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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바다 속에 여린 새싹들이/ 깊고 어둔 바다 속에 푸르른 새싹들이"
안산 임시분향소 입구 한쪽 벽면에 빼곡이 붙은 안산 초중고교생들의 메시지들. '도농중 20433'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하얀색 종이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여학생의 그림을 그려넣고는 이런 시를 적었다. '새싹'이 다른 '새싹'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8일째인 23일 안산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비탄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안산의 중고교 학생들은 물론 출근길에 들른 직장인, 아이들 마지막 가는 길을 보려고 안산을 찾은 다른 지역 시민들까지, 오후 3시 무렵부터 체육관 밖으로 이어진 긴 줄은 자정이 지나도록 계속돼 이날만 조문객이 1만3000명에 이르렀다.
 
입구에서 '근조' 리본을 달고 분양소 안으로 들어간 시민들은 체육관 내부 한쪽 벽면 가로 28.8m, 세로 46.8m 전체가 하얀 국화꽃으로 덮인 제단인 것을 알고 아픈 가슴을 움켜쥐었다. 맨 아랫단 두줄에 현재까지 사망확인이 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위패 47개가 놓였다. 몇 개의 위패가 더 놓이게 될 것인가. 수원에서 온 이영신씨(52)는 "영정사진 옆에 빈자리가 너무 많아서, 또 채워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울었다. 안산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조선족 김정순 할머니(76)도 "손주 같은 아이들이.. 한창 나이에..."라며 손에 쥔 휴지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제단 양쪽으로 설치된 대형모니터에서는 아이들 한명 한명의 영정사진과 이름이 박복해서 상영됐다. 국화 한송이를 들고 제단 앞에 선 어른들은 차마 그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며 울고 또 울었다. '무능한 어른이어서 정말 미안하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지만 그곳에서 행복하길 기도할게', '못다핀 꽃송이들아 이 아픈 마음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리', '아프지마라, 춥지마라, 많은 사람들이 너희들을 가슴에 안고 있단다', '얘들아 춥지. 기적이 일어날거야. 힘을 내야해', '못난 어른들을 부디 용서해다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어른들이 남긴 메모에는 온통 아이들에 대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말들뿐이었다.
 

교복차림으로 친구의 빈소를 찾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안산의 A고교의 한 학생(17)은 "친한 친구가 발인하는 날이라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친구 7명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어떤 친구였냐고 묻는 말에 들릴 듯 말 듯 '친한 친구'라며 고개를 떨구는 학생의 모습에 기자도 더는 질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언니 오빠들, 참고 버텨서 기적을 만들어내요', '단 1명이라도 구조되길', '이런 일이 일어나는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아요', '객실에 가만 있으라고 한 거, 정말 화가 났어요'. 아이들이 남긴 메모에는 어른들에 대한 원망이 묻어났다.
 
24일 위패는 68개로 늘어났으며 이른 아침부터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안산=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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