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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積弊)는 어떻게 척결되는가


   해방 이후 한국정치에서는 분단, 쿠데타, 유신, 광주를 차례로 거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이 근 반세기 동안 행해져 왔다. 위로부터의 정치가 강압과 포섭을 통해 아래를 형성하고 먹이사슬로 유착된 위와 아래의 상부상조가 부패관행으로 고착되었다. 민주화를 자유화로 호도하며 보낸 세월이 어느새 훌쩍 다시 사반세기다. 그간 주체가 국가에서 시장으로 서서히 이전했을 뿐, 한국정치와 사회의 헤게모니가 압도적인 보수적 지형 위에서 구축되고 전개되어 왔다. 냉전반공주의, 성장지상주의, 지역주의 등 퇴행적이고 병든 이데올로기의 상시적 동원이 그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적폐, 한국적 보수가 쌓아올린 치적 

  보수의 전방위적 헤게모니 하에서 이 땅의 진보는 늘 소외되고 변방에 주눅 들어(사실상 찌그러져) 있었으니, 따라서 적폐라면 그것은 일차로 한국적 보수가 쌓아올린 치적일 것이다. 만일 누군가 신자유주의를 맨발로 뛰어나가 맞았던 디제이나 노무현 정부를 진보나 좌파로 몰아세우고 잃어버린 10년 운운한다면, 이는 무식하거나 사악하거나 아니면 스스로의 현실인식이 뻔뻔하고 무책임한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진보진영의 편에서 보면, 미군정 3년을 포함한 해방이후 한국정치사가 그야말로 통째로 잃어버린 70년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산업화의 치적을 아무리 치켜세운다 해도, 그 와중에 구조화된 정치-시장의 유착 고리가 세월호 참사의 근원적 뿌리로 작용했다면, 산업화를 위해 치른 비용, 그것이 강요한 희생, 고통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적폐를 척결한다는 말은 어떤 점에서 한국적 보수의 기반과 논리를 허문다는 의미에 닿아있다. 원죄적 과거와의 결연한 단절도 불사하는 준엄한 자기성찰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작업의 성패는 일찌감치 정해진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죄에는 청산의 의미가 담겨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먼저 단호하지 못한 신념은 독단이 되고 맹목적인 고집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애국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심의 날을 세울 필요는 구태여 없겠지만, 나는 사과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와 완강한 인사행태에서 아무런 희망의 불씨도 보지 못한다. 과일이 더 이상 열리지 않는 과일나무도 이파리는 여전히 무성할 수 있다. 대통령의 눈물에도 불구하고, 뒤이은 인사행태는 그녀의 호언이 실은 텅 빈 내용의 과장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부추긴다. 돌아보면 대선과정의 과거사 논란부터 국정원 선거개입 추문 그리고 최근 여객선 참사에 이르기까지 계기마다 대통령은 한 번도 적극적으로 사과와 유감을 표명했던 적이 없었다. 그녀 특유의 모호한 둔사와 번번이 떠밀리듯 이뤄졌던 사과 표명에서 청산에 대한 어떤 결의도 읽지 못한다 한들 비난할 일이 아니다.

  가장 힘든 논쟁상대는 천재도 바보도 아닌 경직된 사람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정말 난감한 경우는 자신이 경직된 줄도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이다. 그간 박대통령이 보인 일련의 행태는 정치적·물리적으로 격리되고 폐쇄된 세계였던 청와대가 준 영향이 너무 강해서 여타의 사회화 학습을 변변히 체험할 기회가 없었으리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그리하여 그녀에게 유신은 아버지에 대한 향수, 아버지의 그림자가 길고도 짙게 배어있는 대한민국의 운명이었을 것이다. 운명을 어찌 사죄하겠는가. 그러나 애초에 정상을 배우고 익힐 기회가 없던 이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거듭 강조한다면 이는 섬뜩한 일이다.

슬픔이 격발시킨 분노의 불씨를 키워야 

  “창밖에 폭풍우가 몰아칠 때 실내의 바로미터가 '날씨 쾌청'을 가리킨다면, 이는 바로미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영국보수당 수상이었던 대처의 통화주의가 온갖 불리한 경제지표들 속에서도 고수되는 것을 빗대어 그녀의 최측근이던 이안 길모어가 했던 말이다. 적폐 척결을 외치는 현 정부가 개혁의 주체로서 과연 개혁의 대상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생각할수록 정말 자신이 없다. 어쩌면 우린 포도를 맺지 못한다고 가시나무를 책망하고 무화과가 열리지 않는다고 엉겅퀴나무를 비난하며 열을 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슬픔을 느낄 때 보다 솔직해진다. 그리하여 슬픔은 희생자에 대한 연민과 원인제공자에 대한 분노를 유발시킴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연대하게 만들지만, 슬픔이란 감정 역시 지속적이지 않다. 슬픔도 잊힌다. 곧이어 닥칠 브라질 월드컵 ‘축제’는 우리의 망각을 더욱 재촉할 것이다. 적폐는 개선난망이라 했던가. 그러나 분노는 상당한 정도로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적인 분노는 얼마든지 용서하고 잊되, 공적인 불의 앞에서도 침묵을 미덕으로 삼는다면, 이는 패배주의요 기회주의적 처신과 다를 바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슬픔이 격발시킨 분노의 불씨를 키워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 책임지는 정치를 위해, 대항권력의 깃발을 세워야 하니까.

                  (글 :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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