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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알고도 후속 조치 없어…선행 열차 지연도 보고 안해"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이태수 기자 =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 발생 한참 전 신호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열차 운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선행 열차의 경우 1분30초가량 출발이 지연됐는데도 이 사실을 종합관제소에 보고하지 않는 등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14시간전 오류 바로잡았더라면…' = 6일 서울지방경찰청 열차사고수사본부에 따르면 메트로 신호팀 직원은 지난 2일 오전 1시30분께 신호기계실에서 모니터상으로 신호 오류가 난 것을 확인했다.

사고 발생 시각이 오후 3시 30분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14시간 전에 첫 번째 '위험 신호'를 감지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메트로 측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류가 감지됐을 때 원인을 확인하고 나서 즉각 정상적인 신호로 바꿔주기 위해 새로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지만 해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메트로 측도 오류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메트로 관계자는 "직원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제2신호관리소에 보고했다"며 "하지만 제2신호관리소는 인근 신호관리소에서 비슷한 문제가 없다고 하자 안전에 영향을 줄만 한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호 장애는 운행을 중지해야 하는 사안이고, 일반적으로 신호장애가 오면 시스템이 작동을 멈춘다"며 "그런데 시스템이 멈추지도 않았고 인근 신호관리소에서는 그런 문제가 없다고 해 순간적으로 미미한 오류라고 판단,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문제를 발견하고서 곧바로 신호 취급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선행 열차 기관사 '운행지연' 보고도 안해 = 두 번째 '위험 신호'는 사고 발생 직전에 감지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직전 상왕십리역에 정차 중이던 2258 열차는 예정 출발시각보다 1분30초가량 늦게 출발했다.

<그래픽> 지하철2호선 열차 추돌사고 원인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직원이 사고 14시간 전 신호 오류를 인지하고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kmtoil@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메트로 내부 규정에 따르면 열차가 지연되고 있거나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 기관사는 '지체없이' 관제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하지만 열차 기관사 박모(48)씨는 이를 종합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박씨는 사고 직전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 3번이나 스크린 도어를 여닫았다. 이 때문에 열차 출발이 늦어졌고, 곧이어 뒤따르던 열차에 들이받힌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가 규정에 따라 이를 보고했다면 관제소가 뒤따르던 열차에 선행 열차의 지연운행 사실을 전해줘 사고를 미리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메트로 관계자는 "승객이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지연이 잦은데 그 순간마다 보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열차 운행이 정상화되면 바로 보고를 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나흘간 무방비 상태서 운행…안전점검 문제없나 = 지금까지 서울시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오전 3시 10분부터 신호 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

메트로 직원이 사고 당일 신호가 이상하다는 점을 알기 전까지는 아예 오류 사실 자체를 몰랐고, 오류를 인지한 뒤에도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신호 오류가 이어지는 나흘 동안 하루 평균 550편의 열차가 언제 사고가 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한폭탄'을 안고 달린 셈이다.

실제로 최근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메트로에서는 지난달 17∼30일 모든 차량에 대해 특별안전점검을 시행해 완료했지만 신호 장비는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메트로도 앞서 사고 당일 현장에서 한 브리핑에서 "특별안전점검을 마무리했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신호 장비를 점검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장정우 서울메트로 사장은 "수시로 일상점검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메트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부랴부랴 신호를 이중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뒤늦게 점검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종합관제소는 사고가 난 이후에도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채 앞 열차 기관사에게 열차 간격 유지를 위한 조속한 운행을 뜻하는 '회복운행'을 하도록 지시하는 등 열차 안전 전반에 걸쳐 허점을 드러냈다.

shine@yna.co.kr,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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