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승의 날… 정릉초 강준 교장·박현준씨 인연 화제
서울 성북구 정릉초등학교에는 4년째 ‘특별한 직원’이 근무 중이다. 발달장애(자폐)를 겪고 있는 박현준(26)씨다. 박씨를 정릉초등교로 부른 건 이 학교 강준(61) 교장이다. 4∼5년마다 전출을 다니는 강 교장이 박씨와 같은 교정에서 일하는 것은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훨씬 훌륭한 선생님이 많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하던 강 교장은 “제가 아니라 현준이가 기사의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 교장이 박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98년.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게 된 강 교장(당시는 교사)의 반에 박씨가 배정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귀엽고 말끔한 외모였지만, 가족이 아침에 박씨를 등교시켜 자리에 앉히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표정 변화 없이 화장실도 안 가고 제자리에만 앉아 있을 만큼 자폐 성향이 심했다. 그때만 해도 일반 학교에 장애 학생이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저도 장애 학생을 직접 지도한 적이 거의 없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니 모두에게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강 교장에게는 박씨가 헬렌 켈러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컴퓨터 워드나 바둑, 수영 등 어느 하나에 재능이 있을 거라 믿었다. 주말에는 박씨의 손을 잡고 산에 올랐다. 체력도 기르고 대인기피증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4학년이 끝나갈 무렵 강 교장은 담임 연장을 신청했다. 그때는 담임이 반을 최장 3년까지 맡을 수 있는 ‘담임연장제’가 있었다. 그렇게 강 교장은 4·5·6학년 3년간 박씨의 담임이 됐다. 더디지만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 묵묵히 맡겨진 일을 수행하는 모습에서 박씨의 가능성을 봤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박씨의 부모는 강 교장에게 “앞으로 부모님으로 모시고 싶다”며 고마워했다. 강 교장은 “나이 차도 크지 않으니 형제처럼 지내자”며 박씨 부모와 의형제의 연을 맺었다.
‘큰아버지’를 자처한 강 교장은 중학생이 된 박씨의 하굣길을 책임졌다. 2002년 교감으로 승진한 강 교장은 박씨를 학교로 불렀다. 언젠가는 자립해야 하기에 미리 연습을 시키고 싶었다. 방학 기간 학교 도서실에서 반납도서를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워드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교감으로서 전출 간 두 번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강 교장이 교장으로 승진할 즈음 박씨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강 교장은 교무 보조의 보조, 사서 보조의 보조로 박씨를 채용했다. 오전에는 교감의 행정업무를 돕는 교무보조의 일을 돕고, 오후에는 학교 도서실에서 반납한 책을 정리하고 책을 에어워셔로 소독하는 게 박씨의 일이었다. 3년 전 정릉초등교에 부임할 때도 박씨를 데려갔다. 강 교장이 박씨를 학교로 부른 것은 단지 강 교장의 근무지가 학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준이 같은 장애인의 일자리는 안전하고 언제든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학교는 최고의 공간이죠.”
강 교장은 내년 정년퇴임한다. 강 교장이 학교를 떠나면 박씨의 일자리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박씨가 출퇴근하는 기쁨, 소속감, 회식 모임 이런 소소한 일상을 잃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강 교장은 마지막으로 희망사항을 전했다.
“학교는 가장 인간적인 곳이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다수에게 불편한 존재일 수 있지만, 그 불편한 존재 덕분에 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서울 성북구 정릉초등학교에는 4년째 ‘특별한 직원’이 근무 중이다. 발달장애(자폐)를 겪고 있는 박현준(26)씨다. 박씨를 정릉초등교로 부른 건 이 학교 강준(61) 교장이다. 4∼5년마다 전출을 다니는 강 교장이 박씨와 같은 교정에서 일하는 것은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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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릉초등교 강준 교장(오른쪽)이 14일 교정에서 박현준씨를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릉초 제공 |
강 교장이 박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98년.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게 된 강 교장(당시는 교사)의 반에 박씨가 배정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귀엽고 말끔한 외모였지만, 가족이 아침에 박씨를 등교시켜 자리에 앉히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표정 변화 없이 화장실도 안 가고 제자리에만 앉아 있을 만큼 자폐 성향이 심했다. 그때만 해도 일반 학교에 장애 학생이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저도 장애 학생을 직접 지도한 적이 거의 없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니 모두에게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강 교장에게는 박씨가 헬렌 켈러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컴퓨터 워드나 바둑, 수영 등 어느 하나에 재능이 있을 거라 믿었다. 주말에는 박씨의 손을 잡고 산에 올랐다. 체력도 기르고 대인기피증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4학년이 끝나갈 무렵 강 교장은 담임 연장을 신청했다. 그때는 담임이 반을 최장 3년까지 맡을 수 있는 ‘담임연장제’가 있었다. 그렇게 강 교장은 4·5·6학년 3년간 박씨의 담임이 됐다. 더디지만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 묵묵히 맡겨진 일을 수행하는 모습에서 박씨의 가능성을 봤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박씨의 부모는 강 교장에게 “앞으로 부모님으로 모시고 싶다”며 고마워했다. 강 교장은 “나이 차도 크지 않으니 형제처럼 지내자”며 박씨 부모와 의형제의 연을 맺었다.
‘큰아버지’를 자처한 강 교장은 중학생이 된 박씨의 하굣길을 책임졌다. 2002년 교감으로 승진한 강 교장은 박씨를 학교로 불렀다. 언젠가는 자립해야 하기에 미리 연습을 시키고 싶었다. 방학 기간 학교 도서실에서 반납도서를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워드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교감으로서 전출 간 두 번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강 교장이 교장으로 승진할 즈음 박씨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강 교장은 교무 보조의 보조, 사서 보조의 보조로 박씨를 채용했다. 오전에는 교감의 행정업무를 돕는 교무보조의 일을 돕고, 오후에는 학교 도서실에서 반납한 책을 정리하고 책을 에어워셔로 소독하는 게 박씨의 일이었다. 3년 전 정릉초등교에 부임할 때도 박씨를 데려갔다. 강 교장이 박씨를 학교로 부른 것은 단지 강 교장의 근무지가 학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준이 같은 장애인의 일자리는 안전하고 언제든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학교는 최고의 공간이죠.”
강 교장은 내년 정년퇴임한다. 강 교장이 학교를 떠나면 박씨의 일자리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박씨가 출퇴근하는 기쁨, 소속감, 회식 모임 이런 소소한 일상을 잃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강 교장은 마지막으로 희망사항을 전했다.
“학교는 가장 인간적인 곳이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다수에게 불편한 존재일 수 있지만, 그 불편한 존재 덕분에 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