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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구조 방송 시청 "배에 갇힌 학생들 생각하면…"

회사원 회식 분위기도 침울

지자체 봄축제 대부분 취소… 학교들 5월 수학여행 보류도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 학생들, 감귤 농사로 새 삶을 꿈꾸며 다섯 살 딸과 이삿길에 오른 부부,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 구조에 안간힘을 썼던 20대 여성 승무원…. 그들을 삼킨 바다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하나 둘 늘어가는 사망자 수에 초조해하면서도 "무사히 돌아올 것"이란 기대를 놓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은 슬픔 속에 주말여행도 취소한 채 간절한 심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충북 청주에 사는 주부 홍계숙(56)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사흘째인 18일에도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홍씨는 "가라앉은 배 속에 갇혀 있을 학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번 주말 산악회에서 울산 태화강 십리대밭을 가기로 했는데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원고 학부모들은 지금 지옥이나 다름없을 텐데, 그 입장을 생각하면 같은 부모로서 마음 편히 놀러 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홍씨처럼 자녀를 둔 부모들은 비통한 심경으로 외출도 삼간 채 구조 소식에 귀 기울였다. 경기 고양의 주부 박모(38)씨는 "세월호 침몰 기사를 접한 일곱 살 딸이 집 앞 놀이터에 나가면서 '조심히 무사히 잘 다녀올게'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번 주말은 나들이 대신 집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에 사는 신원식(33)씨도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아빠여서 그런지 세월호 학생들의 비극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퇴근 후에는 매일 새벽 1,2시까지 TV 앞에서 앉아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기간 중인 대학생과 회사원들도 세월호 소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동국대생 장희영(26)씨는 "중간고사와 기업 공채 시즌이지만 학생들 대다수가 시험과 취업에 대한 걱정 이상의 마음으로 세월호 소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종혁(33)씨는 "회식 분위기가 밝지 않고, 특히 자녀를 둔 선임들은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말할 정도로 침울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주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이동순씨는 세월호 사고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해 버스카드 요금 단말기에 국화 한 송이를 테이프로 붙인 채 운행하고 있다.

비통함 속에 각종 봄 축제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서울시는 20일 열릴 예정이던 광화문 희망나눔장터 행사와 다문화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수원 새봄맞이온정나눔축제, 부천 춘덕산복숭아꽃축제, 남양주 북한강문화나들이 등 경기도 31개 시ㆍ군에서 4~5월에 열릴 75개 행사도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이정, 이문세, 장기하와 얼굴들 등 가수들도 예정된 콘서트를 연기했다.

수학여행 취소도 잇따랐다. 충남도교육청은 이날 선박을 이용한 모든 현장체험활동을 전면 보류하라고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 경기도교육청도 5월 예정된 수학여행을 취소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경기 고양의 중학교 교사인 한모(31)씨는 "다음 달 전교생이 강원 춘천의 김유정문학관을 방문하려 했으나 전면 보류됐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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