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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기류 ‘미·일 對 중·러’

풍전등화 한반도…동북아 4강국 힘의 균형 균열조짐

미-중 경제블록 빙자 패권다툼 복마전…TPP-AIIB 어딜 서도 ‘지뢰밭’

지난 2005년 6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표로 공산품, 농업제품 등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정부 조달, 지적 재산권, 노동 규제, 금융, 의료 서비스 등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고 자유화하는데 합의했다.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이 체결된 것이다. 당초 국제사회는 이들 4개국만이 참여한 TPP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영향력 역시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TPP 참여를 선언하면서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에 이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이 추가로 참여했으며 지난 3월 일본도 TPP에 가입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베트남, 일본 등이 이 같은 미국의 조언에 가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권투로 비유하자면 국방과 외교는 물론 경제에서도 세계패권을 놓고 챔피언(미국)과 도전자(중국)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의 입장은 날로 난감해지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으로 분류된 우리나라는 점차 경제는 중국을 통해, 안보는 미국을 통해 국익을 취하려 하지만 양국의 거세진 대립각 속에서 속을 끓이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新냉전’으로까지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날카로운 대립 속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TPP가입 등에 대해 진단해 봤다. 

 ▲ 경제와 국방 등 세계질서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노골적인 대립으로 인해 ‘新냉전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둘러 싼 이들 양국의 힘겨루기도 날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러시아 승전기념일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며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공고히 한 최근의 ‘미·일동맹’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주변 강국들의 움직임 속에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는 이른바 ‘안미경중’의 외교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줄타기가 앞으로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의 힘의 재편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지정학적으로 이들 세력균형의 중심추에 있는 우리나라의 미래 운명에 대한 담론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일본은 가이드라인 개정에 합의하며 미·일 안보동맹을 보다 견고히 했다. 이어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일 러시아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시종일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의 모습을 보였다.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 4강국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현재 우리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외교방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가입을 통해 점차 우리나라를 멀리하고 있는 듯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정권차원에서 양자협상을 통한 개별 FTA 경제영토 확장에 주력해 온 우리의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붉은광장 결의’ 시진핑·푸틴 vs 중국견제 미·일동맹…고래싸움 새우처지 대한민국
 
러시아의 최신식 무기 및 군수장비들이 러시아 붉은광장에서 긴 행렬을 이어갔지만 세계인들의 눈은 이 자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향했다.
 
 ▲ ⓒ스카이데일리

10년 전 같은 행사 당시 푸틴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자리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최고 수준의 환대를 받은 것을 두고 일본과 손잡고 강한 견제를 시작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의 손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들 4개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질서를 개편하는 ‘진영전쟁’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안보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新냉전의 도래’라고 평가하는 상황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상 이들 4개국이 정면으로 맞붙는 동북아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이에 대한 미세외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미국은 꾸준히 미온적인 자세를 유지했다”며 “이는 미국이 향후 물리적 충돌이 있을 시 군사적 개입이 가능하게 하기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냉전시대와 마찬가지로 한반도는 향후 신냉전시대에서도 양측 세력이 맞붙는 최전방이 될 것이다”며 “특히 우리나라를 향한 양대 세력의 경제·군사·외교적인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과거의 냉전과 신냉전의 양상은 사뭇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념 갈등이 군비경쟁으로 이어졌던 과거와 달리 이미 군비를 갖춘 양측이 경제력을 무기삼아 맞붙을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냉전과 마찬가지로 신냉전의 접점은 한반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을 놓고 양대 세력축이 ‘밀당(밀고 당기기)’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안보관련 학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가 취하는 기본 외교노선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형국이다”며 “이 노선이 잘못됐다기보다 자칫 상대국들의 심리를 건드려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 자료: TTP ⓒ스카이데일리

포기할 수 없는 ‘중국시장’·미국 주도 배제된 대한민국…대안 떠오른 ‘TPP’
 
현재 우리나라 외교의 주 노선은 경제는 중국에게, 안보는 미국에게 각각 의존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거대 시장을 적극 개척해 경제적 활로를 찾고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동맹을 보다 견고히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점차 우리나라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가장 적합한 예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과 사드배치를 둘러 싼 첨예한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에 있어 어느 편도 들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입지가 위태로울 것이란 전망이다.
 
동북아 관련 전문가 K교수는 “일본의 경우 중국이 아닌 철저하게 미국 곁에 다가서는 노선을 취했다”며 “미국 역시 한국 등의 강력한 반발에도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통해 철저하게 일본을 감싸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하지만 거대시장인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나라가 마치 미국과 중국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점차 우리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미온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양측과 조율하는 외교적 능력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중국이 주도한 AIIB에 가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TPP의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과 베트남 등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의 우방으로 떠오른 국가들이 잇따라 가입하는 가운데 우리도 이에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점차 부상하는 것이다.
 
“공격적 자립개척 양자협상 FTA  경제영토 공든탑 무너질수도”…TPP 신중론 나와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아직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TPP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TPP의 목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각종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해야 하는 만큼 자칫 기존 국가 간 체결한 양자 FTA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TPP를 반대하는 측의 이유다.
 
재정경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년여 동안 개별 FTA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며 “FTA가 발효되거나 발효가 예정된 국가 상당수가 이미 TPP에 가입한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TPP가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TPP가입을 서두르자는 주장은 외교·안보만을 생각한 채 대한민국 경제를 담보로 잡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TPP가입은 신중함을 잃지 않은 채 다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이 우방국들의 TPP 가입을 종용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경제협력 행보를 강화해 온 우리나라가 자칫 외톨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안없는 TPP 가입은 기존의 양자협상 FTA를 해치는 악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주최로 열린 ‘TPP 전문가 포럼’에서 김양희 대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TPP 참가에 따른 이용도 비용도 크지 않다”며 “과도한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고 밝힌 바 있다. TPP가 막연한 두려움을 갖거나 막연한 이익의 환상에 빠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경제논리를 떠나 외교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TPP에 가입해 미국 중심의 경제재편에 참가하는 것이 이로운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그간 우리 정부가 사활을 걸고 체결해 온 FTA의 효력보다 TPP가 앞선다면 이는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미동맹을 보다 견고히 하기위한 TPP가입이라면 개별 FTA효력이 TPP보다 우위를 점해야 함을 미국에 확답을 받아야 한다”며 “이에 대한 외교 및 경제 당국의 심도깊은 논의와 미세외교가 계속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3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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