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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00가구 중 66가구가 중산층” 통계청 지표와 체감 현실과의 괴리

최근 나온 중산층 관련 지표는 장밋빛 일색이다. 통계청은 5월 23일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이 65.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8년 동안의 중산층 지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의 소득 불균형 정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수치인 지니계수도 역대 최저치(0.302)로 나왔다. 통계청이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통계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소득 불균형 정도가 가장 낮다. 이 두 가지 수치만 보면 매우 고무적이다. 중산층은 늘어나고 있고, 소득 불균형도 개선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중소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월급 300만원을 받았던 이영진씨(38·가명)는 최근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비정규직으로 변했다. 월급도 200만원으로 줄었다. 이씨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월급이 줄면서 살림살이가 빡빡해졌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보지만 200만원의 월급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대는 데도 빠듯하다.

함께 일했던 주위의 직장 동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씨는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내가 남의 나라에 살고 있나 하는 의심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의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46.4%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인 50.1%를 차지했고, ‘최근 5년 동안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고 답한 사람도 15.5%나 됐다.

정부 통계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거꾸로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통계와 국민의 체감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기구(OECD)에서 사용하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150% 구간에 포함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중위소득이란 전체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예를 들어 1인가구의 중위소득이 100만원일 때 중산층은 매월 50만원(중위소득의 50%)에서 150만원(중위소득의 150%)을 버는 가구를 말한다. 중위소득의 50% 미만을 버는 가구는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중위소득의 150% 초과가구는 상류층이라고 말한다. 이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2011년 64.0%, 2012년 65.0%, 2013년 65.6%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00가구 중 66가구는 중산층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재산은 빼고 단지 소득만을 기준 삼아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중산층 지표와 체감 지표의 괴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산층 지표가 단지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산층 지표를 구할 때 한 가구의 소득 이외에 부동산·금융상품 등 자산은 제외된다. 예를 들어 자산은 전혀 없고 매달 갚아야 할 빚이 잔뜩 있는데 일정한 급여가 있는 직장인의 경우 중산층 지표에 따르면 중산층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중산층으로 보기 힘들다. OECD의 중산층 지표를 그대로 채용해서 쓰고 있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중산층 하면 자기가 매월 받는 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도 소유하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중산층 개념은 엄밀하게 말하면 중산층이 아니고 소득 중간층이라고 해야 맞다”고 말했다.

현재의 중산층 지표로 가구소득을 보면 더욱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1인가구의 월간 중위소득은 177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의 월 소득을 보면 88만5000원에서 265만5000원이 된다. 중위소득 50% 주위의 가구는 최저생계비(1인 기준) 60만3000원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때문에 중위소득 50%를 버는 가구를 중산층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차상위계층이라고 부르는 것이 현실에 더 맞다고 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통계청에서 OECD 지표 기준으로 중산층을 산출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빈곤층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중산층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지표를 갖고 진정한 중산층을 도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샘플이 우리 사회 전반을 대변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과정을 보면 우선 전국에서 표본가구 8700가구를 선정한다. 표본가구들은 가계부를 쓰듯이 소득과 소비품목 등을 작성해서 매월 통계청에 제출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와는 달리 통계조사를 위한 샘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예를 들어 최상류층은 통계조사를 부탁하기 위해 접근하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통계청 직원이 조사를 요청하기 위해 고급 아파트를 방문하면 보안상의 이유로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차단당하기 때문이다. 한 통계전문가는 “최근 들어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서 통계표집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라며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을 제외하고 샘플조사를 하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샘플인 8700가구면 충분히 가계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 지표가 중산층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중산층 지표를 개발 중에 있다.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에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새 중산층 지표를 만들고 있다. 새 중산층 지표에는 소득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권리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지니계수 또한 반쪽짜리 통계수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지니계수는 0.302였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 지니계수 0.314(2010년 기준)를 밑도는 수준이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갈수록 해소되고 있고, 소득분배의 평등 정도에 관한 한 선진국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청계천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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