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박근우(안랩 전 커뮤니케이션팀장)
(나는 누가 묻기 전에는 투명경영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이것은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을 항상 떠들고 다니지 않는 것과 같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명제이기 때문에 의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안철수)
사람들은 흔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살아가는 동안 실수 한 번 하지 않는 이는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세상에 흠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이 좋다. 기존의 홍보나 PR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면,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안랩에서 대내외의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했다. 그래서 회사 직원들은 물론 언론사 기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외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내가 회사에 입사한 2002년경에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몇몇 기자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안철수 박사도 벤처비리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만약 안철수 박사의 비리를 찾는다면 그야말로 특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무렵 실제로 수많은 유명 벤처 CEO들이 벤처비리와 벤처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는 일이 많았으니 기자로서 그런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은 안철수 박사의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그러나 그들의 끈질긴 조사에도 불구하고 안 박사에게서는 그 어떤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는 벤처 붐이 무너진 후 마치 벤처가 범죄의 온상인 양 악성 루머가 난무하던 시기였다.
어떤 기자는 취재가 아닌 취조를 하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시중에 검찰수사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냐고 따지듯 물었다. 그러나 전혀 사실무근의 악성 루머였다. 나는 그 기자에게 직접 검찰에 확인해볼 것을 요청했고, 그는 검찰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곳을 탐문한 후 결국 사실이 아니었다며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이번에는 모 잡지사 기자가 나에게 안철수 박사와의 독대를 요구했다. 그때까지 기자와 안철수 박사가 만나는 자리에는 항상 내가 함께하곤 했는데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요구대로 둘이서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독대가 끝난 후 안철수 박사에게 물었다.
“기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루머가 사실인지 계속 묻더라고요. 사실이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그에게 더 알아보고 일 년 후에 저에게도 결과를 이야기 해 달라고 했어요.”
그 기자는 후에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확신에 찬 말투로 소설(?)을 이야기하던 그 기자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기자는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기자가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알게 되는 수많은 정보 중에는 사실도 있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악성 루머도 있다. 그러므로 기자는 이 둘을 구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사실을 왜곡하는 자들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흑색선전에 부화뇌동하는 이들도 많다.
그들은 아마도 깨끗한 옷을 방망이로 미친 듯이 두드려 더럽게 만든 후 원래부터 더러운 옷이었다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래 더러운 옷은 없었다. 깨끗한 옷을 더럽힌 방망이질이 문제인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방망이질로 인해 선량한 사람들이 상처입지 않기를 바란다.
– 안철수의 He, Story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