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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왕정의 부활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이젠 허물을 탓하고 근신하는 형식적 치레도 없어

이제 한반도에서 왕은 아주 없어진 것인가? 왕정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하겠지만, 나는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오직 왕이란 명칭만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른바 ‘민주주의’ 하에서 선거에 의해 몇 년에 한 번 사실상의 왕, 곧 대통령을 뽑고 있지 않은가? 세습하지 않고 선거에 의해 뽑히기에 왕이라 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동일한 지배집단에서 계속 왕이 나오고, 그가 또 절대권력을 휘두르기에 사실상 왕과 다르지 않다. 바뀌는 것은 왕의 얼굴일 뿐이다. 백성(요즘은 ‘국민’이라는 바뀐 이름으로 부른다)들은 왕을 뽑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환상을 가진다. 행사를 통해 왕으로 선발된 사람이 자신의 고통을, 특히 경제적 고통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환상은 깨어지기 마련이기에 환상이다. 왕은 옛날의 사족과 동일한 지배계급을 대리(혹은 대표)해서 국민을 지배하는 자일 뿐,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목적으로 삼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 왕은 그나마 유교 교육 때문에 종종 자신의 허물을 탓하고 근신하는 일은 있었지만, 요즘 왕은 그런 형식적인 치레도 없는 것 같다. 국민의 대표들이 결정한 사항도 무시하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니, 다시 절대왕정 시대가 부활한 것 같다. 루이 16세가 한반도에 다시 태어난다면, 정말 좋은 세상이라고 할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종종 ‘왕이란 무엇인가?’라고 자문해 본다. 답은 이렇다. 

개인적으로 왕은 무능하고 용렬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물론 왕이라 해서 예외 없이 무능하고 용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왕조 성립 초기에는 좀 괜찮을 수도 있다. 이전 왕조의 모순을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출현한 새 왕조이기에 제법 개혁 의지를 보이고, 2, 3대쯤이면 괜찮은 왕이 나타난다. 『실록』을 읽어보면 1392년 건국 이후 1494년까지 약 1세기 동안 등장한 왕, 예컨대 세종·세조·성종은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왕 노릇을 그럭저럭 괜찮게 한 편이다.

왕이 백성의 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성종 이후로는 무능하고 용렬한 왕들이 줄을 잇는다. 왕정 하에서 좋은 시절은 원래 쉽게 끝나기 마련인 것이다. 혈통을 따라 왕위에 올랐는데 무슨 특별한 노력과 공부와 선정의 의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궁궐에서 태어나 평생 궁궐 안에서 살았던 사람, 좋은 옷을 걸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늘 명령만 내렸던 사람이 백성의 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인가? 왕은 간혹 궁궐 밖으로 나가기는 하지만, 보통 백성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기회란 없었다. 미복(微服)으로 암행하여 백성의 질고(疾苦)를 살핀 왕의 존재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백성들의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낸 판타지일 뿐이다. 

조선 시대 왕은 그를 떠받들고 있는 사족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침범하지 않으면 결코 쫓겨나지도 않았다. 사족들이 연산군과 광해군을 쫓아낸 것은 그들의 이익을 침범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사족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다면, 왕은 사족과 운명공동체다. 어지간한 실행과 실수로는 결코 쫓겨나지 않는다. 백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왕이 아무리 무능해도, 또 그 무능으로 인해 백성의 삶이 피폐해져도 왕은 영원히 왕이다. 달리 말해 대한제국이 끝날 때까지 백성의 힘에 의해 왕이 축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사족은 아주 넓은 차원에서만 왕을 제어할 수 있다. 일상의 현실에서는 왕이 쥐고 있는, 가공할 만한 절대권력에 무릎을 꿇기 마련이다. 왕은 형벌을 가하고, 귀양을 보내고, 죽이고 살리는 권력을 행사한다. 사족들은 이 권력을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하였다. 곧 세자 때는 서연(書筵), 등극 후에는 경연(經筵)이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왕을 가르치고자 했던 것이다. 서연과 경연에서 사용된 텍스트들은 유가의 경전과 역사였다. 그 텍스트들은 끊임없이 왕이 도덕적 완성자, 곧 성인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런 교육으로 인해 그나마 가뭄 홍수가 나고, 흉년이 들면, 그리고 그 외 무슨 변고가 생기면, 형식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왕은 ‘과인의 허물’이라면서 먼저 자신을 탓하고 반찬 가지 수를 줄이고,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근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 : 다산연구소 실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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