가 아니고 '야권 깽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는 협상의 수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기존 정의당 지지층의 환멸을 불러오고, 비례대표도 겨우 한 두석 건지는 수준으로 전락할, 하수중의 하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정의당의 기조야말로, 사실은 친노패권세력과 노선은 달라보이나, 그 정치적 기득권만은 한 배를 타고 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가슴 아픈 지적이지만 사실입니다.
5. 국민의당의 가능성
각당의 예상 의석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림이 안나옵니다. 더민당의 대몰락은 자명해보이지만,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200석 초과 압승일 것인가? 국민의당이 더민당을 제압하고 제1야당으로 우뚝섬과 동시에 새누리당 의석수를 과반 상회정도로 막아낼 것인가? 참 어렵습니다.
남은 시간이 결정할 것입니다. 아니 남은 시간 동안의 각당의 리더, 지지자의 의지와 태도, 그리고 세력내부의 관계와 세력간의 관계, 마지막으로 국민의 최종적인 선택입니다.
분명한 사실 또 하나도 있습니다. 가능성, 혹은 세력 확장성으로 볼 때 국민의당에게 기회가 더 열려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벌어지는 집권자의 오만이 빚은 공천파문이 유권자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 기세등등하던 더민당이 결국 상승세를 접고 하강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공천종료후 예상되는 리더십 주도권문제, 그리고 이미 줏어담을 수 없는 '극우경화' 노선에 대한 유권자의 여지없는 의심 등의 이유로 양당의 확장성은 제한적입니다.
호남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당선권으로 볼 수 있는 국민의당 후보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미래를 확정하지는 못합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당이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을 때 상승추세로 반전되었습니다.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김한길/천정배가 탈당하면 국민의당이 망할 것처럼 증폭했고 지지자들도 애를 태웠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지금까지 추세적으로 꺽여져 오던 총선 투표율 하락은 결국 기득권 거대양당제에 대한 국민적 환멸의 상징입니다. 국민의당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지자들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갈 만큼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바닥을 다지고 반전의 출발점에 선 것으로 보입니다. 연대압박은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가장 헤치기 힘든 큰 파도는 이미 넘어선 것입니다.
이미 3당이 정립되었습니다.
6. 결국 민심의 바람이 불어야..
'탄돌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노무현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어느 지역이건 열린우리당 깃발만 꼽으면 당선이 가능했던 상황의 산물이고, 그 상징적 인물이 정청래, 정봉주 등 입니다. 요즘도 자신이 '공무원'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대구, 부산방문을 통해 '진박'을 응원하는 박근혜 정도만 빼면 바람을 일으킬 대중적 파괴력은 안철수의원이 가지고 있습니다. 꼭 전 지역을 대선후보처럼 훑고 다녀야 바람이 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김종인이 다닌다고, 문재인이 나선다고 바람이 일 것 같지 않습니다. 바람을 불러올 힘은 시대정신에 있습니다. 절망의 나락에 선 민심과 이를 방조해온 거대양당체제, 이를 극복할 시대정신을 가진 국민의당이 기존 정치기득권 세력과 언론의 방해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기댈 곳 없어 사경을 헤매는 민심과,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준비를 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우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사방을 둘어보아도 적군만 깔려 있는 여건 속에서 활로를 개척하고 조금씩이라도 국민과 조우할 수 있는 틈을 찾아 그것을 벌려내는 일은 안철수의원을 필두로 국민의당과 그 지지자들이 해내야 할 몫입니다.
이제는 우리 자신을 믿고, '유권자 일반 = 국민'의 예리한 역사적 선택을 믿고,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선거구도, 지역색, 고정관념 등을 잊고,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안철수의원이 앞장서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서 묵묵히, 그러나 가슴 가득 희망을 가지고, 굽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때, 거대한 민심의 바람이 우리 뒤에서 불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 모두는 도도히 흐르는 밑바닥 민심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이어주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거대한 민심의 바람이 들불처럼 번지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