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노인 아니면 가난한 노인…국민연금 양극화 심화
뉴스1
입력 2015-07-31 06:57:00 수정 2015-07-31 06:58:23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국민연금 가입자 중 10만명 이상이 손해를 감수하고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했다.
조기노령연금은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만 55세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 중 소득이 없어 최대 5년 빨리 연금을 앞당겨 받는 제도를 말한다. 연금을 조기에 받아 생활이 안정되지만, 1년마다 급여액이 6%씩 깎여 금전적인 손해가 크다.
60세 미만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총 10만992명이었다. 연령별 현황은 59세가 4만3815명(9.9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8세 3만1043명(7.04%), 57세 2만6001명(5.89%), 56세 133명(0.03%) 순으로 조사됐다.
50대에는 자녀 대학 입학과 결혼 등 목돈이 들어가는 시기인데다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도 어려워 소득이 없으면 최후의 보루로 국민연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은 통계로 확인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보면 조기노령연금 수령자는 2009년 18만4608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8.59%에서 지난해 8월에는 42만8828명으로 14.8%까지 상승했다.
60세 이상은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해진다. 조기노령연금을 받아온 고령층은 60세 5만6556명(12.82%), 61세 11만1021명(25.16%), 62세 3만1149명(7.06%), 63세 2만3082명(5.23%), 64세 2만1948명(4.97%), 65세 이상 9만6471명(21.86%)이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 이상이 온전한 금액의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 셈이다.
◇노령연금 수령 연장, 5년 새 38.7배 증가…연 7.2% 이득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고도 더 많이 받기 위해 수령 시기를 연기한 사람은 8200여명에 달했다.
여윳돈이 있거나 생활이 풍족한 고령층은 급여액 수령 시기를 늦춰 나중에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9일부터는 급여액 일부를 61세 이후에 받겠다는 연기 신청이 가능해졌고, 현재 신청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올해 기준으로 61세이며 종전까지는 늦춰 받으려면 전액만 가능했다. 앞으로는 급여의 50%, 60%, 70%, 80%, 90% 중 하나를 선택해 일부 연기하면 된다. 이 경우 원래 받을 금액에 연간 7.2%가 가산돼 급여액이 많아진다.
가령 노령연금이 80만원인 사람이 해당 금액의 50%를 1년 후부터 받겠다고 연기하면 61세에는 40만원을 받고, 62세부터는 82만9000원을 수령한다. 62세 이후부터는 본래 급여액 80만원보다 매월 2만9000원을 더 받는 방식이다.
생활에 여유가 있고 몸이 건강하다면 지급 시를 늦추는 게 이득인 셈이다. 실제 연금 지급을 연기한 신청 건수는 2009년 211건에서 2011년 2029건, 2014년에는 8181건으로 급증했다. 5년 사이에 무려 38.7배 증가했다.
복지부는 연령에 따라 노령연금을 일정 비율로 깎았던 것을 29일부터는 가입자 평균소득 204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따라 일정 금액을 감액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재산이 있는 노인들은 이득을 얻는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100만원인 61세 노인이 월 300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기존에는 연금액 50%가 감액돼 50만원만 수령했지만, 지금은 204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인 96만원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인 4만8000원이 감액돼 95만2000원을 받는다.
일하는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100만원인 노인이 매월 300만원을 벌면 66세까지 월 4만8000원이 감액돼 수령액이 95만2000원이 되고 66세 이후부터 100만원을 수령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50%를 66세부터 받겠다고 5년간 연기 신청을 하면 66세까지는 4만8000원의 절반인 2만4000원만 감액돼 수령액이 47만6000원이 된다.
66세 이후부터는 본래 국민연금 100만원보다 18만원 많은 118만원을 매월 받게 된다. 생활고로 조기에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는 가운데 생활에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선택의 폭의 더 넓어졌다.
(서울=뉴스1)