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조직 개편이 졸속이라는 부정적 기류가 더해지면서 개편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과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르면 6월 말에 해경을 전격 해체해 해양구조·구난, 해양경비 업무는 총리실 산하에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옮기고 해양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할 방침이다.
차관급인 기존 관례를 깨고 장관급 기구로 확정된 국가안전처는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부처의 안전·재난 업무도 넘겨받아 국가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또 하나의 신설기관인 행정혁신처에는 안행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흡수한다. 대통령 의전과 전자정부 업무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직제 개편은 내달 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후 이뤄질 전망이다.
이로써 모든 부처의 갑(甲)으로 군림해온 안행부는 인사와 조직 등 핵심 권한을 모두 내려놓으며 처(處) 수준으로 내려앉게 됐다. 만일 산하 조직인 경찰청마저 옮겨지게 되면 실제 처(處)로 격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가의 관심은 해경 해체와 안행부·해수부 등 기존 부처의 기능 축소에서 총리실 산하에 새로 신설하는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의 규모와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안전처에 예산 협의권과 특별교부세 배분권한을 주는 한편 국가안전처장을 장관급으로 하고 총리의 명(命)을 받도록 해 위상과 권한을 높였다. 행정혁신처도 이에 상응하는 위상과 권한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총리실 산하에 신설하는 두 개의 처(處)는 정부조직법안 국회 제출 후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곧바로 해경 해체와 동시에 조직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의 부정적 견해와 여야 이견이 커 본회의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들어 야권과 학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해경해체와 안행부 기능 축소를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정학계 한 인사는 "해양수산부를 부활하고 안전행정부 기능을 강화한 것이 박근혜 정부인데 이를 재개편하겠다는 것은 자신이 만든 정부 조직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자인한 셈"이라고 "이번 조직개편도 사실상 간판만 바꿔 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을 키운 해경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으나 사실상 조직 전체가 국가안전처로 이동하면서 되레 청에서 처로 승격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청와대에서도 해경 해체는 문책이 아닌 발전적 해체임을 분명히 했다.
또 하나의 논란은 국가안전처가 흩어진 각 부처의 안전 업무를 가져오게 되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부 방침대로 해양 경비 업무를 국가안전처에 맡기고 수사업무를 경찰청이 한다면 중국어선 단속과 수사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정부조직 및 관료사회 개편을 국무총리실이나 안행부 등 정부가 주도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민간위원회나 범시민대책기구 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와 동시에 정부 조직개편이 국가 재난업무를 일원화, 효율화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러한 후속 조치 이후에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계 한 인사는 "정부조직의 효율화, 관료사회 적폐 청산이 셀프 개혁처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 관료사회는 보조자일 뿐 범시민대책기구나 민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제대로 된 국가개조 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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