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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유근형 기자(왼쪽)가 비만클리닉 첫날인 4월 18일 경기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주치의인 오상우 가정의학과 교수의 지도하에 VF SCAN을 이용해 내장지방을 측정하고 있다. 동국대일산병원 제공

[동아일보]

[기자 체험 클리닉]<8>6주간 살빼기

‘일주일에 몇 잔의 술을 드십니까?’

4월 17일 비만클리닉을 시작하기 전날 밤 문진표를 작성하다 위 질문에서 가슴이 턱 막혔다. 취재원, 회사 선후배를 핑계 삼아 마신 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 술자리가 생기면 폭탄주 10잔은 기본. 주 3회만 잡아도 한 달에 120잔이 넘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뒤 한 번도 이런 생활을 멈춘 적이 없으니 입사 후 최소 7000여 잔의 술이 내 위장을 씻어냈던 셈이다. 갑자기 내 젊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울적해졌다.

○ 1주차=먹는 음식 모두 기록하라

다음 날 비장한 마음으로 동국대일산병원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기본적인 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체성분 분석검사(In-Body), 혈액검사, 내장지방 측정 등을 진행했다. 내장지방 단면적 측정엔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대신 국내에 5대밖에 없는 ‘VF SCAN’을 이용했다. 방사선 없이 내장지방을 측정하는 기계다.

검사를 마치고 주치의인 오상우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와 마주앉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체중, 체지방, 체질량지수 등 비만과 연관된 수치들이 초과된 것은 물론이고 당 수치가 기준치(99mg)를 넘어 ‘당뇨병 전 단계(내당능 장애)’라는 소견이 나왔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기자가 안쓰러웠는지 한마디 했다. “절대 전투적으로 다이어트 할 생각 하지 마세요. 지금처럼 스트레스 받으면 살 더 안 빠집니다. 생활습관을 바꾸면 무조건 좋아집니다.”

단식원에라도 들어갈 기세였던 기자에게 오 교수는 ‘하루하루의 좋은 삶’을 강조했다. 30분 남짓한 상담시간 동안 살 빼기 비법을 전수하기보다는 다이어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요점은 이렇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살을 뺄 수 있다 △시중에 유행하는 여러 단기 다이어트는 반드시 요요가 온다 △요란한 다이어트는 실패한다 △먹는 양보다는 내용을 바꿔라.

본보 유근형 기자의 비만클리닉 전후 복부 단면도. 비만클리닉 시작일(4월 18일)에는 복부지방(검은색 부분)이 기준치(100㎠)를 초과하는 113㎠였지만 6주 후인 5월 28일에는 93㎠로 대폭 줄었다. 피하지방(회색 부분)도 다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만클리닉 1주차에는 평소와 똑같이 생활하기로 했다. 단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물의 종류와 양을 식단수첩에 적기로 했다.

○ 2주차=무심코 먹는 지방과 탄수화물 줄이자

4월 28일. 1주일 동안 기록한 식단수첩을 바탕으로 영양평가를 받았다. 매일 기초대사량(1700Cal)보다 많은 2160Cal가량을 섭취했다. 식단 변화가 절실했다.

이를 위해 영양교육이 이어졌다. 충격적인 내용이 적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섭취하고 있는 지방과 탄수화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영양사는 탄수화물 과다 물질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식빵 1조각, 감자 1개, 옥수수 2분의 1개, 비스킷 5조각, 고구마 2분의 1개, 도토리묵 반모(두부 반 개 크기) 등은 모두 밥 3분의 1공기 분량의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옥수수 1개(밥 3분의 2공기)를 먹었다면 식사 때는 밥을 3분의 1공기만 먹어야 한다. 특히 감자보다 살이 덜 찌는 것으로 알려진 고구마는 혈당을 급격하게 높인다. 인슐린이 지방 분해를 방해하는 것을 고려하면 고구마도 적당량만 먹어야 한다.

기름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바로잡았다. 기자는 평소 끼니를 김밥 한 줄로 때우며 “와 오늘은 다이어트 했네”라며 안위할 때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밥은 칼로리(약 500Cal)가 상당하고, 특히 기름을 바를 경우 파괴력이 상당하다. 나물, 계란프라이, 비빔밥 등도 티스푼 1숟가락 이상의 기름과 함께 먹으면 기준치 이상의 지방과다 식품이 된다. 오 교수는 “삼겹살을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라면 등 기름에 튀긴 면류를 먹는 것은 자살골을 2번 넣는 것과 같다”며 “참기름은 들기름보다 좋다는 인식이 있는데, 지방이라는 점은 같다”고 했다.

○ 3∼4주차=슬럼프는 반드시 온다

건강 식단을 고통스럽지만 철저하게 지켜 갔다. 출근할 때 현미밥을 얼려서 싸가지고 나왔다. 술자리는 가되 술은 한 잔으로 버텼다. 주변에 당뇨병 전 단계라는 사실을 알린 것이 도움이 됐다. 채소는 배부를 만큼 많이 먹었다. 평소 씻은 오이와 야채 껍질 깎는 기기를 갖고 다니며 배고플 때 수시로 먹었다.

운동도 병행했다. 오 교수는 바쁜 직장인들은 따로 시간을 내지 말고 틈틈이 계단 오르기 등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30분 동안 운동을 하는 것과 10분씩 3번 나눠서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음식 조절과 운동을 2주 정도 진행했지만 체중 감량 속도는 더뎠다. 처음 병원을 찾은 뒤 4주가 지났지만 체중이 2.4kg(86.5→84.1)밖에 줄지 않았다.

오 교수는 이를 셋 포인트(Set Point) 현상이라고 했다. 몸이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저항한다는 것이다. 위도 늘어날 때에 비해 줄어들 때가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처음엔 식단을 조절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야 감량이 본격화된다는 것.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교수
○ 5∼6주차=습관의 힘을 믿어라

노력에 따른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자 초조해졌다. 클리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자 자신과의 약속을 깨는 순간도 생겼다. 의도적으로 피해 왔던 술자리를 뿌리치지 못하기도 했다. 클리닉 마지막 검사일이 다가오자 불안한 마음에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도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클리닉 마지막 날의 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체지방이 4.4kg가량 빠졌고 당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장지방 단면적은 20cm²가량 줄었다. 마지막 2주가량은 다이어트를 포기한 것처럼 지낸 것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았다.

오 교수와 6주간의 비만클리닉 과정을 되돌아보니 결과의 비밀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바뀐 습관의 힘이었다. 실제로 술자리는 늘었지만 안주로 향하는 젓가락질의 횟수는 예전만큼 많지 않았다. 양은 늘었지만 현미밥과 오이는 매일 가방 안에 있었다. 오 교수는 “한 달이 지나고 다이어트 의지는 약해졌다고 느꼈는지 모르지만, 바뀐 생활습관은 유지됐던 거 같다”며 “비만은 생활습관병이다. 한 번 개선된 습관은 그리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주치의 한마디]“거창한 다이어트보다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


유근형 기자의 몸은 야근과 회식을 많이 하는 전형적인 현대인의 모습이었다. 특히 저녁 술자리가 많은 언론인의 직업적 특수성이 더해져 위험성이 더 커 보였다.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 비만은 평소엔 증상이 없지만 한순간에 사람을 황폐화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 기자뿐 아니라 직장인들은 비만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거창한 다이어트를 진행해야만 살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 기자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약물치료를 병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 기자는 곧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켜 갔다. 자신의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면 누구나 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체지방,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수치가 아직 정상범위 밖이다. 이번에 개선한 생활습관을 꾸준히 지켜 나가면서 한 달에 2kg씩 줄여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그것이 행복한 중년이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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