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서울=연합뉴스) 2일 오후 3시32분께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추돌사고 현장에서 승객들이 철로로 대피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coooscoos 제공) |
직접 출입문 열고 노인·여성 부축해 '질서 대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열차 추돌사고 당시 중상자가 다수 발생하지 않았던 건 긴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고 서로 배려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서 열차 추돌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일 오후 서울메트로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사고 열차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
사고 목격자 등에 따르면 열차 추돌의 충격으로 승객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지는 등 열차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추돌로 건물 내부 조명까지 모두 꺼지면서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어떤 상황인지 몰라 모두 당황한 가운데 한 승객이 '침착하세요'라고 반복해 외치면서 다른 승객들을 진정시키려 애썼다는 전언이다.
닫힌 열차 출입문을 직접 열고 대피로를 확보한 것도 승무원이 아닌 시민이었다.
![]() |
후속 열차에 탔던 김소연(27·여)씨는 "사고 직후 문을 열어달라고 창문을 두드렸지만 승무원이 나타나지 않았고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며 "같은 칸에 탔던 남성 승객들이 손으로 문을 열었고 한 군인이 문이 닫히지 않도록 잡아줘서 침착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열차가 갑자기 멈췄고 출입문과 스크린도어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아 겨우 사람 한 명이 빠져나갈 공간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열차에 탔던 군인 2∼3명은 노약자가 먼저 나갈 수 있도록 부축했다.
출입문 가까이 서 있던 승객부터 한 줄로 서서 질서정연하게 대피했고, 승무원의 지시가 없었지만 누구도 서로 밀치거나 먼저 빠져나가려고 하지 않았다고 승객들은 전했다.
![]() |
열차 출입문이 플랫폼에 닿아있는 칸에 탔던 배승철(21)씨는 "당황했지만 같은 칸에 있던 승객들이 침착하게 한 줄로 서서 이동해 모두 다 빠져나오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속 열차 6번째 칸에 탔던 고현석(24)씨는 맨 마지막까지 열차 안에 남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승객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대피했다.
고씨는 "어르신이나 여성은 열차와 선로의 높이 차이가 부담돼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부축하거나 안고서 함께 선로로 내려왔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다 같이 노약자를 부축해 밖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젊은이들이 여자와 노인들을 도와 신속히 대피했다는 승객의 글에 안도한다"며 "누가 미개하다 그랬는가. 아픈 사고로 조금씩 성숙하는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
bryoon@yna.co.kr
▶연합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