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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가만히 있는’ 통영함

▶ 세월호 사건은 발생부터 사후 대처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했습니다. 무엇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나라의 해난사고 구조 시스템이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해군은 침몰 사고가 났을 경우 더 잘 대응하겠다며 최신식 구조함인 통영함을 건조했습니다. 그런데 진도 사고 현장에 통영함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통영함은 어디 있나?’

세월호 참사 이후 구조활동이 지지부진하자 여러 누리꾼들이 머리에 떠올린 의문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해군이 구조 전력 부족을 절감하고 건조한 최신식 구조함이 바로 통영함이기 때문이다. 평택함과 청해진함(잠수함구조함), 다도해함(정보수집함) 등 구조함들이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됐지만, 더 좋은 설비와 시설을 갖춘 통영함이 투입됐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장에 투입된 유일한 수상구조함인 평택함은 1970년대 건조돼 미군이 사용하다가 퇴역한 함정을 해군이 1996년 도입한 것으로, 통영함보다는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진다. 그럼 통영함은 어디에 있을까. 2012년 9월 진수된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수심 90m 아래에서 잠수구조 가능

통영함은 어떤 배인가? 진수식 당시 국방부의 보도자료를 보자.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우리 기술로 건조되는 수상함 구조함(ATS)으로, 고장으로 기동이 불가능하거나 좌초된 함정 구조, 침몰 함정·항공기 탐색 및 인양, 예인, 해상 화재 진압, 기름유출 등 해상오염 방제 등 다양한 구조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이다. 전장 107.5m, 전폭 16.8m의 3500t급으로, 기존 구조함에 비해 대형화됐고 최첨단 구조장비를 갖춘 동시에 최대 속력이 12노트로 진해항에서 백령도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1일밖에 되지 않는다. 진도까지 거리를 생각하면 반나절 안에 도착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통영함이 가장 자랑하는 장비는 사이드스캔 소나와 최대 수중 3000m까지 탐색할 수 있는 수중무인탐사기(ROV)다. 수중 탐색능력이 대폭 향상됐다는 말이다. 잠수요원이 수심 90m에서 구조임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해군은 특히 군 작전은 물론 각종 해난사고에 대한 국가 재난 대응 전력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니까, 세월호 현장에 투입됐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는 함정이라는 말이다.

이 배는 애초 2013년 후반에 해군에 인도돼 취역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군에 인도되지 않았다.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말에도 해군 인도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통영함이 지난해 말에 해군에 인도됐어도 세월호 구난작업에 투입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통영함은 ‘통영함급’(ATS-Ⅱ) 구조함의 첫번째 함정이기 때문에 실전에 투입되는 전력화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방부는 통영함 논란이 계속되자 정례 브리핑을 통해 “첫번째 함정이 나올 때는 많은 장비를 다 시험평가하기 때문에 기간이 2년 정도 걸리는 사례가 많다. 그다음부터는 1년 정도면 인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실전배치가 되지 않은 통영함이 무리하게 투입될 경우 안전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미 현장에 투입된 해군 구조함 3척으로도 충분히 잠수요원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예정대로 지난해 말 해군이 인도받아 6개월 정도 시험 운항을 해왔다면 세월호 구조에 투입될 수도 있었다. 특히 수중무인탐사기 등 통영함의 장비가 있었더라면 구조작업이 훨씬 빨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미국의 민간업체에서 빌려온 수중무인탐사기 3대가 투입된 것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6일이 지난 21일이었다. 사고 현장의 유속이 워낙 빨라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만든

첨단설비 갖춘 구조함이지만

세월호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조선소에 6개월째 우두커니 있다

물속 구조작업에 핵심적인

사이드스캔소나와 무인탐지기

해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못미쳐


부적합 판정 내리고 취역 안했더니

적합판정 내려라 압력 들어오기도

쏘나타 사겠다는데 아반떼 배달한 셈

해군은 왜 진수까지 한 통영함을 지금까지 인수하지 않았을까. 함정은 보통 설계, 건조, 진수, 취역, 전력화의 단계를 밟아 정식으로 작전에 투입된다. 현재 통영함은 진수까지만 완료한 상태다. 보통 진수한 뒤 각종 장비를 설치하고 시운전을 한 뒤 문제가 없다면 해군이 인도받아 취역한다. 진수에서 취역까지는 보통 1년 정도가 걸린다. 통영함은 지난해 말 완전히 완성됐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해군이 인도를 거부했다.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이드스캔 소나와 수중무인탐사기다.

사이드스캔 소나는 바닷속의 모습을 입체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장비로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를 찾거나 유실물 등을 탐색하는 데 필수적인 장치다. 구조함으로서는 꼭 필요한 설비다. 그런데 해군이 완성된 배를 살펴봤더니 소나의 탐색거리가 원하던 성능에 턱없이 못 미쳤다. 게다가 해군은 한꺼번에 넓은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 멀티빔을 원했는데 통영함에 실려 있는 것은 싱글빔이었다. 싱글빔은 한 줄기의 음파만 쏘기 때문에 탐색에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수중무인탐사기는 사람이 화면을 보면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소형 잠수정이다. 사람이 갈 수 없는 곳도 탐색할 수 있고 연속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월호 내부 수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장비다. 통영함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지엠비(GMB)사의 수중무인탐사기 설명을 보면, 100마력의 출력에 수심 3500m에서 작업할 수 있다. 탐사기에 달린 로봇팔은 250㎏ 무게의 물건까지 들 수 있어 장애물을 치우면서 작업이 가능하다. 통영함에 실린 탐사기는 거리 측정이 부정확하고 물체를 입체적으로 보는 성능이 부족해 사용하기 힘든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이 드는 설비는 또 있다. 통영함에는 바닷속에 가라앉은 물건을 인양하는 유압권양기가 실려 있다. 300t 이상을 인양할 수 있어 윤영하함급(PKG) 함정은 크레인을 빌리지 않더라도 직접 건질 수 있다. 그런데 통영함에 실린 권양기는 평택함에 있는 것과 똑같은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평택함은 1970년대에 건조된 배로, ‘구닥다리 기술’이 최신예 함정에 설치된 것이다. 평택함에 실린 권양기를 만든 미국 회사는 통영함 건조 당시 찾을 수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납품된 권양기는 요구성능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영함이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 맞는지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가 납품됐다는 것을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쏘나타를 사겠다고 주문을 했는데 아반떼가 배달된 셈이다. 1600억원이나 투입된,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업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독특한 군의 납품 방식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보통 기업간 거래에서는 발주조건이 명확히 적혀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2.0 엔진을 가진 중형차라고 명시하는 것이다. 군 장비를 발주하는 방위사업청은 요구조건을 확실하게 적지 않는다. 자세하게 적으면 전력이 노출될 위험이 있고 또 특정 제품을 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장비의 자세한 제원은 군사비밀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는 작전요구성능(ROC)에는 크기 등 매우 간단한 것만 적혀 있다. 군이 원하는 자세한 성능은 입찰한 업체한테 구두로 전해진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이렇게 문서로 명확히 증거가 남지 않는 탓에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이 납품되는 일은 비일비재로 벌어진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말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부품이 납품되는 일은 워낙 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잘못된 설비 때문에 전력화가 연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윤영하함급의 문제를 들 수 있다. 2002년 서해교전 이후 노후화된 고속정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윤영하함급은 2번함인 한상국함이 배가 직진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뒤늦게 발견돼 전력화가 상당히 늦어진 바 있다. 워터제트추진기가 문제였다. 똑바로 가지 못하는 배는 군사용은커녕 여객선으로도 쓸 수가 없다. 당시 ‘부실 건조’ 논란이 빚어지고, 거기다 윤활유 변색 문제까지 겹쳐 취역이 1년 이상 늦어졌다. 1번함이었던 윤영하함도 고속운항시 진동 등의 문제로 취역 이후 수차례 수리를 받기도 했다.

공구상사 짝퉁을 해군 호위함에 납품하기도

요구조건에 맞지 않는 물건이 납품됐을 경우 반품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다시 받으면 될 것 같지만 이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말이다. 통영함을 계속 주시하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국방위 간사)실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해군이 통영함에 부적합 판정을 내리자 적합 판정을 내리라는 압력과 로비가 여러 경로로 들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납품한 업체도 ‘그 정도면 되지 않느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적합 판정을 압박하는 이유는 순전히 돈 때문이다. 부품을 납품한 업체들은 전력화가 돼야 잔금을 받을 수 있고, 전력화 시기를 맞추지 않으면 업체에 벌금도 매겨진다. 제대로 된 부품을 납품하지도 않았으면서 적합 판정만 받으면 애초에 발주된 돈을 다 받아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통영함은 정치권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4월30일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저 멀쩡한 배를 붙들어 놓고 있다. 무기 한두개 안 된다고 붙들어 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고,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도 “9월이 되면 배를 인수한다는데 거의 다 된 것이다. 현재 구조함보다 업그레이드된 함정이 있는데 생사를 다투는 현장에 굳이 투입하지 않는 이유가 이해 안 된다”고 질의했다. 통영함을 빨리 취역시키라는 요구가 쏟아진 것인데, 이는 제대로 된 대처가 아니다. 해군이 통영함을 취역하지 않은 것은 잘한 대처다. 다만 처음부터 제대로 된 부품을 납품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하지 못했던 것은 아쉽다.

안규백 의원실은 납품 비리를 의심하고 있다. 군 납품 비리는 워낙 고질적인 문제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최근 7년간 납품된 군수품(28만199품목)의 공인시험성적서를 검증한 결과 241개 업체 2749건의 위·변조 성적서를 적발하여 관련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부품 평가서까지 위·변조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 바 있다. 지난달 6일 울산지검은 해군의 차기 호위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수입산 대신 공구상사에서 만든 짝퉁 제품으로 납품한 혐의로 방산부품 제조업체 운영자 이아무개씨를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함안정 조타기에 들어가는 가변용량펌프와 레벨스위치를 부산의 한 공구상사에서 만든 비규격품으로 납품했다는 것이다. 가변용량펌프는 군함의 방향을 잡아주는 구실을 하며 레벨스위치는 탱크에 기름이 새거나 고장이 생기면 이상신호를 보내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주요 부품들이다.

통영함에서 문제가 되는 사이드스캔 소나와 무인탐사기는 공교롭게도 모두 부산에 있는 ㅇ사가 납품한 제품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ㅇ사에 대한 제보가 일부 들어오고 있지만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고 안규백 의원실은 밝혔다. 물론 ㅇ사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을 수도 있다. 방위사업청이 제대로 요구조건을 설명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군이 발주한 가격이 원하는 성능을 가진 제품을 사기에는 못 미쳤을 수도 있다. 다만 고성능 구조함을 완성해 놓고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왜 통영함을 세월호 구조작업에 투입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파악하고 부품 조달체계를 개혁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는 세월호의 비극 같은 일을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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