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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피로로 몸을 휘청거리면서도 두 손 모아 기도했고, 그 틈새로 한줌 희망을 잠시 쥐기도 했다. 그러다가 목에서 피를 뿜듯 거친 분노를 토했고, 가슴을 '쿵쿵'치며 주저 않아 섧게 울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본 실종자 가족 500여명의 모습은 이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단상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함정 네 척이 사고 해역 인근을 도는 생중계 장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배에 갇힌 내 아들 딸이나 부모가 컴컴한 배 안에서 버티고 있을 거란 희망이나마 품을 수 있는 마지막 날로 여기는 듯 했다.

구조팀이 사흘 만에 선체 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는 소식이 자막으로 나오자 '웅성웅성'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내 묵직한 긴장감이 강당에 감돌았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스크린을 가리면 "비켜요"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뱃머리까지 가라앉았다고 알려져 불안해 하다가도 '공기 호스 작동은 문제 없다'는 식의 구조ㆍ수색 진행상황이 스크린 사이 설치된 모니터에 찍히면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단원고 2학년 3반 박모(17)양의 어머니는 "배 안에 있는 우리 딸이 잘 버텨야 할 텐데"라며 스크린을 지켜봤다.

수색작업에 집중하느라 조용하던 강당은 한 여성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경이 민간 잠수부들의 진입을 막았다"는 폭로성 발언을 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승선인원 집계조차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불신하면서도 가족이 구조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은 분노했다. 울음소리가 나지 않는 곳이 없었고, 물병 등이 내던져졌다. 해양경찰청 간부가 "아니다. 제 말만 믿어 달라"며 호소했지만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빚어졌다. 이 여성의 발언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정부 대응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수색 작업 중 인양된 한 학생의 시신이 숨진 지 1시간도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단원고 교사의 보호자라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박 대통령이 다녀간 뒤 달라진 건 저 앞에 설치된 스크린"이라며 "정부가 구조에 총력을 다했으면 살았을지 모른다. 정말 한심하다"고 성토했다.

잠수 요원들이 여객선 3층 식당까지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족들은 다시 희망을 가졌지만 몇 시간 뒤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체육관은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휠체어에 앉아 링거를 맞으면서 애타게 '기적'을 갈망하던 한 40대 여성은 옆으로 쓰러질 듯 힘을 잃었고, 남편은 아내를 붙잡고 울먹였다. 링거를 맞던 다른 여성 4명은 울음이 나오지도 않는 듯 고개를 떨구며 망연자실했다.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던 단원고 2학년 3반 김모(17)양의 아버지는 아내와 통화 중 "딸을 찾아 바다로 뛰어들겠다"고 했고 아내는 실신했다. 다행히 김양 아버지는 주위의 만류로 바다에 뛰어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20대 여성은 단상에 올라가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연결해달라. 전날 강당을 찾은 박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족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생존자 구조 소식 대신 시신 인양만 잇따르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한 남성은 "제발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제발"이라고 말하며 무릎을 끓고 통곡했고, 이를 지켜 보던 다른 가족들은 손으로 입을 막고 감정을 억누르려 안간힘을 썼다.

진도=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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