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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사퇴'·'대통령 사과' 불구 여론은 악화일로

정부 후속조치 탄력 받으려면 '신뢰 회복'이 관건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의 여파로 정부 당국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극에 달함에 따라 청와대도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지난달 27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사과 및 사의(辭意) 표명, 그리고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입장 발표 등이 이어지면서 사고 발생 초기 당국의 부실 대응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에서 비롯된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감 또한 '한풀 꺾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후 정 총리에 대해선 '대리 사과'란 비판이 제기됐고, 뒤이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놓고서도 기자회견 등이 아닌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공개 발언 형식을 취했다는 '간접 사과', '뒷북 사과'란 비난이 일면서 이 같은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그러던 와중에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조문했을 당시 사진 촬영 등을 위해 현장 상황이 연출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청와대는 시쳇말로 '멘붕(멘털 붕괴)'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문 당시 박 대통령이 만난 70대 여성이 사고 희생자 유족이 아닌 일반인인 사실을 몰랐다"며 거듭 해명에 나섰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다, 믿지 않겠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그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위기관리 및 대응능력에 중차대한 허점이 드러난데 이어, 박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공직자들의 '신뢰 위기'마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수습' 과정서 누적된 불만, 정부 불신으로 이어져

정부 당국의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누적된 국민의 불만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1일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 업체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전날 실시한 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성인 800명, 유선·휴대전화 면접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응답률 22.9%)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응이 적절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1.3%가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적절했다'는 36.2%였다.

또 박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사과에 대해 '충분하다'는 의견을 밝힌 응답자는 31.1%였던 반면, '충분하지 않다'는 답변은 62.7%로 역시 과반을 차지했다.

세월호 참사 대처 과정에 대한 여론조사상의 부정적 인식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이번 내일신문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48.8%로 전월 대비 13.0%포인트 떨어지면서 같은 기관 조사 기준으로 박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일신문은 디오피니언과 함께 매월 대통령 지지율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데 대해 뭐라고 사죄를 드려야 (희생자 유족들의)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해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가 난 이후 줄곧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그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국무회의에서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고, 이후 이른바 '분향소 할머니' 연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당혹감을 더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4.4.29/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분향소 할머니' 연출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는 물론, 당사자인 70대 여성 오모씨 또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며 거듭 부인하고 나섰지만, 온라인상에선 그 진위 공방이 끊이지 않으면서 청와대가 진정성을 강조했던 대통령 사과의 의미마저 퇴색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여권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그와 별개로 '이건 이러이러 해서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하는 것까지도 믿지 못하겠다니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이 너무 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접속자 폭주로 '마비'가 되기도 했던 청와대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엔 연일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프라인상의 '촛불 시위' 등으로까지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 당국에서도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일련의 집회가 정부 규탄 시위의 성격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靑, 각종 민심 수습책 더불어 점진적 국정 정상화 모색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이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관계 부처와 함께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나 사고 수습과 함께 이번 세월호 참사 발생 원인과 그 대처 과정에서의 잘잘못에 대한 책임이 어느 정도 가려지면 박 대통령이 재차 관련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정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기정사실화된 내각 개편과 더불어 박 대통령이 지시한 공직사회의 대대적인 혁신, 그리고 '국가안전처(가칭)' 신설 등 국가안전시스템 개혁에 필요한 조치들을 발 빠르게 이어감으로써 대국민 신뢰 회복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또 청와대는 현재 진행 중인 실종자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지난 2주 동안 '올스톱'됐던 국정을 정상화해가는 작업도 점진적으로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국민 삶과 직결되는 국정운영 상황은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며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 대통령은 당초 4월 중으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또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어 규제개혁에 이어 공기업 개혁에 고삐를 죄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죄다 헝클어졌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이번 주말과 오는 5일 어린이날, 6일 석가탄신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세월호 사고 수습 상황을 챙기는 한편, 약속한 후속조치들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어 조심스럽긴 하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모쪼록 빠른 수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이 힘을 모아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이 현실화되기까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의 사고 후속조치들이 탄력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중엔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어떤 조치가 취해지든 그 '신뢰 회복'엔 분명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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