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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6·4 지방선거 / 진보 교육감 대약진 ◆

한 해 예산 7조원을 움직이는 '교육 대통령' 서울시교육감에 성공회대 교수 출신인 조희연 후보가 당선되는 등 전국 10곳 이상의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승리했다.

세월호 대참사 이후 교육을 비롯한 정부 정책 심판론이 불거진 가운데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단일화를 이룬 진보와 달리 보수 진영은 여러 명이 후보로 난립하면서 표가 분산된 게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진보 교육감이 장악한 전국 교육 지도는 혁신학교와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자율형 사립고는 축소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뚜렷한 교육 공약이 없었던 데다 네거티브 공방까지 겹치면서 '선거무용론'까지 나오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교육감들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진영의 논리보다는 학교 안전 등 시급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 보수 후보 난립으로 진보 압승

진보성향 후보들의 단순한 전략이 통했다. 서울 등 진보 후보들은 일찌감치 단일화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혁신학교 확대와 자사고 폐지를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다. 보수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스스로 분열하며 자멸했다. 지난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곽노현 후보는 34.3%로 당선됐는데 2위 보수 후보와 차이가 불과 1.1%포인트였다. 보수 후보 6명의 득표율 합계는 무려 65%에 달했다. 올해도 서울에서 보수 후보 3명(고승덕ㆍ문용린ㆍ이상면)이 조 당선인보다 월등히 많은 표를 얻고도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무려 6명의 보수 후보가 나온 부산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반사이익 때문에 4년 전 6명이었던 진보성향 교육감은 올해 2배가량 늘어나게 됐다.

서울에선 고승덕 후보 딸이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SNS에 올린 이후 가족사 논란이 벌어지며 공약 대결이 실종됐다. 문용린 후보와 고 후보는 가족사 논란을 '공작정치'로 키웠다. 이러한 보수에 대한 실망이 대거 진보에 대한 표심으로 변했다.

반면 조 당선인 아들 성훈 씨는 "'사람이 먼저'인 교육을 만들 아버지를 도와주시라"고 인터넷에 호소하며 주목을 받았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경력 없는 후보들의 대거 참여로 정책 대결로 가지 못하는 등 선거 질이 떨어졌고 보수가 분열되며 진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며 "세월호 이후 교육 등 현 정책 담당자에 대한 실망감이 40ㆍ50대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보다는 평등ㆍ협력 교육이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박범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정서적 교감이 있었고 자사고, 특목고 등 학교 서열화로 과열된 경쟁을 완화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진보 교육감의 약진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선거제도가 보수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투표용지에 기재되는 교육감 후보자의 순서가 선거구마다 달라지는 방식(교호순번제)이 도입되면서 실제 선거 현장에선 투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진보성향 유권자는 자신이 찍을 후보 이름을 확실히 알지만 보수층은 이름보다는 순서에 의존해왔다"며 "이번에 1명당 7표를 찍은 데다 교호순번제가 시행되면서 보수 후보를 찾기 더욱 어려워져 보수표가 줄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자사고 폐지 논란일 듯

보수 후보들이 당선된 지역에선 혁신학교가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진보 후보들이 장악한 곳들은 자사고가 전면 재검토돼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혁신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고, 자사고는 상당수 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해 학교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진영 논리를 초월해 처리해야 할 현안도 있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와의 갈등으로 사상 처음 부동의된 2014년도 예산안을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

학교 시설 개선도 시급하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재난위험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안전 진단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D'를 받은 중ㆍ고교가 11개나 된다. 또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30년이 넘은 노후 학교 건물이 110개인데 이 중 35개(31.8%)가 서울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 학교 시설 개선 예산은 4년 전 4000억~5000억원에서 올해는 800억원으로 급감했다. 무상급식 등 소위 '교육복지' 예산으로 모두 흘러나가 학교 시설을 고칠 돈이 없는 셈이다.

◆ 혼탁선거 후유증

이번 교육감 선거는 가족사, 공작정치, 관권선거 논란 등이 불거지며 네거티브 공방의 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가장 비교육적'이라는 지탄도 받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교육 공약보다는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열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감 선거가 정치인 선거보다 더 혼란을 일으키면서 국민의 혈세로 이러한 직선제를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그 대안으로 과거처럼 임명직 교육감,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 등이 거론된다. 러닝메이트제의 경우 정치 중립의 문제가 남지만 이번처럼 겉으로만 중립을 표방하고 진영 논리를 펼칠 바에는 아예 떳떳하게 정당을 내세워 투표의 관심도를 높이자는 주장도 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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