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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책략 아닌 조선책략



1880년 6월 예조참의 김홍집이 사신으로 일본에 갔다. 1776년 강화도조약의 뒤처리로 부심했다. 일본에 와있던 청국 공사 하여장(何如璋)과 참찬관 황준헌(黃遵憲)이 찾아왔다. ‘타향에서 만난 옛 친구’였다. 몇 차례 오가며 무역과 관세에 관해 조언을 들었다. 주된 화제는 자연 세계정세와 그 대응책이었다. 

“러시아가 귀국 국경 도문강구 일대에 무슨 시설을 해놓았다던데 무엇이지요?” 하여장은 우려를 나타내며 말했다. “근일 서양에서는 ‘세력균형[均勢]’라는 법칙이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연합하여 강국을 견제하는 외교의 하나이지요.”

조선책략 아닌, 중국책략이요 영국책략

어느덧 김홍집 일행이 귀국할 때가 되었다. 황준헌은 자신이 쓴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사의조선책략(私擬朝鮮策略)〉. ‘내가 생각하는 조선의 책략’이란 뜻이다. ‘사의(私擬)’란 말을 붙여 개인적인 소견처럼 말했지만, 당시 중국의 실력자 이홍장의 생각이기도 했다. 

내용은 러시아에 대한 경계로 시작되었다. 러시아가 영토 확장에 주력한 지 3백여 년, 그 대상이 유럽에서 중앙아시아로, 오늘날은 동아시아로 옮겨졌는데, 그 첫 대상이 조선이 되었다. 조선의 러시아를 막는 일보다 급한 일이 없다.” 러시아를 막는 조선책략은“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맹약을 맺고, 미국과 연대함으로써 자강(自强)을 도모하는 길뿐이다.” 

  왜 그토록 러시아를 경계했던가? 당시 남하정책을 추진하던 러시아가 청국의 서북면 신강 위구르 지역에 침입해 분쟁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틈에 일본은 운양호 사건을 일으키고(1875) 이듬해 강화도 조약을 맺었다(1876). 그뿐인가. 유구(琉球, 오키나와)까지 병탄했다(1879). 이런 일본과의 맹약을 추천한 것은 청국의 궁여지책이었다. 미국을 끌어들인 것은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발상이었다. 〈조선책략〉에서 청국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황준헌의 책략은 조선책략 아닌 중국책략이었다. 

  영남 유생들이 들끓었다. 중국에게 속방의 직분을 다하는데 더 친할 게 무엇이냐, 요충지를 점령하고 있는 일본이 기회를 틈타 침략하면 어떡하느냐, 미국은 본디 모르는 나라인데 공연히 끌어들여 분란을 자초하느냐, 러시아는 본디 혐의가 없는데 공연히 이간질하는 남들 이야기만 듣고 배척하여 분쟁의 구실을 주느냐 등. 

조선책략〉의 뜻대로 미국과 조약을 맺고(1882), 유럽 여러 나라와 차례로 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고종의 노력은 안팎으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차별받은 구식군대가 임오군란(1882)을 일으켰다. 청국은 대원군을 잡아갔다. 종주권을 행사하려는 청국으로부터 자주권을 회복하자는 것이 갑신정변(1884)이었다. 일본은 배후에서 부추겼다. 

청·일의 대결국면에 불안해진 고종은 러시아에 은밀히 접근했다. 이에 놀란 영국은 거문도를 불법 점령했다(1884). 영국은 패권국가로서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었다. 이른바 ‘그레이트게임(The Great Game)’이었다. 러시아 견제를 제1의 목표로 삼은 〈조선책략〉은 기실 영국책략인 셈이었다. 

  일본은 미국과의 불평등조약(1854) 개정과 자강에 노력을 경주했다. 노대국 중국은 변화가 여의치 않았다. 중국만 바라보던 조선은 제대로 정치적 힘을 결집하지 못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갑오동학 등을 거치면서 각 정치세력이 각개격파 당했다. 자강은 시간을 필요로 했고, 시간은 일본의 편이었다. 조선은 일본의 자강을 위한 먹잇감이었다.

패권국의 동아시아 파트너인 일본의 승리

조선책략〉에서 바라던 바와 달리, 중국은 일본과 충돌했고 패배했다(1894). 패권국가 영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한 일본은 승리했다. 무릇 패권국가는 지역의 하위 파트너를 둔다. 영국의 동아시아 파트너는 일본이었다. 러일전쟁(1905)에서 일본의 승리는 영국의 승리였다. 이로써 동아시아에서의 그레이트 게임은 일단락되었다. 영국처럼 미국도 일본에게 지역 패권을 인정했다. 가쓰라-태프트 협약(1905)이 그것이었다. 20여 년 일찍 개항한 일본은 약 30년에 걸친 집요한 안팎의 작업으로 마침내 조선을 삼켰다. 

  다시 〈조선책략〉을 생각해본다. 그것은 조선의 책략이 아니라 패권국의 책략이었다. 패권국의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세계정세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패권국의 책략이 우리의 운명을 지켜줄지 알 수 없다. 

또한 〈조선책략〉을 둘러싼 논쟁에서 화이론(華夷論)적 관점이 의연했다. 중화를 중심으로 하여 주변국을 오랑캐로 보는 동심원적 사고로는 중앙만 바라보느라 주변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화’와 ‘이’를 구분하는 명분론적 사고로는 국제정세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광복 70년. 패전국 일본은 시간을 돌려 러일전쟁의 승리를 구가하던 110년 전으로 회귀하는데. 분단 70년, 동강난 반쪽짜리 나라에 전시작전권도 없이 오로지 미국만 바라보는데.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민족 감정을 나무라고, 미국은 일본과 저렇게 사이가 좋은데. 한국책략은 도대체 어디서 구할꼬. 

(글 :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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