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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재난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지 55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 내에서도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 정보 엇갈리고 책임 미루기 급급한 정부

18일 오전 11시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관계자는 잠수요원들이 세월호 내부 식당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10시 5분에 잠수요원들이 선체 진입에 성공했고, 식당칸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진입했다는 것이다. 실종자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는 한줄기 희망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 소식은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관계자는 이날 낮 12시 30분쯤 진도체육관에서 "식당 진입은 사실이 아니다"며 "공기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을 운영하는 안전행정부는 "해경의 말이 맞을 것"이라며 오류를 인정했다. 이후에도 중대본과 해경은 잠수요원의 선체 진입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이 전남 진도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 세월호 항적도(인천~사고현장). /해수부 제공

세월호 침몰 사고가 벌어진 이후 각 부처들은 한 정부 안에 있는 것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제각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출범한 이후 해상 재난 사고의 정부 부처 내 컨트롤타워는 해수부가 맡아 왔다. 안행부는 지난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하면서 해양 선박사고의 재난관리 주관기관으로 해수부를 지정했다. 이 법은 올해 2월부터 시행됐다. 당연히 세월호 침몰에 대한 브리핑도 해양 선박사고 주관기관인 해수부가 진행할 예정이었다. 해수부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11시 사고 발생 이후 첫 언론 브리핑을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열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안행부가 중심이 된 중대본이 구성되면서 해수부는 뒤로 밀렸다. 중대본은 사회적 재난이 심각한 상태가 되면 안행부 장관을 중앙본부장, 안행부 제2차관을 차장으로 하는 국가적 재난관리 중앙기구다. 중대본은 사고 당일 서울에서 오전 10시 40분 브리핑을 열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중대본에서 브리핑을 열고 "앞으로 발표는 현지 해경으로 단일화하겠다"며 발을 뺐다. 중대본 중앙본부장인 강 장관은 사고가 난 16일 오전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간부후보생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중대본 첫 브리핑에 빠졌고, 당일 오후 5시 10분 박근혜 대통령이 중대본을 방문했을 때도 자리에 없었다. 강 장관은 앞으로 발표를 해경으로 단일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처음 중대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해수부와 해경도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이었다.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로 떠오른 세월호 항로를 놓고 해수부와 해경은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해경 관계자는 "세월호가 권고항로와 다른 경로로 간 기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수부는 권고항로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며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궤적을 파악한 결과 세월호의 당초 계획항로와 실제항로가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경은 권고항로라는 개념이 없다며 해수부의 입장을 뒤늦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도 해경과 중대본은 사고 초기에 세월호 탑승객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혼선을 빚었다. 각 부처의 업무분장이 그나마 제대로 이뤄진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꼬박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이었다. 그나마도 현장 구조작업과 관련해서는 혼선이 계속됐다. 사고 발생 이후 계속 진도에 머무른 현장 관계자는 "구조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 앞에 나오기 싫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대형 재난 사고에 이렇다 할 컨트롤타워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다"고 말했다.

◆ 해상 안전 주무부처 해수부도 재난관리 통합 못해

해상 안전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이번에도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수부 출범 이후 해상 재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파나마화물선이 침몰해 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고, 올해 4월 초에는 전남 여수 공해상에서 몽골선적 화물선이 침몰해 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국토해양부에서 해양부문을 따로 떼어내 해수부를 만들었지만 대형 재난은 오히려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수부의 재난 안전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해수부 내에서 해양수산 재난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는 10개에 이른다. 해양수산 재난관리 규정만 11개 법률에 분산돼 있어 통합적인 관리가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양 안전·재난 통합관리시스템을 한시라도 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해수부는 올해 하반기에 '해양안전관리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해양안전관리법은 재난 정보의 수집·전파, 신속한 초동조치, 지휘·감독 체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법률로 만약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에 법이 만들어졌다면, 사고 초기 정부의 대처가 훨씬 신속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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