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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구길용 기자 =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세월(SEWOL)호 침몰사고'가 발생 열흘째를 맞고 있다.

온 국민은 비통함에 빠졌고 안전을 앞세웠던 '대한민국호(號)'는 총체적 결함으로 허우적대고 있다.

대대적인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구조자수는 174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사망자수는 벌써 180명을 넘어섰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였다. 정부시스템에서부터 선박관리, 운항, 위기대응체계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제대로 가동된게 없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속살을 드러냈다는 게 지난 10일을 지켜본 국민들의 반응이다.

◇사고원인

①변침(變針)점 무리한 회전 ②화물 과적 ③복원력 상실

사고발생 초기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던 변침점에서의 급선회 가능성은 떨어진 반면, 무리한 변침과 화물과적, 복원력 상실 등 보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여객선 세월호의 자동식별장치(AIS)기록을 복구해 정밀 분석한 결과, 급선회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에는 16일 오전 8시48분37초께 맹골수도 사고지점에서 세월호가 우현으로 115도 가량 급선회하면서 좌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수부가 당일 오전 8시48분 37초에서 52분13초 사이 3분36초간의 AIS기록을 복구한 결과 완만한 45도 각도에서 'J'자 모양의 포물선을 그리며 선회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배의 속도는 정상속도인 17노트로 접근해 10노트 이하로 떨어졌던 게 진도VTS 분석 결과 확인됐다.

선원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조작 실수와 선체결함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3등 항해사가 통상 10도 변침점인 사고 지점에서 5도씩 두차례 우현 지시를 내렸고 조타수가 두번째 타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너무 많이 돌았다는 것이다. 이후 급히 타를 반대로 돌렸지만 배가 균형을 잃고 기울었다고 진술했다.

선원들의 주장을 100% 수긍할 수는 없지만 사고지점에서 변침을 시도했고 당초 의도했던 것보다 회전 폭이 컸던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사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침몰 사고 원인으로 변침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무리한 변침으로 인해 '외방경사(선체가 급회전하면서 균형을 잃고 침몰하는 것)'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외방경사가 가능했던 또하나의 요인은 과도한 화물 선적이다.

배가 회전하는 과정에서 화물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쏠렸고 그 화물이 선체 외벽을 때려 기울음 현상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또 화물 과적은 배의 복원력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과도한 화물 선적은 배의 무게중심을 높이게 된다. 그만큼 평형수(Ballast water) 양을 늘려야 하지만 화물 과적여부를 단속하는 '만재흘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오히려 평형수를 빼고 운항하는 전형적인 수법이 세월호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정황은 세월호 증축 이후 실시된 '선박복원성 검사결과' 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청해진해운 측이 일본에서 수입한 세월호를 무리하게 구조변경한뒤 승인조건으로 복원력 검사를 받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한국선급이 지난 2013년 1월 실시한 세월호 선박복원성 검사결과 증축 이후 화물량은 2437t에서 987t으로 1450t, 여객은 88t에서 83t으로 5t 축소해야 복원성을 유지할 것으로 제시됐다.

또 선박복원력의 핵심인 평형수는 1023t에서 2030t으로 1007t을 증톤해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됐다.

하지만 침몰 당시 세월호에는 화물이 2000여t에서 최대 3000여t 이상 적재된 것으로 추정돼 복원성 유지기준인 1070t(화물+여객)을 최소 2배 이상 초과했다는 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화물을 과다하게 적재한만큼 기준 만재흘수를 맞추기 위해 평형수를 적게 실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화물과적 여부는 배 옆의 만재흘수선이 수면위에 올라와 있는지를 보고 판정하는데, 화물을 더 싣고 평형수를 빼면 만재흘수선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리한 구조변경과 화물과적, 평형수 부족은 세월호의 복원력에 심각한 하자를 가져왔고 결국 침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원 운항관리 부실

합동수산본부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를 비롯해 11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4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적용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형법상 유기치사, 과실 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선원법 위반 등이다. 특히 선장에 대해서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세월호 운항 부실은 물론, 침몰 사고 직후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자신들만 탈출했다는게 요지다.

합수부 수사 결과 선원들의 파렴치한 행태는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선장 이씨는 사고 당시 경력 5년차 3등 항해사에게 세월호 운항을 맡겼다. 세월호에 합류한지는 불과 4개월 남짓. 국내에서 조류가 두번째로 빠른 맹골수도 운항은 처음인 항해사였다.

선장은 조타실 지휘를 초년병 항해사에게 맡긴 채 자신은 침실에 있었다.

사 고직후에도 생존한 선원 15명은 자신들의 몸을 피하는 것 외에 승객 구조를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조타실(브리지)에 모여 진도VTS와 교신한뒤 자신들만 이용하는 선원통로를 통해 탈출했다. 손에는 무전기가 쥐어져 있었고 첫 해경 구조선에 몸을 실었다.

더구나 기관사들이 엔진을 꺼놓고 탈출하는 바람에 점점 기우는 배 안에서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은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우왕좌왕 초기 대응

476명이 탄 세월호에서 지금까지 구조된 인원은 고작 174명이다. 눈 앞에서 어린 학생들을 태운 배가 물에 가라앉는데도 손을 쓰지 못했다.

이른바 인명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선체진입 구조 '0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 부재와 함께 해경의 대처능력 부실이 가져온 결과다.

목포해경은 세월호가 시작한 지난 16일 오전 8시52분께 첫 신고자인 학생에게 "배의 경도와 위도를 말해 달라"는 황당한 질문으로 천금같은 4분여의 시간을 허비하는 업무 미숙을 드러냈다.

해경은 또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해경이 우왕좌왕하는 하는 사이, 진도VTS는 9시6분 세월호 항해사의 신고를 받은 제주VTS로부터 신고 사실을 전해들었다. 또다시 10여분의 시간이 흐른 뒤다.

사고해역에 출동한 해경도 공용채널(16번)이 아닌 진도VTS의 고유채널(67번)로 교신을 시도했으며 적극적인 선체 진입 보다는 바다로 뛰어든 승객들을 구조하는데 주력했다.

또 승객들의 탈출을 책임져야 할 선원들이 버젓이 조타실에서 나오자, 승객들은 뒤로한 채 이들을 맨먼저 구조선에 태웠다.

이들을 제지하거나 승객 구조를 유도했다면 보다 많은 승객들의 목숨을 구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부도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콘트롤타워 가동이나 부처별 협조는 고사하고 통계수치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장비나 인력 투입도 안이하기 짝이 없어 꽃다운 학생들이 물 속으로 가라앉는데도 손을 쓰지 못했다. 거기에 국민들의 불신이 쌓이고 있다.

외신들도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전해지고 있으며,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kykoo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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