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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김선영씨(40·가명) 가족은 지난해 말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졌다. 생산직으로 일하는 남편에게 일감이 들어오지 않아 100여만원의 기본급만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던 중 어머니가 지병으로 쓰러진 것이다. 김씨는 생활자금과 병원비로 쓸 20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평소 거래하던 은행을 찾았다. 과거 대출 경험이 없는 만큼 소액을 대출받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돌아온 답변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있어 대출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김씨는 집에 돌아와 온라인 신용평가·정보조회 사이트를 통해 난생 처음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해봤다. 김씨의 신용등급은 전체 10등급 중 9등급이었다. 사이트에는 김씨가 60만원가량 휴대전화 단말기 대금을 체납했다는 기록도 함께 떴다. 자신의 친구가 김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금을 치르지 않고 사라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김씨는 "대금 체납도 문제인데, 내 명의의 신용카드도 없고 금융거래 자체가 적다 보니 신용등급이 더 낮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1금융권에서 퇴짜를 맞은 김씨는 수소문 끝에 민간 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인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통해 4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신분제를 폐지한 지 120년이 됐지만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과 신분이 존재한다. 미혼남성 최고 등급인 1등급은 재산이 100억원 이상이면서 키 185㎝이고, 재산이 3억원 이하이면서 167㎝ 이하는 최하인 10등급이라는 결혼정보회사의 계급도가 떠돈다. 최신 기종이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되는 스마트폰 계급도라는 걸 보면 소니 엑스페리아Z2는 왕이고, 그 밑으로 세자와 삼정승, 양반, 중인, 상인, 천민 등으로 스마트폰을 계급화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을 나누는 주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신용등급이다.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라면 제1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7등급 이하가 14%가량이니 국내 경제활동인구 7명 중 한 명은 은행 신용대출 자격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대출금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신용등급이라는 족쇄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 신용등급은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까

신용등급은 개인의 신용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한 지표다. 금융회사는 이를 토대로 고객과 금융거래를 한다. 김씨 사례처럼 신용등급이 매우 낮으면 돈을 빌려줘도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대출을 거절할 수도 있다. 신용등급은 개인의 연체 대금과 기간, 부채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한다. 19개 금융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한국신용평가정보·한국신용정보가 합병한 나이스평가정보(NICE)가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신용평가회사이다. 이 두 곳에서는 신용등급을 10등급까지 산출한다. 1등급이 신용이 가장 좋고, 10등급이 가장 나쁘다. 평가 기준은 회사마다 다르다. 예컨대 KCB에서는 신용등급 산출 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이지만, NICE는 '연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다. 한 회사에서 신용등급 7등급을 받아도, 다른 회사에서는 5등급을 받을 수 있다.

■ 과거 기록과 상환 능력 중시

은행도 자체적인 신용평가시스템이 있다. 고객이 대출신청을 하면 이 모형에 따라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KCB와 NICE가 매긴 신용등급은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은행과 KCB·NICE의 신용평가시스템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KCB·NICE가 고객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자료는 대출, 연체 등의 여신기록자료다. 고객의 예금이나 소득 등의 정보는 알 수가 없다. 은행은 KCB·NICE에서 신용평가에 사용하는 신용이력 정보와 함께 예·적금, 급여이체 등 더 광범위한 금융거래 내역과 대출금 '상환능력' 도 함께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상환능력이란 고객의 직장과 연소득, 재산 정보 등을 반영해 돈을 빌렸을 때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장인일 땐 다니고 있는 기업이 외감기업(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기업)인지 비외감기업인지, 소기업인지 등 '기업의 규모'를 보고, 개인사업자는 업종의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한다"며 "음식료·식품업은 폐업이 빈번해 낮은 등급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은행마다 거래 고객군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신용평가모형이나 등급 수가 다르다. KCB와 NICE는 10등급까지 산출하지만, 은행은 최대 17등급인 곳도 있다.

■ 신용등급에 관한 오해와 진실

신용등급을 조회만 해도 신용등급이 떨어질까. 그렇지 않다. 자신의 신용등급을 수백번 조회해도 등급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신용등급을 이따금씩 체크하며 혹시 자신도 모르는 카드 사용이나 연체가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KCB의 '올크레딧', NICE의 '마이크레딧', 전국은행연합회의 '크레딧포유' 등의 사이트에서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해 볼 수 있다.

휴대전화 요금을 연체하면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지만 금액과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10만원 이상의 금액을 5영업일 이상 연체하면 연체 정보가 등록된다. 법인세, 상속세 등 세금 등 공공요금과 과태료를 체납해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르면 국세·지방세·과태료는 500만원 이상 1년 이상 체납됐을 때 신용등급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만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신용등급이 없다. 신용을 평가할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미성년자는 정상적인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신용등급 자체를 산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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