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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을 권장하는 사회

 

세월호 참극이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하였다. 담화문 중 내 마음을 쓰라리게 한 것은 다음 말이었다. “앞으로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서 피해자를 위한 배상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 그래, 그런 경우가 있다면 그 이익은 환수되어야 하고, 기업은 문을 닫아야 마땅할 것이다.

 

탐욕과 사익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것인가. 그게 가능한 사회라면 세월호 참극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탐욕과 사익으로 이익을 추구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탐욕과 사익은 지금 수배 대상이 되어 있는 유병언 일가의 것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듣기 거북할지 모르지만, 탐욕과 사익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원리다. 알다시피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적 이익(곧 사익)의 추구를 제도적으로 허락하는 사회가 아닌가. 그것이 탐욕이 아니면 무엇인가.

 

다만 탐욕과 사익의 무한한 추구는 필연적으로 대다수 사회 구성원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결과적으로 사회 자체를 파괴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이나 기업 소유주의 무한한 이익 추구를 제한하고(예컨대 독점금지법, 환경법 등 법률의 제정),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업은 노동조합의 조직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노조를 설립하려는 낌새만 보여도 온갖 수단을 통해 좌절시킨다. 언론에서 노조활동을 대한민국의 경제를 파괴하는 주범인 것처럼 여기는 논조를 찾는 것도 결코 어렵지 않다. 낮은 임금으로 고용한 사람을 ‘노동유연화’, ‘경영합리화’, ‘비용 절감’이란 거룩한 용어를 들먹이면서 하루아침에 해고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규직 노동자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인다. 그 결과 정규직의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6%다. 기업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도 꼭 같은 짓을 한다. 신자유주의 이후에 벌어진 일이고,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강화된 현상이다.

 

법과 제도 위에 구축된 탐욕은 어떻게?

 

그렇게 줄인 임금과 비용은 모두 어디로 가는가? 어떤 재벌은 작년 1년 동안 주식배당금으로 1천억 이상을 받았다. 아마도 그의 직계가족의 배당금을 합하면 수천억이 넘을 것이다.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자. 대한민국의 유수한 재벌과 그 가족들이 1년에 받는 주식 배당금, 부동산 임대소득, 금융소득, 지가 상승 등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아마도 수백만 명 국민의 1년 소득에 해당할 것이다. 또 어떤 기업의 사장은 한 분기에 거의 1백억에 이르는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만 못해도 수십억, 수억을 받는 사람도 흔하다. 총리후보자로 지명되었다가 사퇴한 분은 대법관 퇴임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16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노동유연화’, ‘경영합리화’, ‘비용 절감’ 등으로 줄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만하다. 그들의 건너편에는 불안한 고용, 저임금으로 고통에 떠는 대다수 국민이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돈이 유일한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고, 서로 경쟁하여 돈을 벌라고 ‘강요’한다. 이런 사회에서 그 누가 직업윤리를 지킬 것인가. 공공성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대통령이 지적한 ‘탐욕’과 ‘사익’은 ‘불법적 수단’을 통해 추구한 것일 터이다. 당연히 처벌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만든 거룩한 법과 제도 위에 구축된 합법적·제도적 ‘탐욕’과 ‘사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근원적 반성이 없는 한 정부 부처를 없애고 합치고 이름을 바꾸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다산의 말씀을 한마디 덧붙인다. “영남의 최씨, 호남의 왕씨 같은 부자는 곡식 1만 석을 거둔다. 그 땅을 계산하면 4백 결 이하는 아닐 것이다. 이것은 3천 9백 90명의 생명을 해쳐 한집안만 살찌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조정의 관리들은 서둘러 부자의 것을 덜어내 가난한 사람에게 보태주어 재산을 골고루 분배하는 데 힘쓰지 않고 있다. 그들은 목민관의 도리로 임금을 섬기는 사람이 아니다.” (「田論」).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와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글 :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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