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을 쓴다는 것은 억울하고 화가 나는 일이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청와대 행정관이 자신을 정윤회 등 비선실세 국정개입 관련 문건 유출 사태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말을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 이준석 으로 부터 전해 듣고 억울함에 분노했다고 한다. 지난 6일 이 말을 듣고 “청와대 애들 가만히 안 놔두겠다.”며 격노한 후 12일 김무성의 수첩이 사진으로 찍혀 언론에 보도된 후에는 “청와대 조무래기들 가만 안 놔두겠다.”고 분노했다는 것이다. 화가 나면 무슨 소리를 못하겠는가? 그러나 일반인이라도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데 하물며 집권당 대표가 말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조무래기는 어린아이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애들이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의 행정관이 애들이라면 공직사회의 대부분을 조무래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김무성 스스로 매우 권위적이고 독선적임을 자백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사표가 수리된 청와대 선임행정관 음종환은 2급이라고 한다. 2급이면 공직사회에서는 별이라고 하는 이사관이다. 별정직이라고 하지만 청와대 2급이면,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자리일 것이다. 여당 대표이고 국회의원 김무성이 공직자들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사관도 조무래기면 대한민국 공직자 중 대다수는 조무래기다. 화가 나서 그렇게 평가했다고 할 수 있지만, 김무성 말의 이면에는 공직자들을 얕잡아 보는 안하무인의 태도가 숨어 있다는 짐작이 생기는 것은 나만의 편견인가? 더군다나 “가만 안 놔두겠다.”고 한 말은 협박에 가까운 것이다. 결국 김무성의 가만 안 놔두겠다는 말 대로 2급 행정관은 사표를 내고 쫓겨났다. 김무성과 함께 문건 유출 배후로 지목된 국회의원 유승민은 지난해 국회에서 정부의 안보 전략 부재를 비판하면서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하였다. ‘얼라’는 ‘어린아이’의 방언으로 영남지방에서 쓴다. 유승민도 청와대 직원들을 애들 취급했다. 유승민이 정권 창출에 1등 공신 급이기 때문에 청와대 행정관들은 공신들 덕에 정권을 잡아 임명되는 기회를 가졌다는 자만에 취해 있어서 한 말인지 모르지만, 청와대 직원들을 애(얼라)로 취급하는 의식은 매우 거만한 자세다. 사람은 다 어린애로 태어나서 성장한다. 무슨 의미로 어떤 기준으로 조무래기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직위를 기준으로 했다면 김무성이나 유승민은 조무래기 시절이 없었는가? 김무성과 유승민은 하늘에서 바로 여당 대표와 국회의원으로 임명되었는가? 김무성과 유승민에게 조무래기 시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과거를 모르겠다. 조무래기 시절이 없었다고 해도 이런 말은 품위에 맞지 않는다. 21세기의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한다. 품지 못하겠으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당당하게 사실만 가지고 해명하라고 하고, 또 항의하고, 안 되면 법적 대응 등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의 무능과 무기력으로 삶의 고통 속에서 스트레스 받고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집권당 대표라면 최소한 이마 찌푸리게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독선과 아집을 가지고 하늘 높은 것 무시하면 추락하는 날이 온다. 공무원들도 청와대 행정관은 별정직이고 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김무성의 조무래기 발언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면 또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면 그 뜻을 전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최소한 사과 한 마디 정도는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좋은 것이 좋은 것인가?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뜻인가? 세상은 비겁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출처 : 뉴스300 http://www.news300.kr/sub_read.html?uid=3778§ion=sc27§ion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