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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당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분석한 시간대별 항로 모습.

구조변경·과적→지연출항→무리한 변침과 과속→대응미숙→복원력 상실→침몰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참사가 발생 일주일째를 맞는 가운데 공개된 세월호 항적과 검찰의 수사로 침몰 원인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좁은 수로에서 초보 선원들의 무모한 운항과 대응미숙, 여객선 개조 후 생겨난 구조적 선체결함 의혹 등이 맞물린 침몰원인은 말 그대로 총체적 인재로 밝혀지고 있다.

◇'늦겠다' 과속 운항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사고 당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살펴보면 세월호는 오전 7시 28분부터 8시까지 시속 39km 최고속도를 내며 맹골수도로 향했다.

시속 39km는 세월호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이다. 이 배의 최대 선속은 21노트, 즉 시속 38.892km이다.

세월호는 맹골수도에서 변침(變針)한 오전 8시 26분 이후 협로를 운항하면서도 속도를 19노트 이상 유지했다. 평소 맹골수도 진입 이후 속도는 17~18노트였다.

직선 구간도 아닌 물결이 세기로 악명이 높은 맹골수도에서 최대 속도 운항은 상식적으로 무리한 운항이었다.

세월호는 기상악화로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늦게 출발했다. 지연 출발로 잃은 시간을 되찾으려 과속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무리한 변침…직접적 첫 원인

세월호침몰사고 원인은 3배 이상 화물을 과적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복원성을 상실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16일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수된 여객선 세월호에서 해양경찰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과속 차량이 핸들을 심하게 꺾으면 사고가 나듯이 무리한 변침은 선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에 구속된 조타수 조모(56)씨는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키가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위험수로인 만큼 3~5도 각도로 방향선회(변침)를 해야 하지만 이를 훨씬 크게 조작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20년 베테랑의 한 조타수는 "보통 느릴 때보다 빠르게 운항할 때 배가 잘 돈다(키가 잘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초보 항해사·조타수의 미숙한 대응도 화를 더 키웠다.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 박씨는 경력 1년이 조금 넘은 3등 항해사였다.

박씨는 세월호를 탄 지 5개월이 안 됐으며 사고가 발생한 맹골수도 해역을 이날 처음 운항했다.

조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조타 경력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4분 새 115도나 회전한 이유는

여객선은 꺾을 수 있는 최대 각도가 한쪽으로 35도다.

세월호 AIS 기록을 살펴보면 4분 사이에 115도나 회전한 이유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지난16일 침몰한 세월호 선원들이 해경 경비정으로 탈출하고 있다. 오른쪽의 구명벌은 펼쳐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선원들은 22일 구호에 최선을 다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경 배에 탑승해 구조활동을 했다"고 대답했다.

조타수 조씨가 무리하게 타각을 한 세월호는 거센 물살에 휘청거렸고 조씨는 이를 잡기 위해 왼쪽으로 키를 무리하게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항적기록에서 누락됐던 3분 36초는 발전기 정전이 원인으로 보인다. 항적을 복구한 결과 크게 두 차례 변침을 했다.

또 정전 복구 이후 우측으로 돌아간 조타키가 되돌아오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돌아가면서 급회전 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좌현변침으로 감겨있던 키가 복원이 되지 않아 배를 더 기울게 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세월호는 추진동력을 잃고 좌현이 기운 채 거센 물살에 힘없이 밀려 올라갔다.

최초 8시 48분 변침 이후 52분까지 4분 사이에 배는 복원력을 상실한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방경사(선체가 급회전하면서 균형을 잃고 침몰하는 것)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조타기 고장?…선체결함 의혹은

세월호는 침몰 2주 전부터 조타기 전원 접속이 불량해 리셋기능을 사용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이 지난 1일 작성한 '세월호 수리신청서'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수리 완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타수 박씨가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는 진술은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과적·구조변경…복원력 상실 원인

침몰 세월호 증설 전후 화물 중량 비교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일본에서 도입 후 개조한 세월호 복원성 검사를 하고 승인해준 한국선급(KR)은 구조변경 뒤 무게중심이 51㎝ 높아져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平衡水·밸러스트)를 더 채우도록 했지만 선사가 이를 무시하고 화물을 과적, 사고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을 때는 용적을 나타내는 총톤수가 5천997t이었는데 한 달 뒤에 개조돼 6천586t으로 589t 늘었다.

20년 다 된 배를 들여온 이후 세월호는 목포에서 다시 구조변경해 6천825t으로 239t이 증량됐다.

정원도 804명에서 117명이 늘어 921명이 됐다.

구조변경으로 화물을 많이 싣게 된 만큼 무게중심은 그만큼 높아졌다.

구조변경을 승인한 한국선급(KR)에 따르면 무게중심이 51㎝ 높아졌다.

세월호가 복원성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화물은 987t만 실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는 이보다 3배 더 많은 3천608t을 실었다

화물은 덜 싣고 평형수(밸러스트)를 더 채워야 하는데 반대로 화물을 더 싣고 화물을 과적했을 가능성이 높다. 화물은 실은 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과적한 화물은 제대로 고박(화물을 바닥에 고정하는 것)도 되지 않아 급격한 회전 때 한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는 배 침몰의 또 다른 원인을 제공했다.

총체적 인재로 드러나고 있는 세월호 침몰사고는 선장 등 승무원들의 상상하기 어려운 무책임성까지 더해져 대참사로 기록될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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