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애초 지난 27일 방송했던 ‘특집 생방송-당신 곁에 우리가 있습니다’를 12시간 생방송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12시간 생방송이란 대형 프로젝트를 제작진에 불과 며칠 전에 알려준 사실도 문제지만 더 큰 논란은 KBS가 이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국민 성금 모금방송을 진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세월호 참사 실종자가 100명이 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자연재해 등 책임소재가 모호할 때 필요한 모금방송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비판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KBS 측은 언론에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9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KBS본부)는 KBS가 내부 공문을 통해 이미 성금모금 방송을 위한 각 부서와 지역(총)국에 협조를 당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KBS 측에 모금 방송을 제안한 ‘전국재해구호협회’라는 단체다. 이 단체의 부회장은 길환영 KBS사장이다.

KBS 내부에선 국면전환 의혹을 받았던 모금방송 추진이 결국 길환영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선 제작진에 따르면 KBS는 방송 4일 전인 지난 23일 교양국에서 PD들을 차출해 특별생방송을 제작한다고 알렸으며 그 사이 모금방송이 언급됐다. 세월호 참사 국면이긴 하지만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결국 KBS는 노조와 일선 제작진 등 내부에서 “때가 어느 때인데 성금 모금 방송이냐” 등의 비판이 나오자 성금 모금 계획을 취소했으며, 방송시간도 애초 12시간에서 2시간으로 축소 방송했다. 이 과정에서도 지난 26일 오전 생방송이 취소됐다는 통보가 나왔다가 이날 12시 2시간 생방송을 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정상적인 논의를 거친 ‘계획된 방송’이 아니라는 의미다.

일선 제작진은 29일 성명을 통해 “PD들이 생방송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간부들 중심으로 ‘모금방송’이 언급되기 시작했다”며 “제작PD들이 난색을 표시했지만 계속 모금방송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정과정과 취소사유를 제작PD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도 29일 성명에서 “간부들은 일선 제작진에게 끊임없이 모금 방송을 강요했다”며 “제작진도 모르게 CP급 간부들이 직접 지역국에 모금방송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돌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부장 이하 TV본부 간부들은 최소한 사회적 판단 능력이 없다는 뜻”이라며 “사회적 공감 능력 장애라도 앓고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전국재해구호협회 길환영 부회장에게 묻는다”며 “협회는 이 시점에서 왜 모금 방송에 집착하는가? 혹 여권에 부담되는 세월호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 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TV본부 간부들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공문이 왔으니 무조건 모금 방송을 하라’고 제작진에게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성금 모금이 검토가 됐고, 검토 끝에 취소가 됐다”고 해명했다. KBS측은 “(노조 등에서 주장하는) 국면전환을 위한 것은 아니고 (윗선이) 개입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며 “실종자가 사망자가 될 것이란 전제에서 진행됐던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