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41조 보따리에 ‘곁다리 금리인하’ 불안
불투명 풀무질에 ‘한은 거수기’…가계부채 증가·금리인상 역풍 ‘뒷감당은’
지난해 5월 한국은행은 2012년 10월부터 유지돼 오던 기준금리 2.75%를 2.50%로 전격 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금리 인하 요청이 있었다. 당시 현오석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은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면서 공개적으로 한은에 기준금리를 요청했었다. 한은은 정부 요청을 받아들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은 내수부진과 소비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인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정부와 정책공조를 벌이는 정치적 선택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기준금리 2.50%는 이후 15개월 동안 유지돼 왔다. 그동안 금리를 올리냐, 마느냐 하는 다양한 의견과 외부압력이 들어왔지만 한은은 아무런 변동 없이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시켰다.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고 본격적으로 내수활성화 정책을 벌이면서 한은으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다시 들어왔다. 지난달 21일에는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회동을 갖고 한국경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수장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에 뜻을 같이 했다. 지난달 10일 한은은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이 총재가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 확대를 자주 거론하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사이 정부는 41조원 규모의 거시경제정책을 발표했고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8월에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시장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14일 오전 한은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3년 10개월만의 최저치 기준금리다. 정부와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경기가 좋아지는 지표가 있는데 왜 굳이 이 시점에 금리인하를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또다시 정부와 정책공조를 벌이며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때로는 공조도 필요하지만 지금의 한은은 정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이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금리인하보다 향후 추가되는 금리인하가 언제가 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금리인하 후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고 미국 등 글로벌경제가 살아나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그 역풍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 내야 하지만 ‘파산가계 급증’ 등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부분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을 진단했다. |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개월만에 내렸다. 기준금리는 2.5%에서 2.25%로 0.25%p 하향조정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하가 사전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어 시장이 크게 요동칠 일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경제전문가들은 추가 금리인하가 언제 결정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은행. ⓒ스카이데일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하향조정했다.
14일 오전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2.5%에서 0.25% 내린 2.25%로 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0년 11월 이후 46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준금리는 정부가 추경을 편성한 직후인 지난해 5월 2.75%에서 2.50%로 인하된 후 15개월만에 변동됐다.
경기 드라이브 거는 정부에 한은이 금리인하로 화답 ‘독립성 의문’ 시각도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내수부진·세계 경기회복 지연·국내경제의 하방 리스크 확대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0일 한국은행은 올 성장률 전망을 기존 4.00%에서 3.80%로 하향조정하고 기준금리 2.50%대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었다. 산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주요 경제연구기관 역시 올해 한국 성장률을 0.1~0.4% 사이로 하향조정하며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수 부진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제 성장에 위험요인이 커졌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 지료: 한국은행 2014년 8월 1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분석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7일 기획재정부는 8월 경기동향 보고서인 른바 그린북을 발표하고 내수 회복이 더디고 수출과 고용이 주춤한 상태라고 전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대비 0.6%에 그쳐 시장의 예상치인 0.7%를 하회했다. 민간소비는 0.3% 하락하면서 지난해 1분기 -0.1%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금통위의 금리 인하 배경에는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팀은 대규모 경제부양정책을 속속 발표하며 한은의 공조를 필요로 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가 회동하며 한국경제에 대한 시각차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서로 알았다. 이 자리에서 두 수장은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이뤄 간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정부의 경기부양책 발표에 화답한 것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4∼5월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정부는 당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면서 한은에 공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한은은 4월 총액대출한도를 3조원 늘리고 5월에는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현오석 전 부총리에 이어 이번에는 최경환 경제팀이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한은이 금리 인하 결정으로 화답한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국내가계대출 등 인하 후 문제 산적해 ‘무리수’ 평가도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는 했지만 한국은행에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금리인하로 이미 10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경제의 폭탄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가 더 커지면 정부나 한은의 정책이 급작스럽게 변할 수 있게 된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꾼 대출자들이 금리인하로 손실을 본다.

▲ 자료: 기획재정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무엇보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변동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이 올 10월 양적완화 정책을 마치고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 역시 기준금리를 재조종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갑작스런 금리변동으로 인해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었다.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발표와 함께 7월 금통위 이후 이 총재가 ‘하방리스크’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8월 금리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전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번 금리 인하로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은 아니다”며 “이번 인하보다는 향후 금리 인하가 더 관건이다”고 전했다.
정부와 경제계는 금리 인하에 대해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결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 활성화 대책에 큰 보탬이 된다”며 “통화정책까지 경기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경기 부양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기중앙회는 14일 논평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는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결정이다”며 “이번 금리 인하가 소비 심리 회복시키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활동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2.25%로 금리인하가 단행되자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정부와 경제계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맞춰가는 통화정책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무대응으로 금리를 변동하지 않다가 정부의 요청으로 갑작스럽게 금리를 인하했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과 통화가 조화되면서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과 규제완화 대책에 이어 금리까지 낮아지면서 기업이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하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반면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에 지나치게 신중하다보니 경기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며 “지난 15개월 동안 경기가 변동하는 사이 한은이 무대응으로 일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의 청신호라고 할 수 있는 은행대출증가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굳이 이 시점에서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과거 은행대출증가율이 오를 때 한은이 금리를 내린 적은 없다”고 말하며 한은의 결정을 비판했다.
한편 추가 금리 인하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권한욱 교보증권 연구원은 “15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동결 이후의 금리 인하이기 때문에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22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