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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육아·정신문화·역사
2014.05.02 09:23

안전교육 시간, 학교는 자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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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한 일반고는 올해 안전교육이 포함된 보건수업이 한 시간도 잡혀 있지 않다. 현행 학교보건법에 초·중·고교에서 보건수업을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그렇다. 지난해엔 3학년에 보건수업이 배정됐지만 '입시'에 밀려 대부분 자습으로 때웠다. 이 학교 보건교사는 " 교장에게 '보건수업을 달라'고 했더니 '학생들에게 당장 중요한 건 좋은 대학 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시간에 안전·재난교육을 연간 6시간 하라는 규정을 지난해 못 채웠다. 이 학교 교장은 "창체 때 해야 할 게 성교육과 학교폭력예방 등 20가지가 넘어 안전교육은 다른 수업 때 했다는 식으로 넘어간다"고 털어놨다.

 세월호 사고로 학생들이 다수 희생된 데는 학교 안전교육의 부실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행법엔 안전교육이 의무화돼 있지만 학교 현장은 딴판이다. 지난해 국감 자료에 따르면 학교보건법 등 관련 규정대로 보건 수업을 실시한 초·중·고교가 10곳 중 4곳(36.4%)에 못 미쳤다. 아동복지법 시행령에도 재난 대비 교육 6시간을 포함해 실종·유괴 예방 같은 교육을 연간 44시간 이상 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교사 2만154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의무시간을 지킨다는 비율이 12.9%에 그쳤다.

 교육부는 체육·실과·바른생활 등 다양한 과목에 안전교육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모(45·여·서울 서초구)씨는 "아이 시간표엔 매주 세 차례 체육이 있지만 두 번은 독서나 글쓰기를 하더라"며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 한 공립고 교장도 "안전교육은 수업이 적은 교사가 떠맡기 일쑤"라며 " 전문가가 아닌 데다 매뉴얼을 읽 는 수준"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1일 국회에 땜질식 안전교육 대책을 보고했다. 올 하반기까지 안전교육 표준안을 마련하는데, 관련 교과에 안전교육 내용을 늘리고 창체 시간에 체험 중심 교육을 편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전국 보건교사 모임인 보건교육포럼 김지학 정책국장은 "사고 때마다 교육당국은 매뉴얼과 안전교육 강화를 앵무새처럼 말했지만 법으로 정해진 시간조차 안 지켜지는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이명선(보건관리학) 교수는 "여러 과목에 나눠 가르쳐선 효과가 없으니 안전교육을 별개 교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과학대 백석기(경찰행정학) 교수는 "외부에서 채용한 안전담당관을 각 학교에 두자"고 제안했다.

 일본에선 소학교(초등학교) 1~2학년 때 경찰관이 하는 교통안전 교육부터 시작해 매달 지진·화재 대피 실습교육을 받는다. 중학교까지 전 학생이 수영을 배워야 한다. 모든 학교에 수영장이 있는데, 물에 빠졌을 때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게 목표다. 영국에선 매 학기 불시에 비상벨을 울려 학생들에게 화재 대피훈련을 시킨다.

천인성·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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