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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 높이의 담장과 철조망으로 둘러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다. 가는 길에 이정표도 없고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아 찾기는 더욱 힘들다.

보안시설로 분류된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가 지난 4일 속살을 드러냈다. 이 곳은 대통령 훈령 28호에 따른 국가보안목표시설 '가'급으로 분류돼 일반인의 접근 및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국정원 외에 군 기무사와 경찰 등 정부기관에서 첩보파악 차원에서 탈북자 조사에 함께 참여하는 정도다. 2009년 비보도를 전제로 일부 기자들에게 한차례 내부를 공개한 적은 있지만 외부인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 국가정보원이 4일 공개한 경기 시흥의 중앙합동신문센터의 모습. 2008년 12월 개소한 합신센터는'가'급 국가보안목표시설로 분류돼 일반인의 접근 및 출입이 통제돼 왔다. 국가정보원 제공

중앙합동신문센터의 정체는

합신센터는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탈북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다. 간첩인지, 혹은 정착지원금을 노린 위장 입국자인지 가려내기 위해서다.

2008년 12월 개소한 합신센터는 경기 시흥시 20만㎡ 부지에 자리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입소 후 공동 생활실에서 머물다가 1인 생활실로 이동해 하루 두 차례 4,5일 동안 집중조사를 받는다. 조사를 마치면 다시 공동 생활실로 옮기며 1,2개월 정도의 수용기간이 지나면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으로 간다. 법규상 '행정조사'로 분류되는 조사 과정에서 탈북자의 허위 진술 등이 드러나 장기조사를 받게 되면 최장 6개월까지 합신센터에 수용될 수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합신센터 개소 후 위장간첩 13명을 검거하고, 탈북자로 위장한 입국자 120명을 적발했다.

국정원이 이날 합신센터를 취재진에게 공개한 데는 지난해 4월 이 곳을 나온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여동생 가려(27)씨의 영향이 컸다. 6개월간 독방에서 "오빠는 간첩"이라는 진술을 강요 받았다는 가려씨의 폭로로 합신센터는 '한국의 관타나모 수용소'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국정원은 합신센터가 주거형 오피스텔급 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외신을 통해 알려진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군기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다르게 탈북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조사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

달력도 없는 독방 감금 사실로

"달력도 없는 독방에서 폐쇄회로(CC)TV로 샤워하는 모습까지 감시 받으며 6개월간 감금됐다"고 밝힌 가려씨의 증언은 사실이었다. 합신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까지 탈북자들이 밖에서 문을 잠그는 생활실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방안에 시계는 있었지만 달력은 없었다"고 인정했다. 센터측은 또 탈북자들이 조사를 받는 동안 인터폰을 이용해서만 방을 나갈 수 있게 했다. 탈북자들이 옆방 사람들과 조사 내용을 공유할 수 있고 달력에 조사 내용을 메모해 허위진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게 '감금'의 명분이었다.

CCTV 촬영에 대해 센터측은 "가려씨가 모친이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등 가족력이 있다며 촬영에 동의를 했으며 여성 직원이 모니터를 했다"고 설명했다. 센터측은 그러나 가려씨의 폭로 직후 탈북자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운영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다. 카드 키로 방을 나올 수 있도록 조치하고 달력도 부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술과 녹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섭외로 이날 기자들의 질의응답 자리에 나온 10대 탈북자 여성은 "조사를 담당한 선생님(탈북자들이 국정원 직원을 부르는 호칭)이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고 말했다. 여성 탈북자의 경우 반드시 여성 조사관이 조사한다고 했던 센터측의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대답에 당황한 센터측은 "여성 탈북자가 전체 76%에 달하지만 수사관 성비는 정반대에 가까워 그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질의응답에 나선 탈북자 5명 중 4명은 본인이 진술한 조서 내용을 대부분 확인하지 못했다. "진술 내용을 확인한 적이 없고 조서에 서명하라는 말도 못 들었다"는 것이다. CCTV 녹화 기준과 관련해서도 센터측은 "진술 번복 등으로 조사가 장기화 될 경우 본인의 동의 하에 녹화를 하는 데 명확한 기준 마련 중"이라고만 밝혔다. 녹화물의 보존기간에 대해서는 "저장량이 워낙 방대해 2개월 또는 3개월간 보관한 후 폐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흥=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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